프롤로그 며칠 전에 내린 폭설로 인해 아직도 정원은 하얀 은색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뺨에 느껴지는 바람은 아주 차고 하늘은 푸르다 못해 시린 쪽빛을 품고 있는 전형적인 겨울 날씨를 보인 오늘은 제게 있어서 좀 특별한 날입니다. 정원 여기 저기 쳐 저 있는 천막과 끝이 안보이게 놓여 있는 의자들! 그 의자에 앉아서 앞으로 거행될 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실세들 일겁니다. 재계와 정계 그리고 어둠의 실세인 조직폭력배들까지 이른바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들만이 가득 모여서 저를 축하해 주고 있군요. 아! 저기 전직 대통령도 보이시네요. 머리가 더 많이 벗겨 지셨내요. 그 동안 잘먹고 살았을 텐데 벗겨지는 머리만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어이구! 저기에는 우리 나라 5대 재벌이 다 모여 있네요. 보기 싫은 영감탱이까지 보이는군요. 저 나쁜 놈은 얼굴도 하나 변하지 않고 꼿꼿이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군요. '그리고 박유미! 너 앞으로 앞날이 평탄치 만은 않을 것이다.' 오늘이 제게 이렇게 중요한 날만 아니었다면 그대로 작살을 내주는 건데 제 가 주빈인 관계로 참습니다. 그들 사이로 우리 녀석들이 절도 있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리 배치를 확실하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긴 그 녀석들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하시는 두 분이 계신데 제가 무슨 걱정 이겠습니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독자 분들은 대충 눈치를 채셨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제 결혼식 날 입니다. 제가 살아온 날들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모두 합쳐서 가장 중요한 날! 오늘이 제 결혼식날인 것입니다. 전 지금 사모관대를 쓰고 있습니다. 그녀와 저의 결혼은 전통혼례로 치르려고 합니다. 1000년 전통을 지니고 있는 그녀의 안국동 본가 저택의 마당에서요 아직 제 신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만 이 집 어딘가 에서 연지곤지 를 찍고 족두리를 쓰느라 고생을 하고 있을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 옆에는 변함없이 지인이 지키고 있겠지요. 지수씨는 회복이 덜된 관계로 휠체어를 타고 참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참석이나 하니 다행입니다. 의사의 외출불가 오더에 변호사다운 말솜씨로 의사를 넉 다운 시키고 자기 마음대로 외출한 우리의 용감한 지수씨에게 여러분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힘들게 옷을 갖추어 입을 내 마누라! 초희 아무리 전통적으로 커 왔다고 해도 족두리는 일생에 지금 한번만 써보는 것 일 테니까요.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벌렁벌렁 뛰는지 주체를 못하겠습니다. 누가 저 좀 말려 주십시오! 이놈의 가슴이 병이 났는지 아주 요란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저의 속마음을 숨긴 채 사모관대를 쓰고 서 있는 저를 두 분이 같이 바라보시기에 전 특유의 유들유들함으로 씩 웃어 드렸죠. 그런 절 보시고 두 분이 파안대소를 터트리십니다. 제가 좀 낯이 두껍습니다. 하긴 이렇게 무대뽀가 아니었다면 제가 언감생심 어떻게 저 보다 잘난 그 여자를 차지할 수 있었겠습니까? 바로 무대뽀 정신의 승리입니다. 이런 저런 생각에 심란해 있는 제 뒤에서 [축하한다. 웬수야! 드디어 소원 풀었구나.] [고맙다. 근데 나보다 어째 네가 더 새신랑처럼 훤한거냐?] [야, 다음주가 내 결혼식인데 예행연습 해야지. 예행연습!] [그래, 어쨌든 이 결혼의 가장 큰 수해자는 바로 너라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 친구야!] [네가 얘기 안 해도 알고 있으니까, 생색은 그만 내라. 그리고 실질적으로 이 결혼을 이룬 건 네가 아니고 초희씨 잖아. 인사를 해도 초희씨에게 해야지 왜 너한테 하냐? 그리고 지수 만나게 해준 사람도 초희씨잖아. 임마] [그래 너 잘났다 ] [근데 너 안 떨 리냐?] [야, 솔직히 너라서 밝히는데 나 무지하게 떨린다. 나 떨고 있는 거 안보이냐?]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데 모르겠다] [하여튼 평생에 한번이니까 잘해라] [고맙다] 이 녀석 ! 저와 임마 점마를 아주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이 녀석은 제 분신이나 다름없죠. 아니 솔직히 인간이하의 생활을 하던 절 인간으로 만들어 준 장본인입니다. 제가 제 여자를 제외하고 목숨을 바칠 수 있는 두 사람 중의 한사람입니다. 저기 계신 제 아버님 강명식 씨의 아드님인 놈입니다. 어 좀 복잡 미묘한 기분이 들지 않으십니까? 독자 여러분! 그렇습니다. 얘기가 무지하게 길게 이어집니다. 저 혼자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어느새 제가 호명이 되었습니다. 아주 씩씩하게 걸어나갔죠. 너무 씩씩해서 그런지 여기 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리네요. 그래도 뭐... 전 좋습니다. 이제 몇 시간 아니 몇 분만 있으면 저기 얼굴을 가린 채 사뿐사뿐 제게로 걸 어 오는 저 여인이 진정으로 저에게 속한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야 솔직히 이런 절차 없이 그냥 그녀의 호적만 파왔으면 했는데 그녀가 원체 너무 잘난 여자라 그럴 수가 없는게 가슴 아플 따름이죠. 제게는 어울리지 않는 너무 잘난 여자입니다. 그런 여자가 하나 볼 것 없는 저 같은 놈에게 시집을 옵니다. 감격의 눈물이 가슴에서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겨먹은 대한민국 구성원의 맨 밑바닥을 상징하는 제가 최고층의 그것도 진짜 여자를 만나 사랑을 배우고 어떻게 사는 것이 진짜 사람답게 느끼면서 사는 것인지를 배웠습니다. 힘들고 구차한 생을 과거로 지닌 제게 조물주가 주신 단 하나의 빛!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유가 되어버린 내 목숨보다 더 귀한 내 소중한 사랑 ! 지금부터 특별한 저 여인과 인생제일 바닥인 저를 사람으로 만들어준 그녀와의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사랑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 많이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전에 제 소개를 먼저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제 얘기를 하니 제 소개 정도는 당연히 해 드리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아서 간단 명료(?)하게 말씀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소개 이름: 강유진 나이: 32세 (정확한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직업: 하, 좀 부끄러운데요! 저기 계신 제 아버님이 저의 조직의 대장님 이신데 제가 그 아버님 다음으로 높은 사람입니다. 전국에서 3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큰 조직체입니다. 성격: 여기에 좀 문제가 있습니다. 보통 대부분 조폭들이 냉엄, 위엄, 냉철이 대부분인데 전 그들과는 전 반대의 성격입니다. 전 한마디로 다정다감의 대명사랍니다. 바로 저의 이 성격 때문에 제가 저희 세계에서 더 유명해졌다는 거 아닙니까! 왜냐구요? 전 싸울 때도 웃음과 미소를 지으면서 싸우거든요. 저와 싸운 상대방은 그런 제게서 늘 죽음의 그림자가 보인다고 하더군요. 죽을 사람 데리고 가는 저승사자가 웃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더군요. 이 말은 저와 싸우고 나서 친구가 된 지섭이 녀석이 한말이니까 사실 일거예요. 그 녀석 덕분에 어느새 제 별명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승사자가 되어 있지 뭡니까? 전 좀 좀더 그럴싸한 이름! 예를 들자면 '도끼' 라거나 '망치' 이런 이름을 원했는데 저승사자라니........ 기분 엄청 나빴습니다. 그 기분을 웃으면서 지섭이 녀석 갈비 3대를 부려뜨리는 걸로 조금 풀어 보긴 했지만 서도요. 한마디로 좀 불가사의한 성격입니다. (이말 한마디면 될텐데 길기도 하다-- 지은이말) 외모: 하! 이거 제가 제 얼굴 자랑을 하려고 하니 좀 쑥스럽군요. 하지만 소개는 소개니까 어쩔 수가 없군요. 여러분! 저 한 외모 합니다. 짧은 학력(학력이랄 것도 없지만)이라서 그런지 기억이 잘 나지않는데 '약속'이라는 조폭과 여의사의 사랑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져 크게 히트한 적이 있었죠. 저희들 그때 그거 단체 관람했다는 거 아닙니까! 영화관 한 관을 빌려서 봤죠. 그거보고 나서 저희 아이들 울고불고 가관도 아니었습니다. 진정한 조직 세계 사람의 사랑을 그렸다나요. 그러면서 저희 아이들 저더러 형님 박신양과 형제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더 군요. 제가 박신양을 좀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 아니지, 신양이가 나를 닮은거지...' 그러나 결정적으로 박신양과 틀린 부분이 있으니 그 부분이 바로 눈! 신양이는 쌍거플이 없고 안경을 쓰는데 전 쌍거플도 있고 (그것도 아주 진하게) 안경도 안 씁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절 박신양과 닮았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대충 얼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몸 !요즘은 영어 모르면 안되니까. 바디! 한 마디로 환상적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수 있습니다. 한번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지 않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길거리에서 바디 모텔 해보지 않게냐고 즉석 제의를 받기도 했다니까요. '뭐 제의한 놈을 병원으로 보내버리기는 했지만서두요 ' 군대가기 전에 잰 신검에서 키가 188로 나왔구요. 몸무게는 75로 나왔는데 몸이 밑천이라 갈고 닦은 덕분인지 10년이 가까워 오는데도 변치가 않는군요. 죽지 않고 살아 남으려고 발버둥치면서 배운 막싸움 운동으로 인해 떡 벌어진 어깨와 아주 날씬한 여성의 허벅지 만한 팔뚝 그리고 여성만큼은 아니지만 잘록 들어간 허리 그런데 지금은 살이 좀 쪘습니다. 남자는 성적으로 만족을 하면 허리가 굵어진다고 하더군요 . 의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랍니다. 고로 그녀와의 사랑이 아주 만족스럽다는 거죠 (아이구 ! 이거 혼전관계가 들통이 났군) 그래서 허리는 32입니다. 대충 이 정도로 제 외모를 설명 드렸습니다만 조금 부족한 것 같아서 추가 예를 들어 드리겠습니다. 밤의 세계에선 힘이 제일이죠. 그런 힘들을 밤의 꽃들은 필요로 하구요. 그렇고 그런 아가씨들의 대부분이 제 외모 때문인지 아니면 제 힘을 필요로 한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발가벗고 달려들면서 안아 달라고 난리를 치는 경험이 꽤 있습니다. 그전에 잠깐! 한마디 드리고 싶군요. 삶을 위해서 어쩔 수 없어서 힘을 필요로 하고 또 옷을 벗는 아가씨들은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멀쩡하게 생긴 아니지... 소위 말해 상류사회라는 부유층의 유한부인들과 골빈 여대생들까지 저에게 달려드는 것은 도저히 저로서는 이해를 할 수 없더군요. 유한부인들은 쾌락을 위해서라고 하고 여대생들은 쾌락과 조폭 애인을 두면 폼이 나고, 또 용돈을 많이 주기 때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들을 들 때 는 저로서도 그들에게 손을 안 댈래야 안 댈 수가 없더군요. 대부분은 사람들은 저희 깡패에 대해 환상을 좀 가지고 계신 것 같더군요. 깡패들은 절대 여자들을 때리지 않고 위해 준다구요. 여자를 위해 주는 것은 사실인데 정말 인간 구실 못하는 인간 말종 들에게는 남자 못지 않은 구타를 할 수도 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다른 녀석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저는 그럴 수 있습니다. '아니 있었지.' 그 여자 다시는 깡패들에게 그런 제안 못하게 만들어 줬죠. 여러분 깡패에 대한 편견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난 두목체질이라니까) 지금부터는 그녀와의 사랑을 회상하면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평어체로 쓴다고 지은이가 전해 달라고 합니다. 여러분 그럼 저와 그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속으로 같이 들어 가실까요! 1장 [헉. 헉. 헉 으- 젠장 ! ]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신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나의 이 소리를 듣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호텔 방에서 들리는 남녀간의 아주 현란한 육체언어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아무래도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것 같다.' [이런, 젠장 방심했군! 제기랄] '나도 아버지 같은 꼴을 당할 줄 어떻게 알았겠어! 인생유전 이라 더니 잘한다. 강유진! ' 그래 내 여자 좋아해서 잘된 놈 있다는 소리 한번도 들어 본적이 없는데 내가 지금 딱 그 꼴이다. 그 정도가 심해 목숨까지 위태로우니 말이다. '내가 만약 살수만 있다면 아니 살아서 다시 여자한테 눈 돌리면 난 아버지자식 아니지 인간자식이 아니다. 개자식이다. 개자식!' 서울에서 그곳도 부유층이 많이 모여 살기로 유명한 강남의 모 유명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그렇게 자신을 저주하면서 죽어가고 있는 내 앞에 무언가 하얀 것이 눈에 띄었다. 간신히 감기는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니 온통 하얀색으로 치장한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저승사자인가 그것도 여자 저승사자! 형상의 모습이 여자였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새벽3시가 다 되어 가는 이 시간에 지하 주차장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 가는 사람을 바라보며 비명 한마디 안 지를 인간 아니지 여자는 없을 테니까!' 그러니 저 여자는 저승사자가 확실해! [으, 요즘은 저승사자들도 남녀 평등이 이루어 졌나 보군, 그리고 패션감각도 좀 늘은 것 같고 말이야!] 원래 그들의 유니폼은 검은색이지 않은가 ! 그런데 지금 앞에 있는 여자를 보면 거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하얀색이니까..... [잡아가려면 단숨에 숨통을 끊어. 난 아픈 건 질색이니까! 안 그러면 나 죽은 다음에 나한테 고생 좀 할 테니까 말이야] 난 이미 체념을 하고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 여자 저승사자는 아무 말 없이 날 바라본다. [뭘 그렇게 쳐다봐. 넌 저승의 사자지만, 난 이승의 저승사자야. 서로 사는 세계가 틀린 것 뿐 직급은 같으니까 그렇게 이상한 듯 쳐다보지마, 피 흘리고 죽는 사람 처음 봐?] [칼에 맞았나요?] '어라 뭐 이런 게 다 있어' [너 저승사자 맞아? 남이사 칼에 맞아 죽든 그냥 엎어져 죽든 니가 무슨 상관이야. 넌 그냥 내 할 일 만 하면 되잖아. 안 그래도 힘 빠져 죽겠는데 왜 쓸데없이 말하게 만들어. 너 나 죽고 나서 진짜 나한테 맛 좀 볼래? 난 여자라고 봐주는 놈 아니야. 남자든 여자든 거슬리면 그냥 안 두는 놈이야, 나 내 신경 건드리지 말고 빨리 숨통이나 조여] 내가 생각해도 좀 심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여자한테 유혹 당해서 지하 주차장에서 죽어 가는 게 너무 기분이 나빠서 사자에게라도 화풀이를 해야지 안 그러면 칼맞아 죽는 게 아니고 먼저 미쳐서 죽을 것 같았다. [얼마나 다친 거예요?] [16군데 ] 난 정확히 놈들이 찌른 나의 칼침의 수를 세었다. 내가 저승에 가더라도 반드시 복수한다. 두배로! 난 이를 악물었다.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수모다. 내가 이 명동의 저승사자가 여자 꾐에 빠져 죽다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가 앞으로 떨구어 졌다. 그 과정에서 저승사자가 내게 손을 내밀며 가볍게 어루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 동안의 느낌이었지만, 포근한 어머니의 품 같은 느낌이다. '자식! 엄마 품에 한번도 안겨 본적도 없는 놈이 그건 어떻게 알아?' 하여튼 여태 살아오면서 한번도 가져 보지 못한 느낌인 것만은 사실이었다. '아 이런 느낌이 죽는다는 거구나' 내가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한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여우를 만난 것! 만남 자체가 계획된 것이었는데 당시에는 왜 그걸 못 느꼈는지 모르겠다. '쯧쯧 강 유 진! 너 진짜 죽을 때가 된 것 같다.' 하긴 넌 그렇게 죽어도 싼 놈이야. 만난 지 30분도 안 되 섹스를 하는 놈이 어디에 있냐!' (그게 내탓이냐, 여우가 홀린 탓이지) 좀 부끄럽지만 보통의 남자들보다 좀 샌 정력 때문에 낭패 본 것이 한 두 번이 아닌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니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은 건지 모르겠다. 지금 이대로 라면 이런 일은 부지기수로 일어 날 테니까 말이다. '근데 그 여자 진짜 솜씨하나는 끝내 줬는데.... ' 아깝다. 그리고 내 보통이상의 정력을 받아준 것만 봐도 말이야. 그러니 내가 그 여우한테 안 빠질래야 안 빠질 수가 없었지. 자고로 영웅은 미인을 좋아한다고들 하잖아! 새로 인수한 나이트클럽을 한번 돌아볼 생각으로 갔다가 스트립쇼를 하고 있는 그녀를 처음보고 그만 넋을 잃고 말았지 뭐야.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승기 녀석이 그녀를 내게 보낸 거야. 물론 방에는 그녀와 나 둘 뿐이었지. [제 솜씨 좀 봐 주실 래요?] '엉 무슨 솜씨를 말하는 걸까?' 그녀의 솜씨란 당연히 스트립쇼지 뭐겠어. 춤을 추며 걸치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는 그녀! 벗는데 5분 이상 걸리지 않았다고 확실히 장담할 수 있지. 걸친 게 위에 하나 아래 하나 그리고 그녀가 신고 있는 샌들이 전부였거든..... 다 벗은 그녀가 슬며시 내게로 와 입을 맞추는 거 있지. 참 나! 남자 체면에 여자의 청을 거절한다는 것은 기사도정신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에 난 곧바로 그녀의 청을 들어주었어. 그녀의 혀를 받아들이면서 난 그녀가 노곤 노곤해지도록 여기저기를 주물러 주었지. 내 안마솜씨도 한 솜씨 하거든 근데 그 여우 진짜 여우였다니까. 난 분명히 안마를 해주었는데 그녀는 아예 날 덥치 더라구..... 그냥 당하고만 있을 내가 아니지. 만지지도 않았는데 꼿꼿이 선 유방을 힘껏 움켜쥐고 마구 주물렀지. 그리 고 입은 그녀의 배꼽을 핥고 있었고 말이야. 근데 그녀는 그게 불만인지 내 입을 자기 가슴으로 가지고 가는 거 있지. 항 다른 청은 다 들어 줄 수가 있는데 그것만은 못해 주겠더라고..... 하루저녁도 여자 없이 잘 수 없는 나지만 여태 단 한 명의 여자의 가슴에도 입을 댄 적은 없었거든.... 왜냐하면 그럴 마음이 안 들었으니까. 이런 나의 증세를 알고있는 유준이 녀석이 어설프게 내린 내 정신분석 결과는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모성을 상징하는 가슴을 입으로 애 무하지 못한다는 엉터리 같은 말을 하더라구. 하여튼 그녀 역시 가슴에 키스하고 싶은 느낌이 안 들더라고. 그래서 그대신 입을 좀더 근사한 곳으로 옮겨 주었지. 뭐 결과적으로 그녀는 그곳을 더 좋아하더라구 그렇게 해서 상위에 서있던 그 여우는 곧바로 뉘여 졌고 (물론 나로 인해 서지 누구겠어!) 내 솜씨에 그녀는 그만 금방 오르가즘을 느끼더라구 이런 젠장 난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말이야. 조금 있자니 그녀가 정신이 든 듯 날 쳐다보고 웃더니 (덧니가 예쁘군) [복수할 꺼야] 라면서 내 바지버클을 잡아서 풀고 손을 집어넣더니 잔뜩 성이 나 있는 내 분신을 밖으로 꺼내면서 내가 자기에게 했듯 나를 입안 가득 채우고, 자기 머리를 아래위로 열심히 움직였어. 그녀의 움직임에 내 입에서도 연신 신음이 리듬감 있게 흘러 나왔고 말이야. 나 역시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바지 주머니에서 콘돔을 꺼내 그녀에게 주었어. 그녀에게 콘돔을 건네주자 그녀는 한순간 멍청해진 듯 내가 건네준 걸 들고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어. 이 와중에 내가 콘돔을 챙겼다는 것이 자기로서는 너무나 뜻밖이었다는 표정이었어. 내가 워낙 부모의 정을 느끼지 못하고 컸기 때문에 난 이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좀 고지식했어. 원치 않는 아이라도 생기면 서로 골치 아파지니까 말이야. 아니, 솔직히 너무 뼈아픈 추억이 있기 때문에 언제나 조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꺼야. 나야 아이라면 환영이지만 세상이 변하다 보니 뭐 아이는 싫고 돈은 좋다라는 좀 이상한 생각을 가진 여자들이 주위에 종종 보이더라구. 이건 내 경험담이니까 확실한 사실 일 꺼야. '아주 뼈아픈 경험이었지.' 그 다음부터는 여자라는 존재를 믿지 않게 되었으니까 말이야 그 경험으로 난 여자에 대한 모성에 대한 환상을 버릴수 있었지만 말이야. 하여튼 그 여우는 내게 콘돔을 끼우고 바로 내게 다가왔어 내 위에서 열심히 움직였고, 나도 그녀와 함께 움직였어. 갑자기 그 여우가 눈을 부릅뜨면서 풀썩 내 어깨에 엎어지지 뭐야.' '벌써 느낌이 온 건가? 큰일이군 아직 난 시작도 못했는데 말이야.' 그렇게 내게 기댄 그녀를 테이블 위에 눕힌 다음 난 그녀의 양다리를 내 양 손에 한쪽씩 잡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어. 잠시 정신을 잃은 듯 하던 그 여우가 내 허리의 움직임에 다시 흐느꼈고 그녀와 난 곧바로 절정 속으로 빠져 들어갔지 뭐 다른 거 있었겠어. 근데 뭐 좀 이상하긴 했어. 한참의 행위도중 그녀가 [하야시] [하야시] 라고 하더군. 나중에 그 저승사자에게 한번 물어봐야겠다. 어디 사투리냐고! 전국을 돌며 사람을 죽이러 다니니까 전국사투리에도 능통 할 꺼니까 말이야. 이렇게 이루어진 그녀와의 만남이었기에 그녀와 난 시도 때도 그녀와 만났지 뭐!. 물론 아파트도 한 채 사주고 돈도 원하는 대로 주고 말이야 이러니 여자들이 조폭을 좋아하는 건지도 몰라 일단 한 여자에게 빠지면 그 여자에게만 충실하고 그녀들이 원하는 걸 전부 다 들어주니까 말이야! 아 얘기가 옆길로 샜군. 하여튼 이야기 계속해야겠지 뭐야. 한번은 차를 타고 가다 승기와 태우 앞에서 한편의 생방송 포르노를 중계해 주기도 했지 뭐야! 가는 도중 내가 참지 못하고 차안에서 아이들이 눈뜨고 보는데서 그녀를 가져 버린거야 특이한건 그녀 역시 그걸 챙피하게 생각지 않고 오히려 더욱 즐기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리로 그때 알았어야 했는데 말이야 왠지 모르게 초조해 하는 그녀를 보고 느꼈어야 했는데.... 내게 무슨 할말이 있는 듯 하는 그녀를 보면서 말이야. 난 하고싶으면 하겠지 라는 생각에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고 말이야. 내가 죽은 날 그녀가 갑자기 전화를 해 지금 당장 만나고 싶다고 애원만 하지 않았어도, 그리고 평소 만나던 아파트가 아닌 다른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에서 만나자는 그녀의 말을 조금이라도 의심을 했더라면, 그녀의 만남에 구역순찰을 나간 승기와 태우를 기다렸다가 같이 가기만 했어도 난 이렇게 죽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하얀 옷을 입은 저승사자와도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말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고, 순찰 나간 승기와 태우를 기다리지도.... 운전사도 대동하지 않은 채 그녀를 만나러 갔어. 아마 당시 내가 슬럼프를 겪고 있어서였을꺼야. 어딜 가나 보디가드들을 데리고 다니고 싸움으로만 일관된 생활에 약간 회의를 느끼고 있었나봐 그 스트레스를 욕망으로 풀어내려고 한 거지. 약속장소에 갔더니 저만치 그녀가 서있고 그녀의 뒤로 서있는 녀석들을 본 다음에야 정신이 번쩍 들더라구. 근데 그제야 정신이 들면 뭐해 이미 녀석들은 내게로 달려오고 있었는데 말이야. 내가 아무리 싸움을 잘한다 해도 칼을 들고 나에게 돌진해 오는 10명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었으었은까 말이야. 그렇게 싸우다 쓰러진 쓰러진 나를 보고 그 여우는 [스미마셍] 이라고 말하곤 내얼굴을 한번 쓰다듬고는 가버렸는데 말이야........ 하여튼 남자가 여자를 너무 밝히면 패가망신한다는 우리 나라 속담이 다시 한번 맞은 경우라도 해야겠지. 이래서 내가 저승사자라고 생각한 여자와 만난 게 된 경위야 '그런데 그 여자 진짜 저승사자 맞을까?' 의문의 그녀 [음] 아주 좋은 냄새가 난다. '저승이 이렇게 좋은 곳이면 진작올것 그랬군' 이라는 생각과 함께 내 의식이 눈을 뜨고 있었다. 그런데 죽어도 감각은 그대로 남는가 보다. 여기저기가 쑤시고 결리고 아픈걸 보면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손가락 하나 들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죽으나 사나, 아픈 건 똑같군. 아픈 건 질색인데 ....] 그렇게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눈을 떴다. [어! 여기가 어디야?] 죽어서 지옥에 온 내게 할당된 방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여성스럽고 정갈하다는 것이 내 첫 느낌이었다. 내가 누워있는 오른쪽으로 꽃과 새가 수 놓여 있는 병풍이 있고 한쪽 면에 자리잡은 낮은 앉은뱅이 책상 하나가 전부였다. 방안을 살펴보는 동안 어디에선가 나는 은은한 묵향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게 안정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그렇게 누워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렸다. 미닫이 식의 문이다. 그 문 사이로 어떤 여자가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어, 저승사자잖아! 요즘은 저승사자들도 잔업을 하나보지? 죽이고 나서까지 관리를 하는걸 보면 말이야] 그러나 내 말은 대꾸도 안은채 그녀는 내게 말을 했다. [깨어났군요. 안 그래도 너무 오래 깨어나지 않아서 걱정을 하던 참이었는데 말이예요 상처가 너무 깊고 여러 군데라 치료하는데 좀 힘이 들었어요. 오늘도 안 깨어나면 의사를 부르려던 참이었어요] 그녀의 말을 듣고 내 머릿속은 분주해 지기 시작했다. [그럼 난 죽은 게 아니군!] 머리 속에서 수많은 의문들이 마구마구 지나갔다. [ 나 얼마 만에 깬 거야? ] 나도 모르게 평소 습관대로 반말이 튀어 나왔다. [삼일만 이예요.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수혈하는데 힘이 들었어요.] [어떻게 된 거야?] [지하주차장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냥 두면 죽을 것 같아서 제 집으로 모시고 왔어요.] 지하철 주차장에서 피 흘리면서 죽어가는 놈 하나 살려 내는 일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그렇게 내 무례한 질문에 조용히 대답을 했다. [그럼 당신이 내 생명을 구한 거야?] [제집에 모시고 온 것이 당신을 구한 것이라면 네 제가 당신의 생명을 구했나봐요] [어느 파야?] 의문의 그녀(2) [무슨 말씀이신지?] [시치미 때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불어!] [난 아무파도 아닙니다 쓰러져 있는 당신을 그냥.....] [이봐 당신! 이야기를 꾸미려면 좀 믿을 수 있게 꾸며봐. 조직의 사람이 아닌 일반 시민이 그것도 서울에서 이름만 대면 알아주는 최고급아파트에 사는 부유층 아가씨가 피 흘려 죽어 가는 사람이 불쌍해서 비명도 지르지 않고 그 사람을 구해 주었다. 내가 아는 상식으로선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이야기야. 이건 3살 먹은 어린아이도 믿지 못할 소리야. 그러니 제 발 날 좀 작작 좀 웃겨! 내가 아무리 움직이지 못하기로 서니, 당신 하나쯤은 쥐도 새도 모 르게 보낼 수 있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하란 말이야. 내가 당신 말을 그대로 믿으면 지나가 는 똥개도 웃을 꺼야. 그리고 당신 아무리 많이 나가봐야 50키로도 안나갈 것 같은데 날 옮 기려는 웬만한 장정 2명이 있어야 했을 텐데 그건 어떻게 설명할거야? 이제 그만 사실대로 말 하는 게 어때?] [당신을 옮기는 건 경비 아저씨들이 도와 주셨어요. 당신 말대로 여긴 고급 아파트라 프라이버시 침해를 당하지 않게 경비를 다른 곳의 2배로 세워요. 동마다 2명씩의 경비가 한 조가 되어서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어요] [그런 그 경비 놈들은 죽어 가는 놈 데리고 왔는데 아무 소리 않고 당신이 시 키는 대로했고 말이야?] [네, 돈이 그래서 좋은 거 아닌가요!] [그럼 난 누가 치료 한 거야? 설마하니 나도 당신이 치료했다는 소리는 아 니지. 당신 의사야 ? 의사가 되기에는 너무 어려보이는데....] [치료는 제가 했어요. 무슨 사정이 있을 것 같아 의사선생님은 부르지 않았어요.] [하, 웃기지도 않는군. 그런 수혈은 어떻게 하셨나요? 천사 아가씨] [아는 사람 통해서요] 그녀의 대답에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해 가만히 있는 내게 그녀는 쟁반에 담긴 것을 숟가락에 떠서 후후 불고 나서 내게로 가져왔다. [미음 이예요. 드세요. 죽도 아직은 안돼요. 독은 타지 않았어요. 보이죠? 이건 은수저 예요. 은은 독을 바로 식별해 낼 수가 있어요.] 그녀가 수저를 내밀자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입을 벌렸고, 그녀는 수저를 내 입에 넣어 주었다. 처음이었다. 누군가 내게 먹을 것을 먹여 준 것은...... 누군가가 날 위해 뭔가를 만들어 준 것은 처음이었다. 난 어느새 또다시 입을 벌렸고, 그녀는 또 한번 내 입으로 미음을 넣어 주었다. '이상한 여자다. 이 여자는 ...... 아니, 정말로 어느 파의 첩자인지도 몰라! 내가 그 동안 좀 많은 적을 만들었어야지. 놈들은 아파 누워서 마음이 약해진 내가 방심한 틈을 노려서 우리 조직의 기밀들을 빼내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어! 그리고 정말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여자야. 그렇게 무례하게 굴고 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니 웬만한 정신력이나 자제력이 아니면 힘들어. 일반 사람들은 우리처럼 극단적으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사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말이야. 그리고 전혀 모르는 타인을 자기의 집으로 데려와 치료를 그것도 손수 했다는 것은 더욱 이해불가능한 일이야. 그리고 뭐! 무슨 사정이 있을 것 같아서 그랬다고. 그건 더더욱 이나 우리 내부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잖아! 내 참! 강유진 내 팔자도 기구하다. 여우에게 홀려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이번에는 구미호가 널 완전히 잡아먹으려고 하는걸 보면 말이야.' 이렇게 혼자 마음속으로 되뇌고 있는 동안 미음을 다 먹였는지 그녀는 내 입을 닦아주었다. [좀 주무세요. 이제 깨어났으니 한시름 놓았지만, 그래도 아직 완전히 마음놓기는 일러요] [이봐, 제대로 얘길 해주고 가야지, 그냥 그렇게 나가면......] 내 이야기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쟁반을 들고 들어왔던 것처럼 그렇게 조용히 다시 나갔다. [이런 젠장할, 뭐 저런 게 다 있어!] 욕설고 함께 많은 의문이 계속 마음속에서 일어났지만 날 지배하는 졸음에 패배를 하고, 난 또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녀의 이름은 윤초희 은은하게 들리는 가야금 소리에 눈을 떴다. 그 동안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가야금 소리가 그치고 얼마 있지 않아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음으로 그녀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늘상 보아오던 여인들과 어딘지 모르게 달라 보였다. '화장을 안해서 그런가?' 화장을 안한 여자는 본 일이 없어서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소위 말하는 미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뭐랄까 한번 보면 두 번 다시 잊을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인상의 여인이었다. 무의식 상태에서 그녀를 보았지만 그녀의 모습을 확실하게 기억 할 수가 있었다. 그녀는 키가 아주 컸다. 170은 훨씬 넘어 보였다 그리고 그 키만큼이나 길게 늘어진 검은 머리카락은 핀 하나로 단정하게 하나로 묶여 있었다. 그 머리에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향기가 났다. 한번도 맡아보지 못한 향이었다. 그 검고 긴 머리칼을 손으로 훑어 내리고 싶은 주책 맞은 생각까지 들게 만드는 향이었다. 그녀의 눈은 요즘 유행하는 그 흔한디 흔한 쌍거플도 없다. 하지만 눈이 작다는 생각은 안 든다. 썽거플 없는 눈 속의 눈동자가 내 마음속을 다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맑고 깊이가 있는 눈이었다. 코는 손을 좀 댄 것 같은 느낌이다. 굉장히 오뚝하고 작다. 그게 성형한 것이 아니라면 정말 백만불 짜리 코다. 남자들은 여자의 얼굴을 보면 눈에 가장 크게 비중을 둔다. 그러나 그녀 ! 아직 이름도 모르는 그녀의 얼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입이다. 정말 누가 말했듯이 그린 듯한 입술이다. 얇으면서 작은 입술! 화장을 안 했는데도 그녀의 입술은 연한 분홍색 립스틱을 칠 한 것처럼 보였다. 아파 누워 있으면서도 난 나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은 훔치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훗! 정말 개자식이 되어가는군! '-- (이유는 '만남'편을 보시면 압니다.) 그녀를 지금까지 3번 보았는데 그때마다, 화장은 안하고 있고, 확실히 다른 여자들과 구분이 된 듯한 느낌이다. 이번에도 그녀는 쟁반을 가져 왔다. 전에 본 것 보다 배는 커 보였다. 내려놓고 보니 미음과 붕대가 한 뭉치 놓여있었다. [이번엔 며칠만에 깬 거야?] [처음보다는 짧아요. 하루요. 식기 전에 드세요. 그리고 난 후 붕대를 갈아 드릴께요] 그 말을 하고 그녀는 다시 내게 후후 불면서 마음을 내민다. 난 누워서 그녀가 주는 미움을 아기가 엄마 젓을 빨아먹듯 게걸스럽게 받아먹었다. 처음에 내 먹성에 그녀는 약간 놀란 듯 하던 그녀가 기쁜 듯이 아까보다 빨리 수저를 내게 내민다. 난 기꺼이 받아먹고... 미음을 다 먹고 나서 그녀는 날 일으켜 앉혔다. 그리고 내가 감고있는 피가 배어있는 붕대를 풀기 시작했다. 붕대를 풀기 위해 앞뒤로 움직이는 그녀의 긴 머리칼에 이상한 느낌이 든다. 꼭 첫날밤을 맞이하는 수줍은 새 신부 같은 느낌이다. 이런 나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묵묵히 내 붕대만을 풀고 있다. 내 몸에 감긴 붕대를 풀기 위해 양손을 앞뒤로 내 몸을 감싼 그녀에게서 좋은 냄새가 난다. 여태껏 단 한번도 맡아보지 못했던 향이다. 머리에서 나는 향과는 또다른 아주 좋은 향기였다. [이름이 뭐야?] 그녀는 아무 말이 없다. [이름이 뭐냐고 물었잖아? 사람이 물으면 대답을 해야 할거 아니야. 넌 그 정도 예의도 없냐?] 난 괜히 그녀에게 시비를 걸고 싶었다. [제 이름을 알아서 뭐하시게요? 아무 상관도 없을 털데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야. 네 말 대로라면 네가 내 목숨을 구해 준 것이 되는데 그래도 생명의 은인 이름정도는 나 같은 놈이라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그렇다 왜! 떫어] 완전히 싸움을 하자고 덤비는 꼴이다.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우스운 놈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억지에 그녀는 조용히 대답한다. [윤 초 희 예요]' 윤초희 ! 그녀의 이름은 '윤초희' 였다. 그녀의 집에 온지 며칠이 흘렀는지 알 수는 없지만 꽤 날짜가 흘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직에서 아니 누구보다 아버지가 걱정을 하고 있으리란 생각에 오늘은 연락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이젠 그녀가 정말 조직과는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말 조직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이렇게 회복이 되었는데 가만히 놔둘 리가 만무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간호에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것이 들어 있었다. 그것이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녀는 나에게 아주 정성을 쏟아 주었다. 이젠 죽을 먹는다. 이틀을(미음을 6끼 먹었으니까)미음을 먹고 나니 뱃속에서 야단들이다. 그녀에게 다른 배부를만한 것을 좀 달라고 했더니 그 다음부터 죽을 끓여 준다. 난 그녀가 내게 직접 죽을 끓여서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절에서의 생활 탓으로 난 웬만한 부엌일에도 일가견이 있다. 내 부엌에서의 경험으로 보아서 그녀가 끓인 죽은 인스턴트가 아닌 직접 손수 끓인 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그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아주 이상하다는 생각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너무 완벽해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그녀는 죽도 엄청 잘 끓인다. 그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이런 죽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낯선 이름의 죽들을 매일 매일 바꿔서 내게 끓여 주었다. 그것이 상처를 빨리 낫게 해준다면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 자영업 인거 같다) 날 간호하는 걸로 봐서는 아마 자기 일을 하는 것 같다. 아니면 정말 돈 많은 놈의 정부이던가....... 때때로 들리는 전화벨소리에 그녀가 잠깐식 얼굴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느낀 생각이다.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같이 사는 뭐 그런 거... ' 하여간 내가 수준이 그것밖에 되지 않아서 인지 내 생각의 한계였다. 그녀가 들어왔다. [왜 이렇게 늦었어. 이번엔 무슨 죽이야?] 난 여전히 그녀에게 무례하게 반말을 한다. -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녹두죽 이예요] [그래도 이번 건 그래도 내가 좀 들어본 거군. 빨리 줘 배고파!] 많이 회복이 되어서 내가 죽을 떠먹을 수 있었지만, 난 여전히 그녀가 떠 먹여 주는 것을 받아먹었다. 왠지 모르게 그녀가 떠 먹여 주는 것이 더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화 좀 해줘! 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야, 넌 궁금하지도 않냐? 넌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인간이야. 너 인간이 맞긴 하냐?] 난 웬지 모르게 그녀에게 심술이 그렇게 또 시비를 걸고 있었다. 그녀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신경이 곤두서서 그녀에게 늘 싸움을 걸었다. 그래도 그녀는 내 말에 한치의 반응도 없다. 정말 이건 인간이 아니다. 로버트가 확실하다.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호기심이 없는 건지 그녀는 아직 내게 이름도 묻지 않는다. [넌 정말 그렇게 궁금한 게 없냐? 하다못해 네가 살린 놈 이름이라도 알아야지 나중에 보상이라도 받을 꺼 아니야. 응 ?] 난 이제 숫제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아무 것도 궁금하지 않아요. 그냥 어쩔 수 없이 내가 당신을 제일 처음 발견한 것뿐이었고,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기에 데리고 와서 간호해 준 것뿐이예요. 나도 당신이 하루빨리 내 생활에서 빠져주기를 바래요. 그리고 보상은 원하지도 않아요] [뭐야? 그럼 내가 아주 짐스럽다는 소리잖아?] [솔직히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 하겠네요] 그녀의 직설적인 말에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붕대 갈고 전화 해 드릴께요. 전화 번호나 가르쳐 주세요] [야, 달랑 전화 번호면 알면 어떻게 해. 내가 누군지 알아야 그들에게 이리 오라고 할 꺼 아니야. 그래야 빨리 사라져 줄 꺼 아니냐구! 내 이름은 강유진이다. 강유진 알았냐?] 나는 반강제적으로 내 이름을 알길 원치 않는 그녀에게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헤어짐 그렇게 그녀랑 한바탕하고 나서 1시간도 체 못 되어서 난 그야말로 돗대기 시장 바닥에 누워 있는 기분이 들었다. 조직에서 녀석들이 온 것이다. 그 소란 속에서도 그녀는 아무 동요가 없다. 우르르 줄잡아도 20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떡 대 같은 녀석들이 누워있는 내 주위로 빙 둘러앉아 어린아이들처럼 엉엉 소리내어 울고 있었다. 그 중에서 승기와 태우 녀석이 더 심하다. 녀석들은 형제로 내 보디가드들이다. 늘 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놈들인데 내가 행방불명이었으니 오죽이나 답답했겠다 싶다. [살아 계실 줄 알았습니다. 형님] [다들 형님이 잘못되셨다고 했지만 저희는 믿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회장님이 걱정 많이 하셨습니다] [아버님은 괜찮으시냐?] [형님 소식 들으시고 많이 놀라셨는데 지금은 괜찮으십니다. 지금도 형님 살아 계신다는 소식에 같이 오시고자 했는데 아직 위험한 것 같아 모시지 못했습니다.] [잘했다. 그리고 나 없는 동안 너희들 수고 많았다.] [형님!] [형님!] [형님!] 내 말에 녀석들은 진짜 죽었던 사람이 돌아온 것처럼 그렇게 울다가 웃다 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녀석들을 보고 난 평소의 나로 돌아올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게 그녀와 함께 있으면 나도 모르게 날카로워 지는 것이었다. [태우야, 그렇게 울다가 웃다가 하면 똥고 털나 임마!] 내 말에 녀석들은 다들 확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평소의 내 모습을 보고 태우는 더욱더 소리내어 운다. 녀석에겐 내가 살아 있는 것이 무엇보다 기쁜 모양이다. 다른 녀석들보다 더....... [형님 근데 어떻게 된 겁니까?] [혜정이년 요즘 클럽에 나오냐?] [네? 아 ! 아니오 형님 쓰러지시고 그년을 찾아갔는데 감쪽같이 사라졌지 뭡니까? 그래서 이번 일이 그년과 관계가 있는걸 알았지만 형님을 찾는 일이 더 시급해서 신경을 못 쓰고 있었습니다.] [그년 먼저 찾아라.] [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모시고 가겠습니다.] [안돼요] 우리의 소란을 그때까지 아무 말도 없이 바라보고 있던 그녀가 드디어 한마디 던졌다. [뭐라고, 너 뭐야? 네가 뭔데 안 된다고 하는 거야.?] 태우가 한마디한다. 근데 그 녀석의 말에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지? 그녀에게 함부로 말하고 있는 태우 녀석을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드니 말이야! [상처가 깊어서 이제 겨우 아물어 가고 있어요. 지금 움직이면 상처가 벌어지고 말아요. 사정이 있는 것 같아서 병원이나 의사선생님을 부르지도 못했어요. 그냥 제가 알고 있는 민간 치료법으로 치료를 해서 지금 움직이면 상처가 벌어 질 수도 있어요] [당신이 형님을 구한 거야? 어떻게 구하게 됐지? 아니 어떻게 형님을 당신이 모시고 있게 된 거야? 당신 어느 파야?] 누가 내 부하 아니랄까봐.... 질문까지도 나하고 똑같이 한다. [여긴 제집이에요. 주차장에서 신음하고 있길래 집으로 데리고 왔어요. 여기 있는 동안은 안심하셔도 되요. 그리고 한 3,4일 있으면 옮겨도 괜찮을 거예요. 그때 옮겨가세요. 그리고 나한테 반말하지 마세요.] 그녀의 말에 승기 녀석 입을 헤 벌리고 있었고, 그러면서 어딘지 모르게 감탄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요? 그게 사실인지는 조사해보면 금방 알 수 있으니까 상관없고, 그럼 형님이 움직이실 수 있을 때까지 우리도 여기서 좀 신세 좀 집시다] 승기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그건 상관이 없지만 아파트가 좁아요 여긴 계신 분들 전부 다는 안될 것 같군요] 그녀의 말에 녀석들은 놀란 표정들이다. '왜 그러지?' [ 이봐요. 아가씨. 아무래도 아가씨 혼자 같은데 80평이 넘는 아파트가 좁다면 도대체 얼만 큼 커야 되는 거요? 그리고 방도 6개는 넘어 보이는데 말이요 한 3개면 이 녀석들 전부 지낼 수 있을 꺼요. 그러니 헛소리 말고 방이나 비우시오] 태우 녀석은 아까 그녀의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숫제 협박을 하고 있다. 80평! 이 집이 그렇게 넓었나? 하긴 이방에서 꼼짝도 못하고 누워만 지냈으니 어느 정도인지 알 리가 만무했지만 80평이나 되다니....... '이 여자! 얼마나 기술이 좋기에 이렇게 돈 많은 남자를 물었을까?' 기분이 엄청 나빠지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그건 안되겠어요. 여긴 내 작업실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방주인 들이 다 따로 있기 때문에 방을 내어 줄 수도 없어요. 지금 여분의 방은 겨우 1개예요] 그녀가 동요 없이 그러나 아주 매정하게 딱 잘라 말한다. [아니 뭐야? 뭐 이런 게 다 있어. 너 정말 죽고 싶어?] 태우의 거친 말에 내가 한마디했다. [그만해라. 어쨌든 집주인이 싫다고 하지 않냐? 다들 돌아가고 승기 하고 태우 그리고 너희 둘 정도만 남아. 나도 너희들이 있으면 정신만 시끄럽고 심난해져. 그러니 돌아들 가!. 가서 아버님께 이번 주내로 찾아 뵙겠다고 말씀드리고 다쳤다는 말은 하지마] [형님! 안됩니다. 형님!] [시끄러워! 무슨 말들이 그렇게 많아. 가라면 가지. 그리고 아가씨 방 하나 남는다고 했으니 그건 써도 되겠지?] [그건 상관없어요] [그럼 됐소. 어서들 가!] 내 말에 녀석들 군소리 없이 사라졌다. 그렇게 남자 다섯에 여자 한 명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나와 아이들이 그렇게 그녀에게 무례하게 굴었건만 그녀는 변함없이 내게 죽을 맛있게 끓여준다. 솔직히 내가 여기를 나가고 나서가 걱정이다. 그녀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다가 나가자니 어딘지 모르게 배가 아프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놈한테 이렇게 극진하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도 그 무표정은 변함없지만 .... 그리고 녀석들에게도 아주 잘해주고 또 이제는 어느 정도 친해진 모양이다. 끼니때마다 밥을 먹고 들어와서 이빨을 쑤시면서 녀석들이 하는 말을 듣고 느낀 것이다. [야,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누가 집에서 해주는 밥 먹어본다. 더럽게 맛있네!] [그 여자 솜씨 죽이네, 된장국이 기가 차요. 형님] 된장국이란 소리에 내 뱃속에 요란하게 노래를 불렀지만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된장국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그림의 떡이지. 죽도 겨우 받아서 넘기는 나의 처지에 그건 꿈속의 음식이나 마찬가지였다. [아, 오늘은 김치찌개였어요. 진짜 맛있더라구요!] 어느새 그 녀석들의 말투도 조금씩 부드러워져 가고 있었다. 그녀는 내게 늘 새로운 죽을 끓여 주는 것처럼 그렇게 녀석들에게도 늘 새로운 밥과 반찬을 해주나 보다! 그녀는 내가 그녀의 집에서 사라질 때까지 극진하게 대접해 주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아 보기는 처음이어서 그런지 그녀의 정성을 매일 받으면서도 날로 더 받고 싶다는 욕구가 거세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녀의 집을 떠나기 전날 여전히 변함없는 그녀에게 내가 말을 붙였다. [무슨 향수를 쓰는 거야?] [무슨 말씀인지?] 내가 그녀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굴었건만 그녀는 이상하게도 나에게는 경어를 쓴다. 반말하지 말라고 똑 소리 나게 태우에게 닦달하더니..... [좋은 냄새가 나는데 한번도 맡아보지 않은 향이라서 그래!. 나중에 내 애인한테 하나 선물하려고 말이야] '말도 어쩜 이렇게 예쁘게 할까!' [전 향수를 쓰지 않아요] [그럼 그 향은 뭐냐고?] [아마 난향 일꺼예요] [난향? 난향 이라는 향수도 있나?] 일자무식인 나! [아니요. 난향 이라는 향수가 아니고 난초를 말하는 거예요. 난이 꽃을 피우기는 힘들지만 꽃이 피면 향이 아주 좋아요. 그럼 난은 꽃을 피우게 잘 돌봐준 주인에게 자기의 향기로 감사를 표한다고 해요. 주인에게 자기의 향을 나눠주는 거죠. 그래서 난을 오래 가꾼 사람들 에게선 자기도 모르게 난 향이 배어난다고 하더군요. 전 잘 모르겠어요. 여태껏 향수는 한번도 써 본적이 없지만 늘 난에 둘려 쌓여서 자란 것만은 사실이거든요.] 궁금했던 내 속을 뒤집어 놓고 나를 개자식으로 만든 그녀 향의 전체는 '난초향' 이었단다. 내가 조금 답답해하자 그녀는 방문을 열어 주었다. 그래서 난 녀석들이 놀란 그녀의 집을 그제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진짜 넓긴 넓다! 나도 집이라고 불리기에는 너무 큰 곳에 살기에 그곳을 집이라고 부르지 안 고 요새라 부르는데 그녀의 집은 넓었지만 집이라고 불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곳곳에서 그녀만의 향기가 배어있었다. 그리고 각기 다른 모양으로 달려 있는 7개의 문! 부엌은 보이지 않는데 아마 닫혀져 있는 그 문들 중의 하나 중에 있나 보다. 내가 머물러 있던 곳은 미닫이문으로 처리된 전통 한옥 방으로 꾸며져 있었다. 그녀의 집에는 왠지 모르게 사람 사는 냄새가 배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 난들이 많이 있었다. 난에 대해서는 잘 알 수가 없었지만 아주 희귀한 종류로 잘 자란 티가 나는 그런 종자 좋은 놈들인 것 같았다. 생전 보지도 못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넓어서 거의 끝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넓은 거실 한쪽 면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난초들 옆에 세워져 있는 가야금! 그 동안 간간이 들여왔던 가야금소리는 그녀의 솜씨였나 보다. [가야금을 치나 보지?] 거실을 살펴보고 있던 내가 누워서 한마디했다. [가야금을 친다고 하지 않고 뜯는다고 하는 거예요] 그녀의 대답에 내 무식함이 다시 한번 들통났다. [어쨌든 치든 뜯든 당신이 하는 게 맞잖아?] [그리 잘 뜯지는 못해요] 전화벨 소리에 거실에 앉아 있던 승기가 전화를 받았다. 제가 주인이라도 되는 듯 당연하게 전화를 받았다. 그리곤 그녀를 부른다. 전화를 받았는데도 그녀는 아무 소리를 안 한다. 한참을 말없이 상대방의 전화를 듣고 있던 그녀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변화가 생겼다. [한번 다시 생각해 보고 말해요. 말이란 한번 입에서 나오고 나면 주워 담을 수 없어요. 그러니 지금 누구한테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잘 생각 을 하고 말해요 . 그러니 내게 그런 소리를 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고 말해요!] 아주 차가운 정말 얼음 칼날 같은 목소리다. 그녀의 목소리에 우리 아이들까지 긴장한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처음 보아서 그런가보다! 나 역시 긴장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충고 하나 하겠어요. 절대 주제 넘는 짓 하지 말아요. 당신 뜻대로 되는 일은 결코 없을 테니까 . 난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에요. 난 윤초희 예요. 절대 잊지 말아요. 당신이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내가 윤초희 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기억하도록 해요. 우리는 사랑에도 물불 안 가리고 덤비지만 복수는 더욱 더 심해요. 절대로 잊지 않아요. 난 내가 겪은 고통의 배로 상대에게 갚아줘요. 어느 누구보다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당신이니까 더 이상 말할 이유는 없겠죠.] 상대가 뭐라고 하는지 그녀는 듣고 있다. [내가 경고하지. 날 자극하지마!. 그리고 날 방해하지도 마, 날 방해하면 넌 내 손에 죽는다] 처음으로 듣는 그녀의 격한 말에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거칠게 전화를 내려놓고 다시 전화를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나야, 움직이기 시작했나봐. 그리고 시작해!]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그녀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히스테리 상태에라도 빠져 있는 것 같았다. 그제 서야 나는 그녀가 보통 신분이 아니라는 것을 서서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그녀의 모습으로 보아서는 남자의 정부로 지내기에는 너무도 당당하고 고고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가득 차 있는 가구들도 역시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닌 아주 오랜 된 골동품들인 것 같았다. 그냥 돈을 많이 주고 사서 쓰는 것이 아닌 대대로 손을 물리면서 써온 사람의 정성이 묻어 있는 그런 형태의 고 물건들이었던 것이다. 하다못해 내가 받아먹고 있는 밥그릇과 숟가락까지도 그랬다. 오래된 듯 하지만 정성스럽게 깨끗하게 보관한 것을 느낄 수 있는 물건이었던 것이다. '당신 누구야? 윤 초희 당신 누구냐고?' 머리 속에서 드는 단 하나의 물음이었다. 그녀의 이상한 전화를 받은 지 나흘만에 난 집으로 아니 요새로 돌아왔다. 솔직히 난 돌아오기 싫었다. 그녀와 좀더 같이 있고 싶었던 것이 내 마음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녀의 집에 더 머무를 만한 이유가 없었다. 아이들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조직도 나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아니 나는 그녀에게 어쩌면 짐스러운 존재였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안기다 시피 해서 나가는 나를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면서 한마디했다. [편히 가세요] 언제나 변함없는 그녀의 목소리와 행동! 고요한 그녀의 아무 동요 없는 말이 왜 그다지도 서운하게 들리는지 나도 모르겠다. 차에 타고나서 계속 그녀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승기와 태우는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느새 요새에 도착했는지 두 녀석이 나를 안아 내린다. 차에서 내린 나는 휠체어에 앉아 말없이 대문을 한 번 쳐다보았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내게 사람다운 새 인생을 준 분과 내가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곳! 15살 때 처음 이 집을 보고 난 이곳이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 할 수가 없었다. 우리 나라에도 이런 집이 존재하리라고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의 영화나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는 진짜 대저택이었던 것이다 . 그래서 난 집이라고 부르지 않고 요새라고 불렀다. 적들을 막아 낼 수 있는 방어망인 요새 ! 충분히 아니 솔직히 그런 역할을 하고도 남는 곳이었다. 대지 1000평 건평 300평의 3층 주 건물 그리고 각각에 떨어져 있는 별채 수영장, 테니스코트, 스쿼시장, 헬스장, 사우나 이런 모든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곳! 적으면 하루에 100명 보통 200명이 움직이는 이곳, 요새의 실질적인 주인은 나다. 난 지금 요새인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어서 오너라] [심려를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몸은 괜찮은 거냐?] [네 치료를 잘 받았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래, 다행이구나. 그만 나가보거라!] 몇 마디 하시지 않는 말속에서 나를 아끼는 그분의 마음이 느껴진다. 강한 선을 가진 그러나 너무나 큰 그 앞에 서면 난 언제나 늘 내가 작음을 실감하곤 한다. 하지만 반면에 존경심도 그 만큼 늘어간다. 나도 나중에 나이가 들면 그처럼 될 수 있을까 라고 늘 자신에게 뇌까리게 만드는 이 사람! 현존하는 깡패계의 살아있는 신화라고 불리 우는 이 남자 강명식! 바로 이분이 내 아버지 시다. 날 태어나게 해주신 분은 아니지만 세상에서 내가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를 내게 주신 분이다. 난 언제나 그 앞에선 15살 어린 꼬마로 되돌아가곤 한다. 그에겐 난 언제나 15살 꼬마인 것이다. 나는 편안하게 발뻗고 누울 수 있는 내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마음을 놓고 있었는지 누군가 뒤에서 나를 잡아 재치는데도 알아 차리지 못했다. 내 집이라는 안전감에서 나온 마음인것 같다. 그제야 소스라치게 놀라 뒤를 돌아다보니 유리가 나를 올려다 보고있었다. '하긴 맨손으로 나에게 손댈수 있는 사람은 이 작은 악마밖에는 없지' [잘 있었냐?] [왜 나가 죽지? 살아 왔어? 아예 나가서 죽지!] 울먹이는 소리로 말하는 유리! [미안하다. 사정이 그래서 연락을 할 수 없었어. 그래도 이렇게 살아 왔으니 네가 좀 봐줘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유리가 울먹이면서 내게 쏘아 부친다. [잘났어. 정말, 다시 한번 이런 일 있으면 정말 내 손으로 오빠 모가지 딸 줄 알아. 알았어?] [예 대장님! 알아모시겠습니다. 그런데 여자가 모가지를 딴다는 말이 뭐냐? 말 좀 예쁘게 해라.] [무슨 소리야? 깡패가 모가지 딴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그래. 나도 깡패다. 여 깡패! 알았어?] [알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요 대장님] 난 그녀에게 거수 경례를 부치고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그녀는 울음을 터트리면서 내게 안겨왔다. 아직 회복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유리의 공격을 받아서 그런지 상처가 터지고 말았다. 나의 터진 상처를 보고 제풀에 놀라 애들에게 의사를 부르라고 야단법석이다. 하여튼 이 말괄량이를 보니 정말 집에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터프한 아가씨는 아버지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게 여기는 고명딸인 강 유리다. 내가 형제로 여기는 유준이 와는 배다른 남매다. 하지만 유준이와 유리는 어떤 친남매 못지 않게 서로를 아껴준다. 집안이 그래서 그런지 좀 터프한 면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 흠이긴 하지만 하여튼 나를 오빠로서 무지하게 아끼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게 난 유리의 간호를 받으면서 서서히 회복되어 가고 있었다. 첫번째 재회 -그로부터 이주 후- 그녀만큼은 아니지만 정성스런 유리의 간호 덕분에 어느 정도 거동을 할 수 있게 된 나는 지금 거실에 앉아 있었다. 집의 가장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서재 이름만 서재라고 불리 우는 우리의 작전실 ! 도청에 대비해 1m 간격으로 도청방지 장치를 하고 있는 곳 우리의 모든 계획들이 세워지고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곳의 긴 탁자의 책상을 다 채우고 앉아있는 12명의 사내들! 실질적으로 나와 우리 조직을 이끌어가고 있는 핵심 맴버 들이다. 제일 윗자리를 차지한 내 앞에는 2개의 파일이 자리를 채우고 앉아있는 그들의 앞에는 1개의 파일이 놓여 있었다. [역시 그때 좀 이상하다고 생각 되더라니......] [현재 정혜정 아니 미치꼬 요시하라는 일본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런 본격적으로 일본 애들이 움직이고 있는 건가?] [그런가 봅니다. 아직 사장님의 생존소식이 그들에게 전해지지 않았는지 움직임이 아주 거세어 지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한국을 치겠다는 생각을 하는 건지 신사동 솔개 파를 먹었다고 합니다] [사장님 규모는 작다고 해도 전국구입니다. 그 녀석들이 그들을 매개체로 서서히 움직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조금 더 두고 보도록 하지. 그리고 이렇게 일이 진행되기 위해선 아무래도 내부정보가 필요했을 꺼야, 우리 조직과 연결된 모든 곳들을 철저히 수색해서 알아내! 무슨 일이 있어도 밝혀야돼. 그리고 경비 강화시키고 그리고 특히 아버님 신변 보호 확실히 해! 애들 좀더 보강하고 그리고 유준이도 신경 써! 아무리 녀석이 싫다고 해도 안돼 이번에는 전면전이야. 그 녀석들이 유준이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하지만 워낙 도련님이 싫어하셔서.....] [녀석에겐 내가 말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애들이나 붙여.] '감히 우리는 건드려 !' '이 쪽발이 새끼들 가만두면 내가 강유진 아니 저승사자가 아니다!.' [참 유준이는 돌아 왔나?] [네 오늘 오후에 도착하셨다는 연락 받았습니다.] [지금쯤 도착하실 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장님 소식 지금에서야 들으셨다고......] [그 동안 걱정하신다고 회장님이 알리지 말라고 지시를 하셔셔.....] [잘했다. 그녀석이 알면 더 시끄러워져. 안 알린 게 다행이야 알았다간 그 녀석 성질에 일에 팽개치고 쫓아올게 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렸다. '당연히 그녀석이겠지!.' 어느 누가 조직의 12 대위원 회의 중에 허락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 올 수가 있을지........ 아예 목을 내놓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얘기니까...... [잘 다녀왔냐?] [너 이 자식!] [그만! 오늘은 여기서 마칩시다. 다들 지시사항들 유념 하구요] [네 사장님 ] [어서 오십시요. 잘 다녀오셨어요? 도련님] 회의를 끝낸 그들이 녀석에게 한마디씩 인사를 한다. 그 소리에 녀석은 아무 대꾸도 없이 눈으로 날 죽일 듯 쳐다만 보고 있다. 녀석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말없이 조용히 방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안 죽고 살았네. 내가 송장 치는 모습 좀 보려고 왔는데 이거 전보다 더 팔팔해 보이잖아] 이를 갈면서 말을 하고는 내게 한대 갈긴다. 누가 남매 아니라고 할까봐 유리랑 하는 짓이 똑같다. 하긴 그렇게 사이가 좋은 남매니 이상할 것도 없지! 이런 또 상처가 터져 피가 나온다. [어떻게 된게 너희 남매는 하지 짓이 이렇게 똑같냐? 때리는 곳도 아주 똑같은 곳만 골라서 때리는 구나. 누가 남매 아니랄까봐 그러냐?] 녀석은 아주 냉소적인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이상하게 나와 관련된 일에는 조금 다혈질이 된다. [미친놈! 왜 그래?] [왜 그래? 지금 그 소리가 나와 ? 내가 그만큼 조심하라고 했지. 왜 내 말은 안 듣는 거야!.] [임마 아직 나 안 죽었어.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그리고 내가 너 때문이라도 절대 절대 못 죽는다. 나 죽으면 우리 조직이랑 내 꺼 전부 네가 가질텐데 내가 그 꼴을 어떻게 보냐? 배 아파서 도저히 못 죽는다. 그건 그렇고 잘 있었냐?] 녀석과의 만남도 참으로 인연이란 느낌이 든다. 스님의 반강제적인 하산명령에 산을 내려와 세상에 버려진 나는 오갈 데가 없어 며칠을 노숙을 하고 굶었다. 그런데 노숙을 한 곳에서 멀지 않는 곳에서 싸움이 일어났는지 주위가 소란스러워 주린 배를 움켜 주고 그 쪽을 가보니 내 또래로 보이는 녀석 하나가 어른들에게 둘려 쌓여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곱상하게 아주 예쁘게 생긴 어찌 보면 여자라고 착각 할 수도 있을 정도로 곱고 예쁘게 생긴 녀석을 어른들은 맨손이 아닌 무기를 가지고 위협을 하고 있었다. 그런 어른들을 녀석은 자기와 상관없다는 식으로 바라보고 일방적으로 맞고만 있었다. 꼭 죽으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그렇게 말이다. 급기야 그 사람들은 녀석을 때리다 무기를 꺼냈다. 그 와중에서 녀석은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았었다. 칼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그들의 싸움에 휘말렸나보다. 다른 건 몰라도 정당하게 싸우지 않는 어른들의 그 모습이 너무 싫었고, 무기를 꺼내 들고 덤비는 그들의 모습에서 난 나도 모르게 산에서의 악몽 을 재현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고 어느새 어른들은 쓰러져 있었고, 녀석은 나를 보더니 되려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야, 이 새끼야, 누가 너보고 끼어 들라고 했어? 왜 끼어 들었던 거야? 왜 죽게 내버려두지 않느냔 말이야?] '뭐라고? 그럼 이 녀석은 죽기 위해 그렇게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말이잖아.' 사람 목숨을 구해주고 이렇게 당하다니 난 내 자신이 기가 찼다. 며칠을 굶었고. 또 녀석의 주먹에 난 나도 모르게 쓰러져 버렸다. 내가 다시 눈을 떠보니 아주 낯선 이상한 곳에 와 있었다. 그리고 아주 멋진 아저씨가 자기 아들을 구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하곤 갈 때가 없으면 여기서 지내라고 했다. 그리고 자기 밑에서 일을 하라고 했다. 녀석의 아버지는 한눈에 내 재능(?)을 알아보고, 나를 친자식인 그 녀석 못지 않게 귀여워해 주었고 워낙 싸움을 싫어하는 녀석이라 이쪽과 관련된 일이라면 머리부터 젓는 녀석인지라 급기야는 그녀석이 앉아야할 자리까지 내게 주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아버지와의 사이가 좋지 않던 녀석은 상대 파에게 잡혀 일부러 시비를 걸어 싸움을 했다고 했다. 그 당시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노여움에 쌓여있던 녀석은 절 살려준 나를 진짜로 죽이고 싶어했다. 죽으려고 자살을 몇 번 시도하던 녀석을 이상하게도 매번 내가 구하게 되었다. 급기야 내가 아예 칼을 그 녀석에게 쥐어주었다. [죽고 싶으면 죽으라고 너 같은 것은 죽는 게 남은 사람들 도와주는 거야. 죽을 용기가 있으면 그 용기로 멋지게 살아서 대신 복수하면 되잖아!] 그렇게 그 녀석의 가슴에 칼을 안겨 주었다. 그런 나에 말에 녀석이 반응을 보였다. 서서히 살려는 의지를 보였고 그때까지 완전히는 아니지만 아버지와의 사이도 그런대로 나아지고 있었다 아버지가 습격을 당해 목숨이 아주 위태로웠을 때 드디어 아버지와 녀석이 화해를 했다.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조직간의 싸움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녀석은 그것을 아버지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조직이라면 그렇게 머리를 돌리고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던 것이다. 고아 아닌 고아로 자라온 막 배운 싸움 솜씨 하나로 이 자리에 온 나와는 달리 이 녀석은 진짜 전통 있는 싸움꾼 집안의 녀석이다. 그런데 그런 그 놈이 싸움이 싫단다. 저는 몸싸움보다는 머리싸움이 더 좋단다. 일자무식인 나와는 달리 이 녀석은 학교도 외국명문대에서 그 뭐시냐? NBA(국제 경영학 석사)라는 꼬부랑 학위도 가지고 있는 녀석이다. 생긴 건 또 얼마나 밥맛없이 생겼나 모른다. 어렸을 때는 여자로 착각을 할 정도로 예뻤었는데 어른이 되어서는 그 예쁜 것이 아주 잘 생긴 걸로 바뀌게 된 것이다. 녀석과 같이 서 있으면 난 완전히 방자가 되는 기분이 들 정도로 말이다. '머리 좋지! 돈 많지! 잘생겼지 !' 이런 그 녀석들을 보고 여자들은 불빛에 몰려드는 불나방처럼 모여 들였고, 그 와중에 한번의 아픔을 느낀 녀석은 여자를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게 되었다. 잘생긴 녀석의 외모만 보고 사람들은 그녀석이 약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그 사람의 목숨은 보장받을 수 없어지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나보다 더 보스 기질이 있는 독한 놈인 것이다. 그녀석이 싸움을 하게 된 이유는 내 몸은 내가 지켜야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였지만 하여튼 녀석의 덕을 많이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원체 조직을 싫어하는 녀석이라 조직에는 끌고 오는 것은 실패했지만 우리가 키운 사업을 불법에서 합법적으로 거대하게 확장을 해준 것이 녀석이었다. 녀석이 우리를 돕는 조건으로 내세운 조건으로 절대 마약에는 손대지 않고 인신매매나 무기거래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녀석의 조건을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였지만 지금은 차라리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의 조건을 들어주느라 그런 사업에 끼어 들지 않아서 그런지 우리는 한번도 검찰의 추적망에 들어간 적 없이 전국 최고의 조직체로 커 나갈 수 있었다. 한번도 검찰의 추적망에 들어간 적 없이 전국 최고의 조직체로 커 나갈 수 있었다. 이것이 녀석과 나의 질긴 인연의 본 바탕 이었던 것이다. 그런 녀석과의 인연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미소짓고 있는 나를 보고 녀석이 말을 붙였다. [일본 애들이라며? 괜찮겠어?] [그래 괜찮아.] [그건 그렇고 그 여자는 잡았어?] [미치코 요시하라. 25세 야마시다 조직장체의 한개 분파인 요시하라 분파의 딸래미 라는군. 일본으로 튀었어. 야마시다 오야붕의 정식 부인이 되려고 발버둥치는데 내가 그 미끼가 된 모양이야 . 하여튼 골 때리는 놈들이라니까. 아니 그래 안방마님이 되는데도 공을 세워야 하나? 참 ...] [그럴 수밖에.!남자가 죽으면 그 조직체를 여자가 대신 맡을 수 있으니까. 말하자면 대리 대통령이나 마찬가지인데 그 곳의 생리를 잘 아는 여자라면 절대 그 자리를 놓치려고 할 여자는 없겠지.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차지 하려 할테니까 말이야.] [내말이 그말이라구? 그럼 사랑은 어떻하냐구요?] [헤, 웬일이야. 천하의 강유진 입에서 사랑이라는 말이 다 나오고 말이야. 사랑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닭살을 떠는 네가 말이야] 그러고 보니 내 입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도 모르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흘러 나와 나 자신도 놀랐다. 무안해져서 얼른 말꼬리를 다른데로 옮겼다. [하여간 야심이 큰 년 이었어. 그래도 아깝기는 하군.] [ 솜씨 하나는 죽여줬는데......] [아직 정신 차리려면 멀었군! 그래도 넌 여복도 많은 놈이야. 구해 준것도 여자라며 사지로 몰아 넣은 것도 여자고 죽음에서 건져 준 것도 여자고 괜찮네 뭐 ! 그런데, 어떤 여자야? 오면서 애들 말 들어보면 끝내주는 여자 같던데....] [신경 꺼!] 온지 2시간도 안되었는데 벌써 여기에 있었던 것 보다 더 많은 정보를 주워들어 알고 있다. 역시 알아줘야 한다니까 ! 감탄을 하면서 그녀에게 은근히 보이는 그녀석의 관심이 싫었다. 퉁명스런 나의 대답에 녀석은 조금 놀랍다는 눈치를 보냈다. 여태껏 여자 문제로 다툰 적은 없었기 때문에 .... 녀석의 관심에 내가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밖에 될 수 없는 이유는 녀석이 나보다 훨씬 잘생겼기 때문이다. 내 외모가 박신양과 조금 비슷하다면 그 녀석의 외모는 거의 장동건과 아니지 장동건보다 10배는 더 잘생겼다 싸움꾼인 나에게는 훈장과 같은 상처가 온몸을 채우고 있지만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한 그 녀석의 몸은 보디빌딩으로 환상 그 자체이다. 뭐 이런 나의 치사한 생각은 알지도 못하는 녀석에게 부탁을 했다. [당분간 사무실 출근 좀 안 하면 안되냐?. 그리고 애들도 데리고.....] [야, 싫어!] [이건 어쩔 수 없어. 이건 너 개인의 문제가 아니야, 조직과 관련된 일이야. 니가 아무리 조직이 싫다고 우리와 관련 맺는걸 싫어하지만 이미 알 사람들은 너와 우리의 관계를 다 알고 있어 그러기 때문에 이런 싸움이 시작되면 넌 무엇 보다 가장 좋은 미끼가 되는 거야. 나도 좋아서 이런 거 시키는 거 아니야. 우리 조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 [젠장할.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어!. 이럴 수는 없다고.... 난 나대로의 일이 있어. 그럼 앞으로 내 일은 어떻게 되는 건데? 그럼 회사도 나가지 말까? 그냥 여기 숨어서 지내? 사건이 끝날 때까지 말이야? 임마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봐 너라면 그럴 수 있어?] [그게 싫으면 아이들이라도 데리고 다녀, 네 솜씨는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지만 숫자로 밀어 부치는 대는 장사 없어. 부탁이다. 한번만 네 부탁 들어다오!] [정말 이번 한번 뿐이야. 다음부터는 절대로 안돼!] [고맙다] 더 이상 같이 있는 것도 싫다는 듯 문을 꽝 소리 나게 닫고 녀석은 나갔다. 녀석이 나간 뒤 내 앞에 놓여 있던 2개의 화일 중 하나의 화일을 열고 내 신경을 집중시켜다. 그 서류를 다 읽고 나서 난 앉아있는 의자에 등을 기대어 거의 드러 눕다 시피 했다. 그녀의 정체 [젠 장 할.....] 욕밖에 나오지 않는다. 파일에 담겨있는 윤 초 희 그녀의 신상명세정보에 대해 난 정말 욕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 이번엔 확실히 진흙탕에 된통 걸린 것 같다'라는 생각과 함께 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담배 맛이 무척 쓰다. 성명 : 윤 초 희 나이 : 28세 직업 : 의상 디자이너 학력 : 서울 대학교 동양사학과 졸업. 동대학원 석사 학위 취득 배경 : 내 입으로 말을 하려고 하니 입이 써서 말도 못하겠다. 우리 나라에는 '오를 수 없는 나무는 쳐다도 보지 마라' 는 속담이 있다. 저기 파일에 써 있는 게 사실이라면 아니 당연히 사실이지! 그녀는 분명 내게 오를 수 없는 나무였다. 요즘 흔하 디 흔한 벼락부자의 딸이나 조금 더 많은 재벌의 딸이라면 난 코웃음을 치고 그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자랑은 아니지만 나도 돈은 좀 가지고 있으니까. 뭐 우리 나라에서 재벌이라고 해도 실제로 현금을 그렇게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난 진짜 현금 많이 가지고 있거든.... 보유 현금으로만 치면 우리 나라에서 3손가락 안에 들 꺼다. 그런 돈을 최고로 쳐주는 물질만능의 시대인 지금 내가 손대지 못할 존재! 그런 존재가 있긴 있었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는 그녀였으니 나에 대해서도 그렇게 초연할 수 있었으리라. 난 그녀에 비하면 발 밑의 때만도 못한 인간이기에.... 그녀는 소위 말하는 명문가의 여자다. 요즘 말하는 그냥 돈 좀 있고 아버지가 학자인 집안의 여자가 아니라 진짜 명문가의 여자다. 서양에서야 몇 백년 오랜 전통을 가진 가문을 상류사회의 일원으로 인정을 하고 그들을 존경하고 인정해주지만 우리 나라에선 그런 경우가 흔하지 아니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로 인정해주는 그런 집안이 있었다. 1910년 한일합방과 1945년 해방을 맞아 기존의 우리의 윤리사상과 사회질서 가 파괴된 우리 나라에선 그런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서도 그런 가문의 전통을 인정해 주는 집안이 있다.! 우리 나라는 유교사회다. 요즘 급격히 발전을 해 처음보다 변화의 흐름이 빨라졌지만 그대로 그 밑의 흐름의 정서 주체는 유교다. 반만년의 역사가 장난으로 흘러가지는 않았겠지. 그 많은 외침과 어려움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 남은 우리의 역사니까..... 그 역사 뿌리의 주체가 지금은 유교 인 것이다. 뿌리의 주체인 유교중심사상을 한 가닥 중심으로 이끄는 집안이 있다. '계동 윤씨' 1000년 전통의 계동 윤씨 집안인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 치면 돈이 많은 집안도 아니다. 그렇다고 권력이 있는 집안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 집안의 말 한마디면 그런 것들은 아무 소용이 없는 무용지물 이 되고 만다. 그들의 말 한마디면 현재 재벌이라는 사람들과 최고 권력가라고 부르고 있는 사람들도 하루아침에 밑바닥으로 끌어내려 질 수 있는 그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집안인 것이다. 조상 대대로 정치와 경제의 뒷면에서 막후 실세로 행세해온 집안인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집안은 확실하게 남녀 평등이 이루어져 있었다. 여자를 하찮게 여기던 조선시대에도 그녀 집안 여자들은 나름대로 자기 소유의 개인 재산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집안의 여자들은 옛날부터 손재주 특히 옷 짓는 재주가 뛰어나서 대대로 나라님의 어의를 대대로 지어왔다고 했다. 그것이 그 집안 여인들만의 가업이 되어 계속 내려오게 되었다고 한다. 바느질 솜씨가 좋아서 대대로 어의를 지어서 나온 재산을 여인들이 소유할 수 있을 정도로 남녀평등의 생활을 했다고 한다. 지금도 그녀 집안은 수장을 꼭 남자라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현재 대외적으로는 그녀의 의붓 숙부가 가장으로 표명되어 있으나 실제적으로 그 집안을 이끌어 가는 것은 그녀라고 했다. 그녀가 대한민국을 그녀의 손아귀에 쥐고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그녀의 할아버지가 살아있다고는 하나 그 분을 이미 일선에서 물러나 뒤에서 그냥 집안의 최고 어른 위치만을 고집하고 있고 집안을 이끌어 가는 것은 그녀가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외적으로 숙부로 알려진 정인우와는 사이가 좋지 않다고 했다. 성씨 에서도 알수 있듯이 친 숙부는 아니라고 했다. 어쨌든 손이 귀한 윤씨 집안에서는 집안의 일을 그에게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녀만은 그에게 거리를 두고 있다고 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 둘은 거의 원수와 같은 입장이라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조사 불능이라고 나와 있었다. 하기 계동 윤씨를 상대로 이정도로라도 조사를 했다는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 아닐수 없다. 그러니 그녀는 집안을 이끌어 가는 아니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실세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그녀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10년 전부터 집을 나와 혼자 생활을 한다고 했다.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는데 아마 10년 전에 죽은 오빠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추측이라고 했다. 집안에서는 그런 그녀를 다시 집안으로 들이기 위해서 아직까지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녀는 끄덕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집을 나와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녀 집안의 여자들만의 가업인 옷 만드는 일은 그녀가 이어서 하고 있다고 했다. ' 심가인' 그녀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이름이다.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지은이의 이름^^ 현재 상류층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꽤 인지도가 있다고 한다. 아니 솔직히 목을 멘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일단 그녀의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을 인정을 한다는 뜻으로 그것은 그들에게 굉장한 배경이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그녀가 디자인한 옷을 입는 사람은 2명뿐이라고 했다. 자 이런 특이한 아니 감히 나로선 넘볼 수 없는 배경을 가진 그녀를 어떻게 내 여자로 만들지 라는 생각에 난 문득 한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내 가슴 한쪽 귀퉁이를 그녀가 차지해 내 마음을 그녀 마음대로 조종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이었다. 아니 한번의 경험이 있었지만, 그때는 철모르던 어린 시절의 그저 치기 어렸던 행동과 사랑이라고 믿었던 감정의 배신으로 인한 하나의 좋은 경험이었을 뿐 지금 그녀에게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포기 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하지?] 내 머릿속은 아주 분주해 지기 시작했다. 첫번째 재회 그녀의 집을 나온 지 두 달이 거의 다 되어 갔다. 드디어 행동할 때가 된 것 같았다. 마침 유리의 생일도 다가오고 해서 선물을 한다는 핑계로 유리를 데리고 그녀의 의상실로 갔다. 천하의 강유진이 여자를 데리고 의상실에 가다니 지섭이 녀석이 보면 배꼽을 잡고 웃을 일이다. 하지만 일단 그녀를 만나야 겠다는 생각에 물불 가리지 않게 되었다. 머리를 아무리 굴리고 굴려도 그녀를 자연스럽게 만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정면 승부를 하기로 했다. 현재 2명의 옷만 만들어 주고 있다고 하는데 원하는 대로 돈을 주겠다고 하면 혹시 해주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것 보다는 그녀의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였다. 유리도 여자인지라 심가인 의 옷을 사주겠다는 말에 군소리 없이 따라 나온다. 처음 본 그녀 가게의 인상은 우아함이었다. 3층의 하얀색으로 밖을 치장한 요즘 최첨단을 걷는다는 다른 의상들의 분위기와는 달리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차분하고 안정적이게 만들어 주는 분위기였다. '역시 그녀는 하얀색을 좋아하나 보다'. 역시 가게도 그녀의 집의 분위기와 느낌이 많이 닮아 있었다. 아마 그녀가 직접 인테리어를 한 성 싶었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녀석들을 한 무더기 데리고 거의 벗은 듯한 도저히 옷이라고 이름지을 수 없는 천 쪼가리 두장을 달랑 걸친 여인을 데리고 갔는데도 안내를 맡은 아가씨는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녀와 같이 일을 하고 있어서 사람들마저도 그녀와 닮은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를 보고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판매원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예쁘고 단정한 아가씨가 미소를 지으면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윤초희씨 만나러 왔소] [약속하셨나요?] [약속은 안 했는데 강유진이 왔다고 하면 만나 줄 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그녀에게 물어보나 보다. 잠깐 통화를 하고 그녀는 우리를 2층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안내를 했다. [이쪽으로 올라가세요. 그럼 나와서 안내를 해주실 분이 계실 거예요] 2층으로 올라가자 그녀의 말대로 여자 하나가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진짜 글래머란 이런 여자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그녀보다 더 커 보이는 키와 윗도리 위로 불쑥 솟아오른 가슴과 쭉쭉 뻗은 다리는 미니스커트로 멋지게 장식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웬만한 탈렌트나 배우들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미인이었다. 녀석들의 눈이 반은 앞으로 뛰어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요. 이쪽입니다.] 글레머의 안내로 들어간 방은 진짜 한마디로 끝내줬다. 50평은 넘어 보이는 크기에 바닥에는 하얀 새털처럼 수북히 나온 고급 카페트가 깔려있어 아주 높은 하이힐을 신고 있던 유리가 앞으로 넘어질 뻔 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쪽에는 모여서 회의라도 하는 듯 둥근 원형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한쪽 벽을 온통 유리로 해서 자연광을 마음껏 음미 할 수 있도록 해 놓고 그 창 뒤로 아마 그녀의 책상으로 보이는 책상과 회전의자 놓여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카페트와 같은 색상의 소파 한 조가 놓여 있었고, 그 뒤로 화장실인 듯 보이는 문 하나가 놓여있었다. 굉장히 멋진 방이었다. 인테리어만도 한 재산 들어 간 듯 싶었다. 그 모습에 유리는 '휘익' 하고 입으로 휘파람을 한번 불고는 내가 하고 있던 생각을 입으로 뱉어 냈다. [누군지 몰라도 어떤 놈 등골 빠졌겠네. 한 재산들어겠는걸.......] [한 재산은 모르겠는데 등골이 빠진 건 맞는 것 같군요. 그 어떤 놈이 바로 저죠.] 낯선 남자의 힘찬 목소리에 우리는 시선을 돌렸고 그녀가 그 목소리의 주인공과 같이 서서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온 것이다. 거의 두 달만에 보는 그녀의 모습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오늘도 그녀는 하얀색을 입고 있다. 투명하도록 하얀 원피스! 보통 햐얀색 원피스를 입으면 뚱뚱해 보이는데 그녀는 반대로 아주 갸냘퍼 보였다. 이상하게 보호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어서 오세요. 오래 간만에 뵙네요.] [오랜만이요. 잘 지냈소?] [네 , 몸은 다 나으셨나요?] [그래요, 고맙소] 우린 그렇게 담담하게 서로 안부를 물으면서 다시 재회했다. [이쪽으로 오셔서 앉으세요. 지인 차 한잔 부탁할까요?] 우리의 안내를 맡아 주었던 그 글래머 아가씨의 이름이 지인인가 보다. 이름도 얼굴만큼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자리를 잡아서 앉자 그녀도 앉았고 아까 유리의 말에 아주 멋지게 응수한 낯선 남자는 그녀가 앉아있는 의자의 옆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앉는 모습도 말솜씨처럼 멋지군! 스타일도 괜찮고....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었다. 웬만한 여자는 뒤로 넘어갈 정도로 아주 멋지게 생긴 놈이었다. 키도 아주 크고 몸매도 아주 좋은 한마디로 그녀 의상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남자였다. 왠지 모르게 거슬리는 놈이었다. 그의 그 말이 거슬렸던지 유리가 반격을 나섰다. [그래 그 능력 있는 놈이 당신이라고 했는데 그럼 그렇게 능력 있는 너는 누구야?] 반말! 우리 강씨 집안 사람 아니랄까봐 유리도 입이 거칠다. 하긴 나도 처음 그녀를 보는 순간부터 반말이었지만...... [나? 그렇게 묻는 너는 누구야?] 만만치 않은 놈이었다. [나. 난 강유리다. 어쩔래 그런 넌 누구야?] [난 박강우다. 어쩔래?] 상황이 이상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녀를 보기 위해 창피함을 무릎 쓰고 의상실까지 왔는데 정작 본인은 입한 번 띠지 않고 있고 전혀 상관없는 제3자들의 싸움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지인이라고 불리는 아가씨가 차를 가지고 오자 싸우는 두 사람을 향해 그제야 한마디한다. [차 드세요. 식으면 맛이 없어요. 강우도 그만하고.....] 역시 감탄을 금할 수 없게 만드는 그녀다. 그녀를 한번도 안 겪어본 유리는 놀라 입을 벌렸고, 강우라 불린 녀석은 그래도 면역이 되었는지 시키는 대로 차를 마신다. ' 누구지?' '어떤 놈이야?' '그녀와 어떻게 관계되는 놈이야?' 머리 속이 또다시 복잡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웬일로 이렇게 오셨어요?] 그녀의 물음에 냉큼 대답하는 유리! [오빠가 내 옷 한 벌 해준다고 해서 왔어요. 여기 옷 그런 대로 괜찮다고 해서 내가 한번 입어 주려구요] 사태를 모르는 유리 ! [그래요. 아주 잘 오셨어요. 그리고 고맙네요. 제 옷을 입어주신다고 하시니.....] 그녀의 말에 강우란 녀석은 놀랐는지 차를 마시다 차를 입에서 품어내 유리의 얼굴에 쏟아냈다. 유리는 말 그대로 입안의 물세례를 받은 것이다. 너무 놀란 유리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그놈이 재빨리 수건을 내밀어 유리에게 준다. [괜찮아? 미안하다. 실수였어!] [실수? 이게 실수야. 니가 지금 이걸 실수라고 부른다면 뭐 할 수 없네 !] 그제 서야 정신을 차린 유리의 반격! 그들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말을 텄다. 그리고는 아직 입도 대지 않았던 차를 그대로 강우라 불린 녀석의 머리위로 들어 부였다. 그 역시 놀랐는지 아무 말도 없다. 그리고 내뱉는 한마디! [뭐 이런 허접쓰레기 같은 게 다 있어 ! 너 어디서 굴러먹다 온...뭐, 심가인의 옷을 입으러 왔다고....] [그만해요. 그리고 강우는 촬영하러 가야 하지 않나요?] 화가 나 거의 기절할 지경에 있던 그 녀석의 거친 말은 그녀의 한마디에 즉시 사라졌다. [넌 절대 우리 아니 심가인 옷 못 입어! 너 오늘 재수 좋은 줄 알아. 밤에 꿈자리가 사납더니 저런 것을 만나려고 그랬나 보군!] 그녀를 한번보고 시선을 유리에게로 옮긴 후 한마디하고 그 녀석은 밖으로 나가 버렸다.. '강유리 앞으로 내가 너를 데리고 다니면 진짜 인간이 아니다.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재를 뿌려 ! 어휴 동생이 아니고 웬수다 ! 웬수! 으 강유리 니가 책임져' 아직도 화를 참지 못하고 씩씩대는 유리를 보면서 속으로 내가 한말이다. [미안해요. 괜찮으세요? 제가 대신 사과 드릴께요] [왜 당신이 저 자식 대신 사과를 해? 난 절대 저 자식 사과 받아내고 말 꺼야] 유리의 눈에 튀는 불똥을 보며 난 밖으로 나간 강우라는 녀석이 불쌍해졌다. '또 한 놈의 인생이 망가지겠군' 아직까지 강 유리를 화나게 해서 그냥 무사한 사람을 본적이 없으니까.... 한마디로 강 유리는 복수의 화신이라고나 할까! 아니지 우리 강씨 집안 사람들의 특성이라고 해야겠지. 가훈이 '받은 것의 두배로 돌려주자'이니 할 말 다한 거지 뭐! 하여튼 내가 그렇게도 고대했던 그녀와의 재회는 이렇게 어이없이 끝나고 말았다. 그 상황에서 유리의 옷을 지어달라는 말은 도저히 할 수 없어서 그녀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 보고 그대로 나와야 했다. 너무나 허망하게.... 복수 그녀와의 재회를 그렇게 허망하게 끝을 낸 나는 너무나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본으로 복수를 하러 갔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한 해외 여행이었다. 그런데 거의 우리나라와 똑같은 거리 모습과 상점들로 이국에 왔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친절한 상인들의 모습에 일본이란 나라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뭐니뭐니 해도 내게 칼침 세례를 놓은 당사자 놈들을 앉지도 서지도 못하도록 평생 누워 지내게 만들어 놓고 온 것이다. 뼈도 못 추리게 해놓고 왔다는 것이다. '난 정말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놈이거든' 그 미찌코 여우 년의 말도 안 되는 사랑고백에 좀 어깨가 올라가기도 했고 말이야. 그 여우의 행방을 알아내는 즉시 그녀를 찾아갔다. 삼엄한 경비로 보아 역시 야쿠자의 집안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 대한민국 삼대 깡패조직의 하나인 우리가 그런 것쯤이야 아무 것도 아니지!. 들어가자마자 놈들을 한 대씩 갈겨서 뻗게 만들었다. 아파트라 그리 많은 인원이 지키고 있지 않은 탓도 있지만 말이다. 그녀는 아주 근사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집값 비싼 일본의 실정을 생각한다면 대단한 부가 아닐 수 없지만 그녀가 야쿠자의 딸이고 그 조직 오야붕의 정부로 본다면 그리 큰 것 같지도 않다. 솔직히 초희 그녀가 사는 아파트가 훨씬 크고 좋아 보였다. 내가 들이닥치자 그녀는 한편으로는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도 그리운 듯한 표정을 지어 날 황당하게 만들었다. [유진씨, 살아있었군요?] [그럼 내가 죽을 줄 알았어. 천만의 말씀! 내 별명이 저승사자야 그런 저승사자가 죽긴 왜 죽어? 이미 저승에 있는데 말이야?] 난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미찌꼬는 떨기 시작했다. [유진상 살려 주세요. 어쩔 수 없었어요. 조직에서 아버지가 안 그러면....] [당신은 오야붕 마누라로 후보에 올라가지도 못했겠지. 안 그래 ?] [유진상 어떻게 그걸.....제발 ! 살려 주세요. 당신을 사랑해요] [그런 귀신 씨라나 까먹는 소리는 하지도 마. 너와 나 사이에는 사랑이란 건 존재조차 하지 않았어. 어차피 둘 다 서로의 육체에 빠져 있었던 거야. 그걸 사랑이라고 말하면 안되지. 이 쪽발이 아가씨야!] [아니에요. 유진상. 난 정말 당신 사랑했어요. 그래서 몇 번이나 당신에게 말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당신은 나에게 전혀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아서.....] 더 이상 그녀의 말을 들어 줄 수가 없어 나는 아이들에게 눈짓을 했다. 아이들은 내 뜻을 알고 그녀를 방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방문이 닫혀짐과 동시에 방에서 들리는 그녀의 흐느낌과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난 느긋하게 담배를 한 대 피웠다. 1시간 정도 시간이 흐르고 방에서 아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발가벗은 그녀를 양쪽에 팔 하나씩을 잡고 데리고 나오는데도 그녀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소름이 끼친다는 듯 나를 보고 마구 떨기 시작했다. [어때, 재미있는 시간 보냈어? 나보다 우리 애들이 더 잘해 주지! 걱정마. 당신 모습 아주 예쁘게 찍혔던데...] [유진상... 설마...] [그럼, 아무리 정조가 없는 일본이라도 오야붕의 마누라가 조센 징들과 집단으로 관계를 가졌다면 절대로 좋아할 녀석들은 없겠지. 안 그래? 혜정!] 웃으면서 부드럽게 하는 내 말에 그녀는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었다. [유진상, 제발 안 되요. 그것만은 제발....살려주세요] [오! 아가씨 그럼 안 되지. 우리 서로 공평해야 하잖아. 넌 나를 죽이려고 했어! 만약 죽이려면 확실히 했었어야지. 내가 왜 저승사자인지 모르면서 날 건드린 네 잘못이 커. 난 언제나 내가 받은 것의 두 배로 돌려주는 버릇이 있거든 . 당신이 내게 준 것은 죽음이지만, 난 당신에게 죽음보다 더한 것을 줄 꺼야. 내 선물 잘 받아 주길 바래!] [유진상. 제발....] [걱정하지마. 비디오 테이프가 아주 잘 나왔더군 . 속달로 야먀구찌 오야붕에게 보내줄 테니까 말이야. 잘 있어. 혜정 아니 미치꼬 상 하하하] [유진상, 제발....뭐든지 시키는 대로 다 할께요. 제발 테이프만은.....] [정말 내가 시키는 대로 할꺼야?] [네 유진상 뭐든지... 무엇이든 지요?] [당신 아버지를 죽이는 일도?] [헉... 그건 그건...] [그래, 딸이 아버지를 죽인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 그건 나도 인정해. 그럼 나를 찌른 놈들은 알고 있겠지? 그 녀석들을 지금 이리로 오라고 할 수 있어?] [네, 유진상 그럴께요. 오라고 할께요] [전부 다 말이야!] [네, 전부다 불러모을께요. 7명이었어요. 7명 다 불러 올 수 있어요!] [그래, 그럼 지금 전화해] 나는 그녀에게 전화기를 내밀었다. 그녀는 전화기를 들고 7군데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는 발가벗은 채 긴장이 풀린 듯 거실에 주저앉아 버렸다. 예쁜 그녀였지만, 어쩐지 아주 천박하게 느껴졌다. '내가 저런 년을 한때나마 데리고 잤다는 말이지 아이고 강유진 너도 참 너다. 데리고 잘 년이 없어서 겨우 쪽발이 년이나...'. 한숨만 나왔다. 조금 있으니 벨이 울렸다. 우리는 미치꼬에게 문을 열게 하고 뒤에서 들어오는 놈들을 하나씩 잡아 쓰러뜨렸다. 미치꼬의 전화라 녀석들은 거의 방심을 하고 있었다. 일곱 놈을 승기와 태우는 말 그대로 개 패듯이 패기 시작했다. 맞아서 죽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 보여 주기라도 하려는 듯 정말 무섭게 때렸다. 내가 누워있던 모습이 떠올랐는지 때리는 강도가 더욱 세어졋다. 그런 승기와 태우가 때리다 지치고 말았다. 그래도 칭찬해 줄만한 놈들이었다. 녀석들은 정말 야쿠자라고 부를만 했다. 그 정도로 맞으면 아예 죽거나 정신을 잃는 게 정상인데 녀석들은 아직도 숨을 몰아쉬고 정신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만, 마무리는 내가 한다. ] 내 말에 승기와 태우가 물러선다. [그래도 칭찬해 줄만 한 정신들이다. 역시 너희들은 야쿠자야. 그런데 재수 없게도 너희들은 한국의 명동 저승사자한테 걸리고 말았어. 원망하지마. 너희들이 뿌린 씨니까 너희들이 거둬야 겠지!] 난 웃으면서 녀석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7명의 손과 발의 맥을 끊기 시작했다. 처음 이 무공을 스님께 배울때 이런 살생의 수단으로 이용될 줄은 정말 몰랐다. 불교의 비기인 "선 유 도" 임진왜란때 사명대사에 의해 개발되어 불교의 보물과 그외 중요인사의 보호 방법의 하나로 쓰이기된 불교의 전승 무술 선유도는 공격의 무가 아닌 방어의 무였다. 그런 무로 나는 공격의 그것도 인명살상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죽은 스님이 알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가만두지 않으셨을텐데 하여튼 그런 무공으로 지금 일본놈들의 팔다리으ㅢ 맥을 끊고 있었다. 내가 움직이자 녀석들은 필사적으로 도망가려고 몸부림쳤으나 지금의 상황에선 쓸모 없는 힘 빼기일 뿐이었다. 내가 저승사자인 이유를 그들에게 똑똑히 보여주었다. [너희들은 나를 살려 놓는 실수를 저질렀어. 죽이려면 철저하게 했어야지]. 선유도' 라는 불교의 무공으로 난 그들의 손과 발의 맥들을 끊기 시작했다 [깡패의 첫 번째 수칙이야. 끊을 땐 사정없이 끊어라. 알겠냐!] 그들이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난 한국말로 설명을 하면서 그들을 하나하나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으로 넣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평생 안지도 서지도 못하고 누워서만 지내야 할 것이다. 싸움이 천직인 그들에겐 그것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일 것이다. 난 내가 당한 고통을 그렇게 그들에게 돌려주었다. 우리 아이들은 평소와 같이 웃으면서 그들의 맥을 끊고 있는 나를 보고 고개를 돌렸고, 미치꼬는 이제 몸을 떨다 못해 기절을 하고 말았다. [너희 대장한테 가서 전해라. 한국에서 강유진이 너희 야마시다 조직에게 선전포고를 한다고 말이다. 너희 같은 조무래기들을 시킨 것이 실수였다고 전해!. 나를 죽이려면 좀더 그럴듯한 놈들을 보냈어야지. 그래. 겨우 이 정도의 놈들로 나를 죽이려고 하다니 자존심이 너무 상하는군. 나를 살려준 은혜는 반드시 갚겠다고 전해라. 아, 그리고 한가지 더 알려 줄게 있어. 너희들은 이리로 부른 건 저기 발가벗고 누워있는 미치꼬야. 잘 알아 들었길 바래. 승기야 한마디도 빼지 말고 번역해라] 승기가 내 말을 전하자 그들은 안색이 변하면서 기절해 있는 미치코를 보며 눈에 살기를 띄우고 있었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이 배신은 가장 무서운 적이었다. 기절한 미치꼬를 깨웠다. [미치코 난 너를 분명히 살려 줬어. 이젠 되었지!] [하이, 유진상 감사합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쓰] 기절한 동안의 내 말은 듣지도 못한 미치꼬가 내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잘 있어. 미치꼬. 네 솜씨 하나는 아직도 끝내 주던걸. 아까 테이프 보니까 아직도 녹 쓸지 않았더군 . 잘 지내길 바래.] 나는 웃으면서 그녀의 눈에 비친 절망에 어느 정도 분이 풀렸다. 난 살려 달라는 미치꼬를 그렇게 살려주고 유유히 그녀의 아파트를 나왔다. 나오기 전에 그녀의 아버지에는 전화를 하고 야마구치에게 속달로 비디오 테이프 하나를 부치고 말이다. 내가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가진 이유를 그녀도 이제서야 알아차린 듯 했다. 그런 날 아이들은 더욱 무서운 듯이 대하고 있었고 .......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분은 풀어 진 듯 싶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인생의 밑바닥이지만, 나를 기만한 놈들은 결코 그대로 두지 않는다. 그것이 인생밑바닥들의 아니 자기 혼자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 된 행동일 것이다. 나를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두 번 다시 나라는 존재를 상대에게 잊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처참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 의 공통된 행동양식들 인 것이다. 그래서 이 세계에서 다를 나를 그렇게 무서워하는 것이다. '그런데 감히 쪽발이 일본 놈들이 나를 건드려 ' 죽으려고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온 격이다. 나는 언제나 내가 받은 것의 두배로 돌려주기 때문이다. 정도 사랑도 미움도 아픔도 배신도 말이다. 야마시다 오야붕은 그런 나를 건드린 것이다, 솔직히 어떤 놈인지 얼굴이라고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놈이 내게 보고 싶은 얼굴은 보여 주지 않고 목소리를 들려 주었다. 돌아오기 전날 저녁에 호텔로 그 녀석이 전화를 걸어 온 것이다. [일전에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강상을 모라 뵙고 큰 실수를 저질렀나 봅니다. 제게 충성을 보일 욕심으로 그랬나 본데 넓으신 아량으로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말은 정말 그럴싸하게 잘도 했다. 하긴 예의 하면 일본이 아닌가! [별말씀을요. 그런데 그때 만난 분들은 괜찮으신 지 모르겠군요] 어떤 상태인지 뻔히 알면서 그 녀석의 약을 올려 주었다. [아 불행하게도 녀석들은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저희에겐 이미 쓸모가 없는 놈들이 되나 서요. 하 하 하] 이 녀석도 나만큼이나 지독한 놈인 것 같았다. 조직에 쓸모가 없어졌다고 한때 부하였던 녀석들을 죽인 것을 보면 말이다. [강상과의 만남을 아주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 쪽바리 놈이 감히....... 난 그냥 깡패가 아닌 한국 제일의 깡패였다. 내 자존심이 일본 놈들의 칼에 맞은 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놈에게도 똑같이 해 주겠다고 경고했다. 그놈은 서로 열심히 하자고 친구에게 말하듯 내 말에 맞장구를 쳤다. 역시 내 적수가 될만한 놈이었다. 그 전화를 끝으로 난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녀와의 또 다른 재회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두번째 재회 그렇게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나에게 지섭이 녀석이 왔다. 살아 돌아온걸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한잔 산다고 했다. 유준이가 내 분신이라면 녀석은 또 하나의 나 인 것이었다.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마침 녀석이 새로 맡게된 나이트 클럽의 오픈 날 이란다. 그 동안의 회포를 풀기 위해 오랜만에 지섭이 녀석과 유준이 이렇게 셋이 뭉치게 되었다. 현란하게 돌아가는 나이트의 불빛들 속에서 이러 저리 몸을 부딪힌 채 몸을 비벼대고 흐느적거리면서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 가장 번화가에 자리 잡고 있고 새로 오픈한 나이트라서 그런지 손님들이 엄청 나게 밀려 들어왔다. 그녀와의 두 번째 재회는 그렇게 의외의 장소에서 우연하게 이루어졌다. [어서 오십시요 형님] [어서 오십시요 형님] 유준이 나 지섭이 그리고 한사람에 두명씩 붙어 있는 보디가드 녀석들을 보고 지배인과 웨이터 녀석들은 허리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요] 우리를 위해 방이 마련되었고 우린 술로 그 동안의 긴장과 회포를 조금씩 풀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손님들이 일제히 나가기 시작했다. 아니 손님들을 일제히 내보내고 있다고 해야 하는데 옳을 것이다. 그 와중에서 웨이터와 손님들간에 작은 마찰들도 생겨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술을 들고 온 지배인에게 물었다. [네, 저 오픈날 홀 전체 예약이 들어 왔습니다. 12시부터 6시까지 매상에 2배를 준다고 해서 예약을 받았습니다.]] [그래, 돈 깨나 있는 놈들이겠구나. 어떤 놈들인지 상판이나 한번 보자] 지섭이의 말이었다. [저기, 아닙니다. 형님! 여자들입니다.] [여자?] [네, 일행 중에 생일인 사람이 있다고 케이크와 샴페인을 준비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그 말에 신경도 쓰지 않고 술을 마시다 밖으로 나가는 손님들 사이에서 들어오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늘씬한 자태에 하얀 옷을 입은 단아한 그녀의 모습........ 난 내가 잘못 본 줄 알고 눈을 깜박였고 다시 보아도 여전히 그녀는 거기 그렇게 존재하고 있었다. 내 행동이 이상했던지 유준이 녀석이 묻는다. [왜, 뭐 잘못된 거 있어? 유진아?, 유진아?] [어, 응? 아니야] 내 대답이 이상했던지 지섭이 녀석도 한마디 던진다. [아닌 거 같은데, 무슨 일이야?] [아는 사람을 만난 거 같아서 말이야] [아는 사람, 누구?] [생명의 은인] 녀석들의 시선이 밖으로 향했고. 나가는 사람들과는 달리 들어오고 있는 일행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저기 서 있는 저 여자야?] [그래] 내 말에 지섭이 녀석이 웨이터에게 지시를 한다. [야, 너 나가서 저기 서 계신 여자 분 모시고 와라] [네 형님!] 웨이터가 다가가 그녀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하자 그녀는 우리가 있는 창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매직미러라서 내가 보이지도 않을텐데 그녀의 시선은 똑바로 나를 향하고 있었다. 몇 초가 몇 시간처럼 느껴지더니 어느새 그녀는 방안으로 들어와 나를 보고 있었다. 나를 보고도 그리 놀라지 않는다. 침착함, 극단의 표정 변화 없는 그녀의 평상시 모습 그대로 말이다. 서로를 그렇게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어색한 순간을 유준이 녀석이 깨어 주었다. [어서 오세요. 이 멍청이를 구해주신 분이라고 분 이라죠. 전 녀석의 형님인 강 유준 이라고 합니다.] [야, 임마 왜 내가 내 형이야. 내가 형이지!] [그런데 쓸데없는 수고를 하신 것 같네요. 이 녀석이 죽는 것이 우리나라 발전에 이바지하는 일이었는데......] 그렇게 말을 하는 지섭이 녀석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내 힘에 녀석은 테이블에 쳐 박혔고, 그런 우리를 그녀는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도 하얀색이었다. 그 하얀색이 왜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나도 하얀색을 입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그제서야 난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시요. 오랜만이요. 그 동안 잘 지냈소? ] [네, 이제 상처는 거의 다 나으셨나 보네요] 우리의 대화가 유준이 녀석에겐 기가 찬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런데 웬일이요? 이런 델 나오고 말이요. 절대 이런데 올 사람으로는 안 보이던데......] [일행 중에 생일인 사람이 있어서요. 축하해 주려구요] [ 돈 잘 버시나 봅니다. 여길 통째로 빌린걸 보면요. 웬만한 돈으로는 안 될텐데....] [먹고 살 만큼은 벌어요] 유준이의 말에 그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당차게 대답했다. 진짜로 잘생긴 유준이의 얼굴을 보고서도 그녀는 별 느낌이 없나보다. 그 사실이 왜 이렇게 기쁜지........ [그럼 합석합시다] 지섭이가 한마디한다. [글쎄요. 제 마음대로 정 할 수는 없는 문제 라서요. 일행들의 의견도 있고 해서...] 그렇게 말을 하는 그녀의 뒤로 문이 열리면서 여자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들어오는 그녀들을 보고 녀석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우리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던 아가씨들도 마찬가지로.. 그러고 보니 그녀의 의상실에서 보았던 그녀도 일행에 들어 있었다. '지인이라고 했던가?' 그녀의 출연에 지섭이 녀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번 보면 절대로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늘신한 몸매와 아름다운 얼굴! 나머지 일 해들도 그녀에 못지 않은 미인들이었다. 아마 모델들인 것 같았다. 그리고 입고 있는 옷들도 장난이 아니었다. 그녀들의 출연으로 우리 옆자리에 앉아있던 아가씨들이 웬지 모르게 초라 해 보이는 건 무슨 이유일까? [무슨 일이야?] [웬일이야?] [홀 빌려놓고 여기서 뭐해?] [아는 사람이야?] [오 물 좋은데!] 전부 동시 다발로 한마디씩 하는 그녀의 일행들! 어, 그런데 물 좋다니 우리보고 한 말인가? [깜짝 생일선물이야? 괜찮네 탱큐 고마워 역시 초희 라니까 그러니 네가 내 친구가 될 수 있는 거야!] 물 좋다고 했던 일행 중 가장 어려 보이면서 가장 예쁜 여자의 말에 우리는 입을 벌리고 다물지 못했다. (아마, 그녀의 생일인가보다) 우리 옆에 앉아있는 아가씨들과 보디가드 녀석들은 새파랗게 질려서 앉아있었다. 그 말발 좋은 지섭이 녀석마저 가만있는 걸 보면 확실히 한가닥하는 여자인 것 같다. 가장 어려 보이는 이유는 키가 가장 작았기 때문이다. 그녀를 비롯해 다들 170은 넘어 보였는데 유독 그녀만은 겨우 155가 될까 말까할 정도의 키와 아주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날씬하다 못해 말랐다고 생각될 정도로 야위어 보였다. 우리가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기도 전에 우리 시중을 들던 아가씨들은 보이지도 않고 이상하게 우리가 그녀들의 시중을 드는 것 같은 정말 이상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른바 우리가 선수(여자 술시중 드는 남자 호스트)가 된 것이다. 너무 어이가 없던지 지섭이 녀석이나 유준이 녀석은 한마디도 못하고 그냥 입만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녀석들을 보고 그녀를 쳐다보니 그녀는 웃음을 참느라 고생을 하고 있었다- 처음이다. 정말 생기 있는 표정 ! 그런 그녀에게 나도 똑같이 고생하고 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그녀가 살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초희 돈 좀 들었겠다. 평소에 그렇게 노랑이처럼 굴더니 웬일이야? 아, 어쨌든 거두절미 하고 우선 기생 점고 부터 하자 오빠야, 너부터 이름 대라] 졸지에 화려한 말솜씨의 파트너가 된 유준이를 가리키며, 그녀가 말했다. 표정을 보니 뭐라고 한마디 할 것 같은데 녀석이 표정을 바꾸며, [어머, 언니 정말 예쁘고 멋있다. 난 언니 같은 손님이 오면 정말 좋더라. 저 유준이라고 해요. 예쁘게 봐 주세요.] 간들어 지는 듯 여자 흉내를 내는 유준이 모습에 우리는 정말 턱이 빠지게 웃고 말았다. 평소에 여자 보기를 돌같이 , 오는 여자가 너무 많아 처치 곤란이었던 녀석이 저러니 정말 온 몸에 소름이 오싹 들고 너무나 우스웠기 때문이었다. 그때까지 아무 말도 않고 있던 그녀가 웃으면서 그 밝힘녀한테 말을 했다 [지수 너 실수했다. 이분들 그런 사람들 아니야!] [무슨 말이야? 그럼 누군데?] [일전에 나 의상실 비운 적 있었잖아. 그 일과 연관된 분들이야. 너 실수한 거야] 그 말에 그 밝힘녀의 말이 더 걸작이다. [야, 농담하지마. 이렇게 잘생긴 조폭들 봤냐? 스타일도 꽤 잘 빠졌는데 뭘! 그만해라. 내가 너의 속임수에 빠지랴. 그리고 얘가 나한테 인사한 거 들었잖아. 예뻐해 달라잖아] 그녀의 말에 우린 모두 웃음을 터트렸지만 당사자인 유준이 녀석은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런 우리의 모습에서 뭔가를 느꼈는지 그녀는 번 갈라 가면서 한번씩 우리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그 모습에 우린 전보다 더 크게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그렇게 해서 서로 통성명과 자기소개를 하고 나자 그 밝힘녀 왈 [그럼 진짜 생명의 은인인 거잖아요. 초희 생명의 은인은 나니까 오늘 은혜 갚는 셈치고 우리 시중 들어 주면 되겠네요 뭐!] 정말 대단한 밝힘녀가 아닐 수가 없다. 더 놀라운 사실! 그 밝힘녀 의 직업이 변호사란다. (이쁜 건 진짜 무진장 예쁘다) 그 말을 듣고 유준이 녀석이 한마디했다. [요즘 우리 나라가 변호사를 인물로 뽑나보지!] 유준이 녀석의 썰렁한 말에 우리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동고가 되어갔다. 아까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녀석의 심술이 시작된 것이다. '오 제발 유준아 나 좀 봐다오. 평생 처음으로 가지고 싶은 여자를 만났는데 네가 초를 치려고 하는구나. 제발 친구야 도와다오' 속으로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역시나 우리의 밝힘녀는 대단했다. [요즘은 깡패도 인물로 하나봐!] 라고 단숨에 역습을 가했다. [난 깡패가 아니오] [나 역시 그저 그렇게 그런 변호사는 아니예요.] [그럼 법을 지킨다는 변호사가 남자 호스트들은 어떻게 알고 있소? 가봤소? 가봤다면 당신은 법을 어긴 거요. 아직 우리 나라에선 호스트 바를 인정하지 않으니까 말이오. 법을 수호한다는 변호사가 그런 데를 가고 그래도 되는 거요? 그게 변호사라는 거요? 뭐요? .] 정말 변호사가 맞긴 맞나보다. 유준이의 비난에 끄덕도 없이 받아치는걸 보면 아니 한 술 더 떠서 말을 받아 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당신은 내게 3가지 질문을 했지만. 난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해 3가지로 답을 하고 보충 설명을 해 주겠어요. 첫째 네 호스트바 알고 있어요. 둘째 네 가봤어요. 세째 난 법을 어기지 않았어요. 법을 지키러 들어갔죠. 옷 벗고 나오기 전까지 검찰청에서 근무했거든요. 호스트바 덮치러 들어가 봐서 바가 어떤 곳인지 누구보다 더 정확히 잘 알고 있어요. 이상 질문에 대한 답이 되었겠죠] 천하의 강유준의 말문이 막히는 것을 내 살아생전에 보게 되다니.... 그 순간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반갑네, 동지. 저승사자와 더불어 얼음 왕자도 사랑이라는 그물에 빠져들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평소 여자에게 두마디 이상은 하지 않는 녀석이 핏대를 올리며 싸우는 모습을 보니 음 아무래도 녀석이 좀 밀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유유상종이라고 역시 잘난 여자는 친구도 잘난 여자를 둔 다는걸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의 뚝딱거림은 계속 되었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망칠 정도는 아니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즐거운 시간이 계속 되었다. 하나를 잘하면 뭐든지 잘한다고 그 밝힘녀! (그녀의 이름은 김지수라고 했다) 술도 엄청 잘 마셨다. '[생일 축하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술값은 내가 계산하죠] 라는 지섭이 녀석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그녀의 입으로 엄청난 양의 술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진짜 말 그대로 물 마시듯이...... 그것도 양주를... [비싼 술이라 맛이 정말 좋네요]라는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말이다. 그런 그녀를 친구로 두었기에 난 그녀도 당연히 술을 마실 거라고 생각해 술을 권하는 나를 보고 그 밝힘녀 (죄송하지만 계속 인상에 남아서) [어, 초희 술 주지 마세요. 걔 술 마시면 안 되요] 그 말에 놀라 눈만 끔벅거리는 나를 보고 그녀는 [알코올이 몸에 맞지 않나 봐요. 전 술 마시면 안돼요] 원 세상에 바야흐로 21세인 맞은 지금 술을 못 마시는 처녀 가 있다고 그 누가 믿으랴! (난 단언한다. 그녀가 숫처녀라고) 특히나 나의 직업상의 배경으로 봐서 말이다. 내 앞에 그녀가 없었다면, 나도 믿을 수 없으리라.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상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술을 물처럼 마신 변호사 아가씬 마시면 마실수록 멀쩡해지는 반면 평소에 술귀신 이라고 불린 유준이 녀석이 술에 취해 인사 불성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술자리를 파할 시간이 되자 난 내 전례가 생각이 나서 그녀의 친구들에게 애들을 붙여서 집으로 보냈고 그녀는 내가 직접 데려다 주기로 했다. 그런데 의상실에서 본 지인 이라는 아가씨가 안 된다고 자기가 바래다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에 그녀는 괜찮다는 한마디로 사태를 해결했다. 처음엔 좀 이상하게 여겼었는데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천하의 강 유준이 더 시급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유준이가 기가 막히게도 그 변호사 아가씨의 품에서 떨어지려고 하질 않아서 애를 먹고 있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그 술꾼 밝힘녀 변호사 아가씨가 유준이를 데려다 주게되었다. (이거 분위기 심상치 않은데....흠) 떨어지지 않으려는 유준이를 어깨에 기댄체 우리의 변호사가 아가씨도 우리의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그들을 보내고 나와 그녀는 승기와 태우의 호위아래 그녀의 아파트로 향했다. 첫경험 거의 두 달만에 다시 보는 그녀의 집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친근감이 든다. 집에 데려다 주고 가려는 내게 그녀는 차 한잔 마시고 가겠냐고 제의를 했고 조금이라도 더 그녀와 같이 있고 싶은 나는 흔쾌히 청을 받아 드렸다. 그녀가 쟁반을 가져오자 난 반사적으로 일어나 그녀의 쟁반을 받았고 그런 나를 보고 그녀가 웃으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 받으시겠어요. 녹차예요. 커피보다 술 깨는데는 더 좋아요 우전 이예요] 그녀의 말에 얼굴이 붉어진 채 에궃은 머리만 벅벅 끓는 나! '우전이 뭐야' 처음 듣는 말에 난 그냥 씩 우고 잔 채 들고 벌컥 벌컥 마신다. 한입도 안될 양이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그녀가 말을 했다. [그렇게 마시는 방법도 있군요. 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음미해서 입안에 넣어 돌려 마시면 녹차 향이 입안데 감돌아 그 향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라며 손수 시범을 보였다. 왼손의 엄지 중지 약지로 잔 바닥을 받치고 오른손 중지와 약지로 잔 위쪽을 잡고 한 모금 마시더니 입안에서 차를 돌리는 듯, 입이 약간씩 움직인다. 입을 조금씩 움직이며 차를 마시는 그녀의 그런 모습에 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이제서야 밝히지만,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 허리 아래 녀석이 야단이었다. 나이트에선 술상 덕분으로 면했고, 차안에선 코트로 잘 가리고 참았는데, 그녀의 입술의 움직임에 난 이성을 저만치 보내 버렸다. '세상에 못 오를 나무가 어딨어? 그녀는 내 꺼야' 라는 악마의 속삭임과 함께..... 양손을 들어 차를 마시고 있는 그녀의 양 볼을 감싸안으며 내 입을 그녀의 입술에 지그시 가져다 댔다. 그녀가 거절할거라는 들고 있던 잔을 내게로 던질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난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그녀가 아무런 반응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놀래서 그랬다고 보기에는 시간이 길었다. 그녀는 나를 거부하지 않은 것이다. [입을 벌려봐] 라는 내 말에 그녀의 양 입술이 벌어졌다. 난 재빨리 내 혀를 그녀의 입속 으로 집어넣었다. 그녀는 첫 키스가 분명하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난 더욱 더 참을 수가 없었다. 닫혀져 있는 그녀의 입술을 두드려 입을 열게 하고 곧장 그녀 속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그녀의 입술이 내 생명줄 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렇게 매달렸다. 연악 하고 부드러운 살의 결정체가 내려와 나와 것과 춤을 추었다. 세상에나 28살이나 먹은 여자가 키스 한번 못해봤다 고하면 다들 천연기념물이라고 할 것이다. 그녀의 말대로 녹차의 향과 맛이 낫다. 그 향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난 그녀의 모든 향과 맛을 내 것으로 만 들 것처럼 그렇게 그녀의 입안을 헤엄쳐 다녔다. 혀를 움직여 그녀의 아랫니와 윗니를 훑고 혓바닥과 입천장을 애무하고 내 입속의 꿀을 그녀의 입 속으로 계속해서 넣어 주었다. [삼켜] 그 말을 하고 난 다시 그녀의 입을 막아 버렸다. 내 말에 그녀가 복종하자 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두 손이 그녀의 온몸으로 자리를 옮겼다. 양복 위로 느껴지는 그녀의 손길에 가슴이 떨리고 아려왔다. 그녀는 나의 거센 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손길을 아낌없이 받아 주었다. 그런 그녀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목, 가슴, 배, 허리, 허벅지 등 손이 닿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그녀의 몸을 애무하고 입술을 떼지 않았다. 그녀의 것도 먹고 싶었는데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그녀는 내가 한 것과 똑같이 그녀의 것을 내게 건너 준다. ' 이럴 수는 없어, 세상에 이럴 수는 없어, 이런 느낌이나 감정은 한번도 겪어본 적 없어' 단단한 나의 배 근육이 그녀의 여성을 누르며 떨고 있었다. 나는 하체를 그녀에게 비벼 대고 몸부림치며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그녀는 그런 나의 움직임에 괴로운 듯 숨을 헐떡였다. 그 소리를 듣고 나는 그녀의 온몸으로 더욱더 바쁘게 움직여 다녔다. 그러던 중 내 손이 드디어 그녀의 면 팬티 사이로 들어가서 그녀의 검은 털을 가볍게 쓸어 주었다. 그녀가 더욱 더 요동을 쳤다. 손가락을 세워 가볍게 솟아오른 그 부분을 눌렀다. 그리고 손바닥을 펴서 그녀의 전체를 덮었다. 따뜻함이 가득한 곳! 손이 들어가자, [헉] 하고 그녀가 신음을 내뱉었다.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그녀의 음모를 움켜쥐었다. 무성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그녀는 나를 반기듯 촉촉히 젖어 있었다. 그 놀라운 감촉에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손가락의 움직임에 그녀가 놀라워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내 어깨를 더욱 감싸안고 내게 안겨왔다. '그녀를 가져야겠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이 여자는 이런 대접을 받을 여자가 아니다' 라는 생각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난 손을 빼내었다. 두 남녀의 숨찬 숨소리만이 방안을 지배할 뿐 아무 움직임이나 소리도 없었다. 그녀의 감겨져 있는 눈에 입을 맞추면서 [미안해, 이럴 생각은....] 내 입에 그녀의 손이 와 닿았다. 손이 치워지고 대신해 그녀의 입술이 내게 다가왔다. 그녀는 내가 한번 가르쳐 준대로 그대로 따라왔다. 배우는 속도가 아주 빨랐다. 너무나도 멋진 솜씨에 난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그녀가 계속해서 내 혀를 애무하고 입술을 빨아 당기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그녀를 안고 눈을 마주 본 채 물었다. [괜찮겠어?] 내 물음에 그녀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를 안고 내가 머물렀던 방으로 향했다. 언제 들여놓았는지 방안엔 침대가 놓여 있었다. 침대를 살펴보고 있던 나에게 그녀가 말을 했다. [침대가 더 편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는 내 목에 손을 감고 나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 살며시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고 난 내 옷부터 조용히 벗기 시작했다. 내 행동을 그녀는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고, 칠흑 같은 어둠속이었지만, 우린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서로의 체취로 상대를 알아 볼 수 있었다. 내 옷을 벗는 의식을 끝내자, 난 침대 위에 있는 그녀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옷을 느리게 벗겨내기 시작했다. 마치 무슨 신성한 의식을 치르는 제사장처럼..... 어둠 속이었지만 그녀의 몸은 내 가슴에 각인 되었다. 난 그녀를 안았다. 그녀가 숨이 막혀 질식해할 정도로 꽉... [정말 괜찮겠어? 싫으면 지금 말해. 그럼 여기서 그만 둘께] 내 말에 그녀를 내 목을 더욱 꼭 껴안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좁은 어깨, 약간 작은 듯한 가슴 ,정말 내 두손 안에 잡힐 것 같은 허리,길쭉한 긴 다리 그런데 조금 의외의 사실 그녀의 배가 조금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아주 보기 좋은 정도로........... 그 배로 이내 내 욕구가 더욱더 거세게 타올랐다. 그 모습을 보고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춘 채 그녀의 몸을 애무해 갔다. 손가락으로 그녀의 둔덕을 쓸어 내려갔다. 아까와 같이 그곳은 이미 젖어서 부드러워져 있었다. 슬며시 그녀의 부푼 부분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비틀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엉덩이를 위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좋아? 아프지 않아? 아프면 말해] [잘 모르겠어요. 그냥 내 몸이 내 몸 같지가 않게 느껴져요. 이상해요] 그런 그녀의 몸을 손으로 훑고 입술로 핥았다. 목, 어깨, 가슴, 허리 , 배 입술이 그녀의 배꼽을 애무할 때 그녀는 허리를 들어 올렸다.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나 보다. 나는 손가락을 그녀의 젖은 곳에 슬며시 밀어 넣었다. 빠르게 느리게 깊숙이 얕게 리듬감을 타는 나의 손가락에 그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듯 했다. [움직이지마. 최대한 다치지 않게 하려는데 잘 될지 모르겠어. 처녀는 처음이어서 말이야. 이해해 줘 그냥 나만 따라와 알았지?] [알았어요] 힘겨워하는 그녀의 몸에 나는 나의 거대한 몸을 맞추며 인상을 썼다. 한번에 끝내야 했다. 충분한 애무로 달구어져 있는 그녀의 몸이었지만, 내 커다란 몸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좁고 여린 곳이었다. 내 끝을 그녀에게 맞춘 채 그녀를 움직이지 못하게 단단히 잡고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괜찮아. 괜찮아. 힘주면 안돼. 고통만 더 해져. 힘 빼고 그냥 날 믿어] 내 말을 따른 그녀에게 짧은 입맞춤을 한 후 엉덩이에 힘을 주어 끝까지 그녀 속으로 침식해 들어갔다. 그녀의 소리 없는 비명이 내 입안에 가득 울려 퍼졌다. 그녀는 나에게 벗어나려고 했다. 고통에 흐느끼며 몸을 떠는 가느다란 그녀의 몸을 올려 안으며 나는 그녀의 안에서 멈추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미안해. 곧 괜찮아 질 거야] 나는 끊임없이 그녀의 여린 몸을 애무하며 그녀를 가만히 안고 있었다. 처음엔 움찔거리던 그녀도 다시 나의 입맞춤에 대답했고. 우리는 서로의 혀를 비벼대기 시작했다. 나를 밀쳐내지 않는 그녀의 반응에 난 그만 의식을 끈을 놓아 버렸다. 손으로만 애무했던 그녀의 가슴에 내 이빨 자국이 났다. 양쪽 가슴 모두..... 난 그녀의 가슴을 입으로 애무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입술로 그녀의 가슴을 애무하는데도 성에 차지가 않는다. 아무리 애무를 해도 말이다. 나의 갑작스런 난폭함에 그녀가 움찔한다. 그래도 피하지는 않는다. 끝날 것 같지 않은 내 입술의 가슴 공격에 그녀의 몸이 이러 저리 흔들린다. 그리고 이성을 놓아버린 내 열정적인 몸짓은 고삐 풀린 망아지를 연상시켰다. 머리 속이 하에 지는 느낌 ! 그 다음에 찾아온 건 암흑!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가 없다. 이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존심과 창피함에 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녀의 첫 경험을 망쳐 버렸던 것이다. 여자가 오르가즘을 느껴서 종종 행위 중에 잠깐씩 기절한다든 말은 들어봤지만, 남자가 그렇다는 소리는 한번도 들어 본적이 없는데, 지금 내가 그 처음을 만들었다. 22살 이후로 여자 없이는 거의 하루도 그냥 보내지 못했던 내가 말이다. 의식을 되찾고 인식한 것은 내가 아직 그녀의 안에 머물러 있고, 내 밑에 누워있는 그녀가 부드럽게 내 어깨와 등을 쓰다듬어 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저번에 칼에 찔린 자국들에는 자잘한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상처투성이인 내 몸! 성한 곳 한군데 없는 여기저기의 칼자국과 상처자국이 나 있는 내 몸을 그녀는 엄마가 아기를 쓰다듬어 주고 만져주듯 부드럽게 안아 주었다. '부끄러웠다.' 이런 상처투성이의 몸을 그녀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았다. 밤이라 그 상처가 보이지도 않을텐데 나는 나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 부끄러움을 퉁명스러움으로 대신했다. [만지지마. 난 누가 내 몸 만지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아 !] 정나미가 뚝 떨어지는 차가운 말투였다. [ 이젠 당신 몸 아니예요. 내 몸 이예요. 그러니 앞으로는 소중히 해야 되요] 그녀의 역설적인 말에 난 나도 모르게 힘이 쭉 빠져 버렸다. ' 도대체 이 여자는 나를 얼마나 더 놀래 키려고 이러나 몰라' 그리고는 힘껏 껴안고 간절하게 그녀의 입에 나에게 생명을 다시 가져다 준 것처럼 내 숨을 불어넣었다. 그리고는 검다 못해 푸르게 보이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 속으로 내 얼굴로 가져다 묻었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머리 결에 한없이 안겨있고만 싶게 만드는 냄새가 났다. 역시 나를 취하게 만드는 그녀만의 향이 났다. 그녀가 난향 이라고 했던 그 상큼한 향과는 또 다른 달콤한 향이다. 난 나도 모르게 그 향을 깊숙이 들이 마셨다. 들이마시고 들이마셔도 그 향은 내게 성 마른 배고픔만을 선사했다. [난향 과는 또 다른 향 같군. 냄새가 정말 좋아. !] [창포물에 머리를 감아서 그래요] 그녀는 생활자체가 옛날 방식 그대로 인 것 같다. [창포! 그건 또 뭐야? 당신은 정말 별 희한한 것들을 많이도 알고 있군!] [창포에다가 머리를 감으면 머리 결도 훨씬 좋아지고 머리도 쉬지 않는 다고 하잖아요. 왜? 그래서 예전에는 5월 단오에만 밖에 나올 수 있었던 여자들이 개울가에 모여서 창포로 머리를 감고 동백 기름을 머리에 발랐다고들 해요]. [그런 것도 했데? 옛날이라도 여자들 치장은 지금과 마찬가지 였나 보군] [머리의 향으로 정인의 가슴에 불을 지르려는 뜻도 있다고 했어요. 실제로 예전에는 여자의 머리를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꼽았으니까요. 옛날이라도 자기 남자에게 사랑 받고 싶은 여자의 마음은 언제나 같으니까요!] [그럼 당신은 그 창포 향이라는 걸로 매일 머리 감아?] [아니요, 오늘은 특별한 날 이라 서요.] 그녀의 말에서 느껴지는 뉘앙스에 나는 가슴이 떨렸다. 그녀의 말을 해석하면 '나에게 사랑 받고 싶다는 뜻이 되는 건가?' 하여튼 가슴이 무지하게 빠르게 뛰어 숨이 차 오르게 했다. 꼭 가을 운동회때 100m 달리기에서 일등으로 들어왔을 때의 그 즐거움과 가슴 뜀처럼 말이다. 하긴 학교는 구경도 못해본 놈이 그런 것을 알 리도 없지만 내가 학교를 가서 운동회에 참석을 했더라면 지금의 내 기분과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분에 나는 그녀 속에서 또다시 몸을 움직였고, 그 움직임에 녀석은 아주 좋아라 맞장구 치면 그녀 속을 헤매고 다녔다. 너무나도 좋은 느낌이었다. 그 느낌은 그녀의 아픈 신음소리에 의해 정신이 번쩍 난 나로 인해 사라지게 되었다. 그제야 내가 아직도 그녀 안에서 그녀를 너무나 힘들게 헤매고 다니고 있는 사실을 알았다. 그녀가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나는 나 자신을 자제시켜며 그녀 속에서 조심스럽게 나와 옆에 누워서 그녀를 가만히 안았다. 내가 그녀에게서 빠져 나오자 그녀는 아픈 듯 신음을 내뱉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도 모를 정도인데 그녀에게까지 신경 쓸 겨를이 솔직히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퍼뜩 놀라운 사실 2가지를 알게 되었다. 첫째는 콘돔, 안전장치 없이 사랑을 나누었고, 둘째는 내가 입으로 그녀의 가슴을 애무 했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그렇게 걱정이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녀의 가슴에 더욱더 입을 맞추고 싶은 것은 또 어떤 이유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접고 방에서 나와 욕실에 가서 따뜻한 물과 수건을 가지고 와서 그녀의 몸을 닦아주었다. 처음에 그녀는 내게 그녀의 몸을 보여 주는 게 부끄러운지 움츠려 들려고만 했다. 상처투성이인 내 몸은 자기가 그렇게 부드럽게 애무해 주었으면서 정작 내가 자기를 만지려 하니까 자꾸 피하기만 한다. [괜찮아. 피를 흘렸잖아. 닦아 내야지. 그리고 괜찮은 지도 봐야겠고 말이야!] 그녀는 계속해서 내 손길을 피하려 들었고 나는 그럴수록 더욱 집요하게 그녀를 닦아주려고 했다. 솔직히 그녀가 상처를 입지나 않았는지 무척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경험이 많은 여자들도 나를 상대 할 때는 힘겨워 했는데 하물며 처음인 그녀에게 난 아주 힘든 상대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리 큰 상처는 보이지 않았지만 아까 물을 가지러 욕실에 갔을 때 거울을 통해 본 내 허벅지의 혈흔이 그녀에게는 배로 묻어 있었다. 너무나 미안했다. 뭐라고 말로 할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는 첫 경험이었을 텐데 너무 신경을 못써준 것이 사실이었다. 너무나 미안했다. 뭐라고 말로 할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는 첫 경험이었을 텐데 너무 신경을 못써준 것이 사실이었다. [괜찮아? 아프지 않아] [괜찮아요. 참을만해요. 이미 조금 아프리라고 생각했었는걸 요. 걱정하지 말아요] [미안해, 다음에는 좀더 조심하고 잘해 줄께!] 난 정말 말주변이 없는 놈이다. 내 이치에 안 맞는 말에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냥 웃기만 했다. 궁금증이 일어났다. [왜 나와 잤지? 당신 정도면 나보다 훨씬 나은 상대를 만날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당신 정도면 이라......? 무슨 뜻이세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당신 자신이 더욱더 잘 알텐데 ..... 당신 윤초희 ! 계동 윤씨의 외동딸말이야] [알고 있었나요?] [그럼 내가 아무 여자하고나 이렇게 뒹굴 줄 알았어? 난 여자 없이 지내기도 힘든 놈이지만 그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는 일단 알고 뒹구는 놈이야!] [그래요. 다행이군요! 그래서요?] [그래서요? 라니 왜 당신 같은 여자가 왜 나같이 보잘 것 없는 놈과 잤냐는 아니 처녀를 주었냐는 말이야. 내 말은....] [당신에게선 그리운 향내가 나요.] [당신을 보면 누군가가 많이 떠올라요. 아주 그리운 사람이 말이에요] [무슨 말이야?] [당신을 보면 말이에요. 난 내가 완전한 사람이라고 느껴지거든요. 당신이 그랬죠? 어떻게 당신을 구했냐구요? 전혀 상관도 없는 당신을 말이에요. 그렇게 누워서 죽어가고 있는 당신의 눈이 내게 날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었어요. 그냥 살려 달라는 것이 아닌 날 좀 안아 달라는 그런 외로움이 아주 진하게 묻어 나 있는 것처럼 내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당신을 내 집으로 데리고 오게 된 거예요. 당신은 나에게 아주 멋진 추억을 되새겨 주었어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신을 보면 오라버니가 생각나요.] [무슨 뜻이야? 오라버니라니. 오빠를 말하는 거야] [그래요. 내게 하늘같았던 내 오라버니요. 그런 오라버니를 당신이 닮았어요] 그녀의 이상한 대답에 아니 그리운 아주 못 견디게 보고 싶어하는 그 목소리에 나는 더 이상 그녀를 추궁할 수가 없었다. [날 사랑하긴 하는 거야?] [사랑이 무엇인데요? ] [응 저 그... 그건... 나도 모르겠어.] [내가 당신 사랑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당신에게 안기고 싶은 것만은 사실이었어요. 우리에게 그것만 있으면 되지 않나요?] 내 물음에 그녀는 그런 엉뚱한 아니 어찌 보면 너무나 현실적인 말로 대답을 하고는 나를 마주보며 내 눈썹을 손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그녀의 행동에 난 더 이상 물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나를 받아 주었다. 다른 놈이 아닌 나를 말이다. 그 사실에만 신경 쓰기로 했다. 그녀는 나를 뿌리치지 않은 것이다. '그녀는 나를 버리지 않을 거야 '라는 생각이 문득 지나갔다. 왠지는 모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기 당신 안고 자도 돼? 당신 힘든 건 아는데 그래도 안고 자고 싶은 데.....] 내 말에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안아 준다. 난 벌거벗은 그녀를 안고 잠의 나락 속으로 빠져들었다. 마지막으로 생각 나는 건 내가 그녀의 가슴을 입에 물고 빨고 있다는 사실뿐이 이었다. 아직 여명이 밝아 오지 않은 어둠 속에서 계속적으로 들리는 규칙적인 진동 소리를 느끼며 잠의 수면위로 부상했다. '무슨 소리지' 거칠고 안전하지 못한 생활 탓에 난 잠귀가 아주 밝았다. 그리고 늘 혼자 자는 것이 버릇이 되어 있어서 낯설게 들리는 소리에 경계를 하게 된 것이다. 내 옆에 있는 여자의 나신에 좀 어리둥절한 것이 사실이었다. 내 앞에 봉긋 솟아있는 무성한 이빨자국이 나있는 여성의 가슴을 보고서야 난 그것이 그녀의 심장소리란 걸 알았다. 밤새 내가 그녀의 가슴을 괴롭혔는지 그녀의 가슴은 성한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 나는 자면서도 그녀를 꼭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은 폼이었다. 내 포옹이 힘들었을 텐데 그녀는 불평 없이 그 숨막힌 짓눌림을 참았나 보다. 꼭 끌어안고 있는 우리의 몸 사이엔 한치의 틈도 없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이대로 모든 것이 계속 되었으면 '이란 생각을 했다. 조용히 내 품에 안겨 자고 있는 그녀를 더욱 가까이 끌어 당겨 안았다. 상처투성이인 그녀의 가슴을 애무하며 내 하체를 계속 움직였다. 허리 밑의 녀석은 어느새 일어서서 재시동을 기다리는 듯 힘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 손을 내려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들이밀었다. 그녀의 음핵을 꼭 누르자 그녀의 몸이 자동적으로 스르르 열렸다. 그녀도 이젠 잠에서 깨어 나를 소리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혀로 그녀의 목과 가슴을 핥으면서 한 팔로는 그녀의 허리를 안고 아직 부어서 얼얼해 보이는 그녀의 안으로 손가락을 천천히 들이밀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느린 움직임에 그녀의 숨결이 조금씩 불규칙해졌다. [잘 잤어? 좋은 아침이야!] [잘 잤어요. 그래요. 좋은 아침이에요] 언제나 저럼 동요 없는 잔잔한 수면 같은 그녀의 대답에 내 마음은 차분하게 안정되어갔다. 나의 손놀림과 혀는 더욱더 대담하고 빠르게 그녀의 전신을 애무해 갔다. 갑자기 그녀가 몸을 떨자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왜 그래? 내가 당신 다치게 한 거야?] [아, 아니예요. 그.. 그냥....] 그녀가 내 손길에 반응을 보인 것이다. 난 그 모습에 또다시 이성을 잃고 울부짖는 야수처럼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그녀는 몸을 들어 올려 주었고, 난 그대로 그녀 안으로 단번에 들어갔다. 내 엉덩이 근육이 힘차게 춤을 추면서 그녀의 다리사이를 달리고 있었다. 그리곤 몸을 세워 그녀의 허벅지를 두 손으로 끌어올리고 거칠게 엉덩이를 돌리기 시작했다. 나는 좀더 그녀와 가까워지고자 그녀의 다리를 들어 내 허리에 감게 했다. 그런 나의 몸짓에도 그녀는 신음 소리 한번 내지 않고 그저 나를 안고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나는 그녀의 손에 내 손을 까지 끼운 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 그녀에게 눈을 맞춘 채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리곤 깍지 낀 손을 풀어 그녀의 손을 입에 넣고 빨기 시작했다. 그녀가 나를 죄는 리듬에 맞춰 나도 손을 깨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뒤로 뉘이며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고 난 그녀가 깨문 입술에 입을 맞추어서 상처를 달래 주었다. 그런 다음 밤이라서 볼 수 없었던 우리의 율동의 근원지로 그녀의 손을 잡고 내리기 시작했다. 그곳에 손을 댄 그녀가 놀라 손을 떼고 내 목을 조를 듯이 끌어안자 난 어제와 같이 또다시 혼자서 질주하기 시작했고 나도 모르게 또 다시 잠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사랑의 깨달음 아침인가 보다. 햇살이 감은 눈 위로 눈부시게 비춰진다. 늦잠을 잔 것 같다. 보통 새벽에 잠이 들어도 6시에는 자동으로 눈을 떴는데..... 무의식중에 담배를 찾았다. 공복의 첫 담배는 남자의 인생에서 오르가즘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미 오르가즘을 느꼈지만 말이다. 오늘은 그 느낌을 두 배로 느끼고 싶어 찾았는데 그녀의 집에 담배가 있을 리 만무한데 습관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 같다. 어제 기억이 떠올랐다. 역시 남자는 늑대고 도둑 이라더니 내 입가에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미소가 지워졌다. 나는 충분히 아니 솔직히 처음으로 사랑의쾌감을 느꼈지만, 그녀는 과연 어땠을지 자신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제의 나를 떠올려 보면 말 그대로 발정 난 한 마리 짐승처럼 행동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밖에서 두런두런 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를 하나....'. 한쪽 켠에 단정하게 개어져 있는 옷을 입고 (아마 그녀가 일어나 정리 한 듯) 거실로 나가자, 승기와 태우가 밥을 먹고 있었다. 차에서 밤을 샌 모양이다. 그런 녀석들의 아침을 챙겨주다니......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뜨겁다. 요즘 들어 너무 자주 이런 현상이 일어 나는 것 같다. 나를 발견한 녀석들은 밥을 먹다가 벌떡 일어났다 [저기, 형님 괜찮다고 했는데 형수님이 막무가내로 들어오라고 하셔서요] '형수님 듣기 좋군!' [괜찮아, 앉아서 먹어] 내 말에 녀석들이 그래도 움직이지 않자 [밥 먹으라니까!] 그제야 앉아 먹던 밥을 다시 먹는다. 난 녀석들이 보든 말든 그녀에게로 가 허리를 안으며, 코를 그녀의 목에 대고 웅얼거렸다. [잘 잤어? 몸은 괜찮아?] [괜찮아요. 샤워하고 식사하세요]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오면서 어제 입었던 속옷을 그대로 입고 나오려는데 노크소리에 이어 그녀의 한쪽 팔이 쑥 들어온다. 그녀의 손에는 남자 속옷이 들어 있었다. [입어요] 입기는 했지만 괜히 신경질이 났다. '집에 남자 속옷까지 챙겨두고 있나?' 라는 생각에 난 나도 모르게 심술이 나기 시작했다. 욕실에서 나오니 구수한 된장냄새가 거실에까지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었다. 주방으로 들어온 나를 보고 그녀는 [시간에 딱 맞춰 들어 왔네요. 시장하죠? 자리에 앉으세요] 갑자기 말이 많아 진 듯 한다. 어떤 일이나 질문에 2마디 이상 안 하던 그녀인데..... 녀석들은 그새 다 먹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식탁을 내려다보니 언제 일어나 이 많은 걸 다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반찬이 많았다. 배추김치, 깍두기, 오이소박이, 호박전, 달걀말이, 김, 게장 두부부침 등 고급 한정식 집에서나 볼 수 있는 고급 그릇에 단정하게 담겨있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 절로 군침이 돈다. 그 중간에 된장찌개를 내려놓고 내 앞에 밥 그릇하나와 전에 먹던 은수저를 내어 준다. [뭘 이렇게 많이 차렸어. 난 솔직히 아침 안 먹어. 다음부터는 이렇게 하지마 힘들게 뭐하러 이렇게 해!] [그래도 아침은 꼭 챙겨 먹어야 해요] [밥 먹기 전에 한가지 물어도 돼? 도저히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뭔데요?] [아까, 나 준 속옷 어디서 난 거야?] 그 말에 그녀는 대답을 못하고 얼굴이 빨게 졌다. '그녀가 얼굴이 빨개져?' 내 여자 윤초희가.... 한참을 우물쭈물 하던 그녀는 [아침에 밖에 나가서 사 왔어요] 세상에 혼자 사는 여자가 새벽부터 나가 남자 속옷을 사러 돌아다녔다니 우스운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 왠지 모르게 너무 뿌듯해서 정신이 다 나갈 정도다. 아마 그때 녀석들은 데리고 들어 왔나 보다 [녀석들 시키지?] [당신 옷인 걸요. 내가 하고 싶었어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내 얼굴도 붉어진다. 어색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난 수저를 들고 이것저것 내 입으로 막 퍼 넣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보고 웃으면서(요즘 그녀는 내게 자주 웃어 준다) 내 옆에 앉아 젓가락을 들고 이것저것 내 수저 위에 놓아준다. [같이 먹지?] [당신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요] '맛이 좋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 입맛에 꼭 맞춘 것처럼 그렇게 맛이 있다. 걱정이다. 이 맛에 길들여 질까봐! 내가 이걸 먹고 싶다고 하면 그녀는 수저 위에 반찬을 올려 주고 난 넙죽 넙죽 잘도 받아먹는다. 아마 그녀가 손수 장만했으리라 아침에 일어나 내 속옷 준비하고 아침준비하고 그렇게 부지런을 떨었을 그녀를 생각하니 왠지 나도 모르게 눈가가 붉어진다. 여태 살아오면서 나를 위해서 이렇게 까지 해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난 한번도 이런 대접을 받아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너무나 쑥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행복이 계속 되길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신이 계신다면 이 행복을 빼앗지 말아주세요. 세상에 나서 처음 느껴보는 정이고 사랑입니다. 사랑 ! 그렇다 그 순간 난 이제 영원히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난 그녀를 사랑한다. 난 그 순간 내가 그녀의 영원한 포로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무나 커다란 사실을 너무도 일상적인 생활에서 느낀 것이다. '난 윤 초 희 그녀를 사 랑 한 다' . 위협 평소에 주스 한잔 토스트 한쪽으로 때우던 아침에 밥그릇 꾹꾹 눌러 2공기를 먹었으니 속이 더부룩하지 않으면 그것이 더 이상한 거지! 과식을 한 모양이다. 내 모양새를 보고 그녀는 바늘을 가지고 와서 날 따준다고 했다. [이리 와요. 체한 데는 따는 게 제일 좋아요. 소아제니 그런 것보다 말이에요. 어서 이리 와요] [싫어 무섭단 말이야 !] [아니, 지금 뭐라고 했어요? 칼을 16군데나 맞은 사람이 지금 바늘이 무섭다는 거예요?] [그래 무서워, 아잉 무서워 그거 하지 말고 그냥 엄마손 약손 하면서 배나 쓱쓱 문질러 줘. 그럼 나을 것 같아!] [이런 어리광쟁이, 아프다는 것도 다 거짓말 인가봐!] [아니야, 나 정말 아파.! 배 아파 죽겠어, 엄마 나 호 해줘!] 사랑을 하면 사람들은 유치해 진다고 하는데 내가 직접 그렇게 되어보니 하나도 유치하지 않다. 뭐 이게 살아가는 재미인 것 같아서 너무나 기분이 좋다. [핸드폰 번호 가르쳐 줘!] [저 핸드폰 없어요] [무슨 말이야?] [이상하게 기계에 적응이 안 되어서 그런지 기계에다 대고 말 하는 거 이상해서요. 그래서 안 가지고 다녀요. 가지고 다니면 여기 저기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해서요] [그럼 평소에 연락 어떻게 해? 그러니까 급한 연락 같은 거 말이야?] [집하고 가게에만 왔다 갔다 해서 집이나 가게로 하면 언제나 통화 가능해요] [정말 대책 안서는 여자라니까... 그건 그렇고 괜찮겠어?] [뭐가요?] [나 같은 놈 사귀어도 괜찮냐고? 어제도 말했지만 당신 같으면 나보다 더 좋은 놈 만날 수 있잖아!. 아니 그런 놈들이 당신 잡으려고 눈을 켜고 있을 텐데 앞으로도 그렇고 말이야. 하지만 당신이 내 여자가 되면 난 그런 꼴 못 볼 테고 그럼 당신은 늘 나한테 얽매여서 살아가야 하는데 괜찮냐고? 나 하나로 만족하며 살수 있는 난 말이야 내 말은..... 만약에 싫으면 지금 말해 그러면 놓아줄게!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당신은 죽을 때까지 내 여자로 있어야 돼! 그럴 수 있겠어? 당신 같은 신분의 여자가 밑바닥 인생인 깡패의 여자로 만족할 수 있느냐는 말이야?] 내내 머릿속을 휘젓던 생각을 입으로 뱉어냈다. 시원하기는 한데........ [지금 나 놓아 줄 수 있어요?] 난 한참을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못 놓아줘, 안돼!] [그럼 말로 날 떠보지 말아요. 난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타입 이예요. 천 마디 말보다 어제의 내 행동이 내가 당신에게 가지고 있는 내마음을 표현 한 거예요. 말로서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겠어요? 처음은 달콤하고 감미롭게 하겠죠. 하지만 그건 가식이야!. 행동으로 하지 않는 말은 진실한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은 거예요. 난 당신한테 내 진심을 보여 주었어요. 그걸 가지고 나에게 확인하려고 하지 말아요. 내 마음은 변함없으니까요. 믿지 못하는 당신 자신의 마음속을 한번 들여다봐요. 내 마음이 아니라 ........] [그래 당신 말이 맞아. 당신 마음이 아니라 내가 나 스스로를 믿을 수가 없어서 그래! 불안해서 당신의 그 배경이 너무 어마 어마해서...... 나도 어느 만큼 힘이 있다고 자부하고 살아온 놈인데 당신의 배경엔 새발의 피야. 알아? , 언제 당신을 빼앗길 지 몰라 불안하다고....] [그럼 당신은 내 배경 때문에 날 안은 거예요?] [아니야, 절대로 그렇지 않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럼 아무 걱정 없잖아요. 당신이 진심으로 나를 원하는 마음에서 나를 안았다면 아무 문제없는 거예요. 내 마음은 변함없을 테니까 말 이예요. 불안해하지 말아요. 난 언제나 이 자리에 있어요. 당신이 날 필요로 하면 난 언제든지 당신한테 달려 갈 꺼야. 걱정하지 말아요. 불안해하지도 말고요. 난 언제나 당신 곁에 있을 거예요] [당신 지금 실수 한 거야! 그래도 이젠 어쩔 수 없어. 당신이 나중에 마음이 변해서 나 싫다고 도망가더라고 난 당신 끝까지 쫓아가서 잡아 올 거야.! 그리고는 죽을 때까지 당신 가둬 놓을 꺼야. 그러다 만약 내가 늙어 죽에 된다면 당신을 죽일 꺼야! 당신은 지금 이 순간부터 저승사자에게 사로잡힌 거야. 도망가도 늘 붙잡는 저승사자에게 말이야!] [난 절대 도망가지 않아요. 내가 너무 붙어 있는다고 불평이나 하지 말아요] 그녀는 내 머리를 안아 주는 것으로 대화가 끝났음을 알렸다. '그녀는 절대 날 버리지 않을 것이다.' 난 확신할 수 있었다. 다시 방문한 그녀의 매장은 벌써 봄소식을 전하려고 한 건지 연한 파스텔 색조로 바뀌어 있었다. 유리와 한판을 멋지게 한 강우란 친구가 인테리어를 하고 있다. 가게로 들어서는 그녀를 보고 웃다가 그녀의 뒤에 서 있는 내 모습에 흠칫 놀란다. 그녀를 다시 한번 보더니 내게 미소를 짓는다. 날 인정한다는 뜻 인 것 같다. 그렇게 그녀와의 시작은 내게 봄을 가져다주었다. 내게 인사를 하고 2층 계단으로 올라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 보였다. 걸음걸이가 약간 이상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면서 '죽 일 놈' 이라고 나 자신을 저주 하면서도 한쪽 가슴이 뿌듯한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면서 '죽 일 놈' 이라고 나 자신을 저주하면서도 한쪽 가슴이 뿌듯한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녀를 데려다 주고 거의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요새에 도착했더니 유준이 녀석이 속이 쓰린지 연신 배를 감싸면서 얼굴을 찡그리며 죽을 상으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오냐?] [그래] [만리장성은 다 쌓았나? 어제 보니 완전히 맛이 갔더군, 천하의 강유진이 여자에게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꼴이라니 내가 내 눈으로 안 봤으면 못 믿을 뻔했다니까.....] [그래, 잘 쌓았다] 녀석의 빈정거림에 내가 웃음으로 답하자 녀석은 멀뚱히 나를 쳐다보다가 [완전히 맛이 갔군. 얘들아 이녀석, 아무래도 병원에 좀 데려가야 할 것 같다. 정신병원!] 뒤에 서있는 승기와 태우에게 녀석이 농을 걸었다. 승기와 태우는 그저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넌 언제부터 시작 할거냐?] [뭘 시작해?] [김지수 변호사 선생! 참 집엔 무사히 데려다 주디?] [그 여자 얘기가 왜 여기서 나와? 그리고 무슨 말이야.? 누가 누굴 데려다 줘?] [너 완전히 맛이 같구나. 어제 너 그 변호사하고 술 먹기 내기에서 져서 뻗었잖아. 그래서 그 김지수 선생이 너 집으로 데리고 왔어!] [뭐라고? 너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누가 누굴 데리고 와 ? 아니 데려다 줘 ? 그럼 넌 뭐하고 넌 뭘 하고 여자가 날 바래도 주게 만들었어?] 녀석은 거의 제정신이 아닌 듯 했다. 숫제 악을 쓰고 대든다 [네 말대로 나야 만리장성 쌓느라 우리 초희 데려다 주느라 그랬지. 지섭이는 다른 친구들 데려다 주고 말이야. 지수씨가 차를 안 가져와서 어쩔 수 없이 너 집에 데려다 주고 지수씨 집까지 애들이 데려다 줬을걸. 아마 일이 그렇게 됐을 꺼야] [그럼 그 여자 집에 먼저 데려다 주지 왜 날 먼저 집에 데리고 온 거야?] [아니지, 지수씨 집에 먼저 갔는데 네가 지수씨를 잡고 놓칠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너 데리고 와야 했단다. 네가 지수씨 한테 자장가 불러 달라고 했다던데?] [지금 '자장가' 라고 했냐?] [그래 자장가 그거 안 불러 주면 집에 못 간다고 지수씨 옷 붙잡고 안 놓아주었다지 아마!] 이제 그 녀석은 기절 직전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난 좀더 놀려 주기로 했다. [야, 그런데 너 좀 분발해야겠더라. 그 실력으로 어디 그 변호사 선생 잡을 수나 있겠냐? 초희 말 들어보니 그 여자 정말 대단한 거 같던데...] [무슨 소리야. 누가 누굴 잡아 임마?] [시치마 떼지마 이 녀석아. 너 그 변호사 선생한테 관심 있잖아?]] [웃기는 소리하지마, 그리고 내가 관심 있는지 네 녀석이 어떻게 알아?] [이 녀석아 내가 네 머리꼭대기에 앉아 있다. 사업은 네가 나보다 나을지 몰라도 연애는 내가 너보다 한 수 위야 임마. 내가 그랬거든! 초희 관심 끌려고 일부러 심술궂게 행동하고 또 말도 막하고 말이야 ! 귀신을 속여라 임마!] 내 말에 그 녀석과 난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좀 어렵긴 하겠어. 여자가 그렇게 대가 쌔서야 어디....., 근데 그 여자가 그렇게 대단하데? 너 초희 씨한테 들었다며. 어서 불어!] [야, 그걸 맨입으로 어떻게 얘길 하냐? 근사하게 한방 쏴라 그럼 내가 고려해 볼 수도 있지?] [녀석 많이 늘었는데, 그래 사업은 그렇게 하는 거다. 기다려라 내가 근사하게 한 방 쏜다!] 그 녀석과 한바탕 하고 나서 난 일에 몰두했다. 그 동안 다친 상처와 일본 원정 일도 그렇고 초희 한테 신경 쓰느라 일이 많이 밀려 있었다. 그렇게 일에 파묻혀 있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의 울리는 위치를 파악하고 난 눈살을 찌푸렸다. [여보세요.] [강유진씨!] [네 제가 강유진인데 누구십니까?] [여기 안국동 입니다] 정말 대단한 정보력이 아닐 수 없다. 이 번호는 내 개인용 번호라 유준이를 제외한 몇 사람만 알고 있는 직통 번호였다. 아직 그녀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번호인 것이다. 그녀와 처음으로 밤을 같이 보냈을 뿐인데 상대는 내 개인 전화 번호까지 알고 있다. '그 동안 내 행적에 대해서는 완전하게 꽤 뚫고 있겠군' 아마 그녀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일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네, 그런데 저와 무슨 볼일이 있으신 지?] [그쪽이 아니라 윤초희 양과 관련이 있죠] [그렇군요. 아무래도 한번 만나야 될 것 같군요?] [역시 말귀를 빨리 알아들으시는 분이군요] [늦었지만 점심 식사나 같이 할까요?] [그러죠. 어디서 뵐까요? 네 거기 압니다. 거기서 뵙죠] '이제부터 시작인가' 약속장소로 나가니 벌서 누군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쪽도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홀 전체를 빌린 것이었다. 그리고 보디가드로 보이는 수십 명의 사람들 [장난이 아닌걸!] [어서 오십시오. 나 초희 숙부 되는 사람이요] [안녕하십니까? 강유진 입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초희 한테 숙부님은 안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우리의 만남이다. 내 말에 상대방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졌다. [역시 만만치 않군요. 계동 윤씨를 상대로 조사작업을 하다니 말이요. 하하하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초희는 약혼할 사람이 있소. 그냥 이쯤에서 끝내는 게 서로에게 좋은 것 같은데 말이요. 시대가 변해서 그런지 우리 가문도 좀 변했소. 연애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게 봐 줄 수 있다는 소리요. 그러니....] [그건 당사자가 밝힐 문제 아닙니까? 아시다시피 어제 초희와 같이 지냈는데 그런 말이나 행동은 전혀 보이지 않더군요. 전 초희가 뭐라고 하기 전엔 절대 끝내지 않을 겁니다. 아니, 초희가 뭐라고 해도 내 쪽에선 끝낼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허, 그 아이가 어떤 집안의 아인지 몰라서 하는 소린가? 자네 같은 신분의 사람은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존재야!] [나 같은 신분이라니,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오?] [글세 그건 누구보다도 당사자가 잘 알고 있지 않소?] [그런가요? 그럼 지금 내 위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군요. 당신이 데리고 온 저 조무래기들이 내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요. 날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꺼요. 당신 말대로 난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놈이라 세상에 미련도 그리 많지 않소. 그저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늘 손에 넣는다는 것만 알려 주고 싶군요. 날 건드리는 실수는 하지 말길 바라오] [오. 이거 어쩔 수 없군요. 앞으로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누가 장담하겠소?] [앞으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선생을 찾아 뵙도록 하죠!]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자기 할 말들만 하고 헤어졌다. 요새로 돌아와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다 시게를 보니 7시다 기분 나쁜 점심약속을 일로 풀어내려는 생각에서 일에 몰두한 결과였다. '초희 한테 가야겠군!.' 퇴근을 시키려고 가게로 가니 문이 벌써 닫혀 있었다. 전화를 안하고 와 버린 것이다 낮의 만남이 생각이 나서 덜컥 겁이 났다. '벌써 행동을 시작한 것일까?' 그녀의 말대로 집으로 전화를 해보니 아직 받지 않았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무작정 그녀의 아파트로 향했다. '아무래도 그녀를 요새로 데려가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것 같았다. 그 동안에 놈들이 낌새를 알아 챌 수도 있을 테니까.... 그렇지만 그러려면 그녀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그녀의 성격상 그건 좀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 같고... '어쩌면 좋지!' 아, 그래 그녀의 옆집을 얻어 아이들더러 지내라고 하면 되겠군! 그럼 프라이버시 침해도 안 받고, 유준이 녀석이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또 잔소리도 듣지 않아도 되고 말이야.' 사랑의 재확인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초조해 져서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있는데 저만 치서 그녀가 양손에 무언가를 잔뜩 들고서 힘겹게 걸어오고 있었다. 담배를 끄고 그녀에게 얼른 다가갔다. [왜 이제와? 어디 갔다 오는 거야? 그리고 차 놔 누고 왜 걸어와?] 나도 모르게 소리가 버럭 나와 버리고 말았다. [왜 그래요 ? 무슨 일 있었어요. 나, 차 없어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핸드폰도 없다. 차도 없다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 인줄 알아?] [면허증도 없어요. 운전할 줄 몰라요. 바쁘면 택시타면 되는데요 뭘! 나까지 서울시내 교통체증에 가담할 생각 없어요] 이 여자가 지금 제정신으로 이러는 걸까? 미치겠다. 남은 자기가 어떻게 되었을까봐 초조해져서 정신을 차릴 수도 없었는데 태연하게 서울시내 교통 체증에 한몫 하기가 싫어 차도 없단다. 진짜 돌아 버릴 것 같다 [아무 일 없었어 ?] [일은 무슨 일요. 그리고 나를 지키는 사람이 두사람이나 있는데 무슨 걱정이예요] '두 사람이 지켜 준다고...... 누구를 말하는 걸까?' [하여튼 무사해서 다행이야. 들어가자] 아파트 안으로 들어와 그녀를 보자 낮의 불쾌한 만남이 나도 모르게 생각이 났다. 그녀의 아파트로 들어서자 마자 짐을 내던지고 그녀를 아파트 현관문에 밀어 붙쳤다. 그리고 당장 입술에 낙인부터 찍었다. 그녀도 이젠 나에게 맞대응 한다. 가슴으로 손을 집어넣어 유방을 꽉 움켜쥐자 그녀는 아픈지 신음을 내 뱉었다. 그 소리가 어떤 유혹보다 더 크게 나를 밀어 부쳤다. 옷을 벗길 여유가 없어 치마를 들고 그대로 그녀의 팬티를 찢어 버렸다. 오늘도 면팬티 였다. 아무런 애무도 전위도 없이 바로 그녀 속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전위가 없어서 인지 그녀의 그곳은 메말라 있었다. 그런 곳을 다른 남자보다 더 큰 내가 마구잡이로 헤매고 있으니 그녀로선 참기 어려울 것이다. 고통에 그녀가 신음을 흘리자 난 그녀의 허벅지를 더욱더 더 크게 벌리고 더욱 힘차게 그녀에게 파고들었다. [윤초희. 잘 들어.! 난 네가 어떤 배경을 가지고있든 어떤 인물이던 상관없어. 넌 내 꺼야!. 난 내 것을 절대 남에게 빼앗기지 않아. 잘 알아둬 넌 이 강유진 꺼라 는 걸 말이야!] 아무 말도 못하고 신음만을 내뱉고 있는 그녀를 더욱더 밀어 붙치며 난 그렇게 속절없이 소리치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을 입으로 물어뜯으면서........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가 없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그저 내게 기댄 채 허벅지를 내 허리에 감고 떨고 있는 그녀만을 느낄 수 있었을 뿐이다. [무슨 일 있었어요? 아까부터 왜 이러는 거예요?] [그냥 내가 정신이 좀 나갔었나봐! 미안해. 다치지 않았어? 용서해 줘!] 그녀에겐 이상하게 계속 사과를 하게 된다. 내 사과에 그녀는 아무 대꾸가 없다 그때까지도 그녀 속에 머물러 있던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서 나왔고 그 와중에 그녀는 아픔의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무안해져서 그녀가 사온 물건들을 바쁘게 주방으로 옮겼고,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녀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방안으로 들어갔다. 자기 혐오에 빠져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던 내 뒤로 그녀가 다가와 살며시 껴안아 주었다. 어느새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역시 흰색이다. 그녀는 거의 흰색의 옷만을 입고 있다. [뭘 이렇게 많이 샀어? 우리 둘이 한 달은 먹겠다.] 그녀는 우리 둘이란 말에 조금 놀라다가 웃으면서 [당신이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이것저것 담다 보니까 이렇게 많아졌어요. 그리고 우리 둘이 먹으면 이 정도는 일주일밖에 못 먹어요. 살림을 해봤어야 알지!] [어, 이거 왜이래 ! 내가 이래 봬도 주방장 경력 10년이야. 나중에 내가 실력을 보여주지!] [정말요?] [그럼! 그 동안 속고만 살았어 ? 왜 사람 말을 그렇게 못 믿어?] [알았어요. 그럼 나 기대 할께요] [그래, 그리고 다음부터는 장보러 나랑 같이 가자. 너무 무겁다] [그래요 같이 가요] 그녀의 대답을 듣고 그녀에게 갑자기 입을 맞췄다. 그녀의 그 말이 왜 그렇게도 고마운지 모르겠다. [무슨일 이예요? 말해줘요. 무슨일 인지... 나도 알아야 당신에게 대처를 하죠. 당신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거친 당신을 받아들이기는 좀 힘들어요] [미안하다.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그냥 화가 났어. 당신에게 나는 어울리지 않는 상대라는 말에....] [누가 그래요? 누가 당신에게 그런 소리를 해요? 혹시.....] [그래 안국동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더군! 당신한테 나는 터무니없이 모자란 놈이니 꺼리자고 하더군. 안 그러면 위험해 질 거라면서 말이야] [당신은 뭐라고 했어요?] [엿먹으라고 했지.] [그럼 됐어요. 신경 쓰지 말아요. 세상에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듯이 권력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유형의 사람들이 존재해요. 그런 유형의 사람이니까 당신이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정말이야?] [무슨말 이예요?] [내가 신경 안 써도 되냐고?. 그 녀석 그냥 마구잡이로 말하는 사람은 아니었어. 권력의 냄새가 마구 나더군. 당신 숙부라고 하던데 내가 알기로는 당신에게 숙부는 없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야.] [당신 말대로 난 숙부님이 없어요. 오빠와 나 둘뿐이었어요. 그런데 당신 도 알다시피 오빠는 10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 사람은 내 숙부가 아니예요. 숙부가 되길 소원하는 소인배죠. 우리 집안의 가장은 나예요. 당신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요. 당신 생각처럼 난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예요!] [그런 사람이 차도 핸드폰도 가지고 다니지 않는 단 말이지.?] [아까도 말했듯이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 두사람이나 있어요. 지금 밖에 있는 당신 부하들보다 더 나을걸요. 소리 없이 나를 지켜 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당신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그들이 날 지키고 있는 한 나는 아무도 못 건드려요. 설령 당신이라도 말이에요] [정말? 그들이 그렇게 쎄단 말이야. 그럼 왜 당신과 같이 있지 않아?] [내가 답답해하고 싫으니까요. 난 그렇게 갇혀서 살기는 싫거든요. 나와 같이 있지는 않지만 그들은 내 행동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내가 답답해하고 싫으니까요! 난 그렇게 갇혀서 살기는 싫거든요. 나와 같이 있지는 않지만 그들은 내 행동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그래도 안되겠어. 내가 이리로 옮겨오든지 당신이 나와 같이 가던지 가부간에 결정을 해!] [지금 같이 살자고 하는 거 예요?] [그래, 아무리 안 보이는데서 당신을 지켜주는 수호천사들이 있어도 당신 걱정되어서 내가 말라죽을 것 같아서 안되겠어. 결정해. 여기서야?. 아니면 나와 같이 갈 꺼야.?] [여기서요] 너무나 쉬운 그녀의 대답에 나는 힘이 쭉 빠져 버렸다. 그리고는 웃음이 나왔다. [웬일이야? 그렇게 순순히 대답을 하다니 말이야?] [당신과 같이 있고 싶으니까요] 평소의 그녀처럼 그냥 내게 하는 말 같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뜻에 난 전율이 일어났다. [어제 가르쳐 줬지? 입벌리고 그대로 해봐! ] 내 말에 그녀는 따라한다. 역시 내 여자는 빨리 배운다. 어제 한번 가르쳐 줬는데 까먹지 않고 아주 잘 하고 있다. 아니 가르쳐 준 것 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있다. '진짜 청출어람 (이게 맞나? )'이다. 난 도저히 참지 못하고 또 다시 이성을 잃어 버렸다. 아까의 거친 행위로 다쳤을 그녀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키스로도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그녀를 통해 알게 되었다. 아래 입술을 혀로 훑고 그녀의 입안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그녀의 기를 훔치기라도 하듯 미친 듯이 휘젓고 다녔다. 더 이상 숨을 안 쉬었다가는 '키스하다 질식사한 남녀'라는 신문 타이틀이 생길 것 같아 잠시 입술을 떼어 내고 숨을 쉬었다. [보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다. 초희야 나 큰일났다. 너랑 떨어져 있은 지 채 10시간도 안되었는데 매 순간 네가 보고 싶었어. 나 큰일났다! 어쩌면 좋지? 아주 큰 병에 걸린 것 같다.] 그녀의 이마에 입술에 대고 숨을 고르면서 난 그렇게 속삭였다. 내 속삭임에 그녀가 대답을 한다. [내가 고쳐 줄께요. 늘 당신 곁에서 당신 아프지 않게 해 줄께요.] 요즘 아무래도 내 눈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 그녀를 만나고 나서부터 이상하게 눈시울이 자꾸 붉어진다. 지금도 눈이 아프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밝은 불빛아래서 그녀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어제 밤과 새벽에 그녀를 안았지만 환한 불빛아래서 보는 그녀는 내게 아주 색다르게 다가왔다. 가슴을 쓰다듬고 손과 혀를 이용해 그녀의 온몸을 애무하고. 허벅지를 어루만지며, 입술에 키스를 하고 순서 없이 닥치는 대로 그녀의 몸을 만지고 입 맞출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그녀는 이런 내 마음을 알까? 그런데 그녀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역시 면직물 속옷을 입고 있었다. 허벅지 사이로 손을 넣어 그녀를 애무하니, 어느새 그녀는 조금씩 촉촉해지기 시작한다. 다행이다. 다치지 않은 것 같아서! ..... 그녀의 가슴을 애무하다 조금씩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 배에 집중적인 공격을 가했다. 약간 부풀어 올라온 그녀의 배가 얼마나 섹시해 보이는지 자신은 아마 모를 것이다. 여자들은 대부분 남자들이 날씬한 여자만을 선호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들이다. 오히려 약간 볼륨이 있으면 사랑을 나누는데도 훨씬 좋은데 말이다. '하긴 그녀들은 남자가 아니니 모르겠지. ' '내가 여자가 아닌 이상 말이다.' [다른 곳에 비해 이곳은 좀 살이 찐 것 같아!] 내 말에 역시 그녀도 여자인지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심하면 뱃살이 찐대요. 살찐 거 아니에요!] [누가 뭐래? 난 예뻐서 그러는데 왜 그래!] 이번만큼은 근사하게 경험을 해주려고 했는데 그 계획도 틀어졌다. 그녀도 날 의식하고 생각한다는 생각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녀를 주방 식탁 위에서 가져 버린 것이다. 처음처럼 정신을 잃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도 그녀를 보호해 주지 못하긴 매 한가지였다. 난 도대체가 그녀에겐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여태 다른 여자들에게 한 것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해버리게 되는 것이다. 다른 여자와 만날 때는 여자 쪽에서 나에게 매달리게 했는데 이젠 그녀가 내게 눈길 한번 안주는 것에도 내 모든 신경이 쏠리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이틀 정도 아니 정확히 만 하룻밤을 그녀와 보낸 것 뿐 인데 이 정도라면 나중에는 그녀의 숨소리에도 난 경기를 하게 될 것 같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이성이란 것이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난 소설책이나 일반 책에서 본 것처럼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람이 아주 달라지거나 그 사람에겐 이성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믿지 않았는데 그녀와 사랑을 나누고 나서는 그 말을 믿게 되었다. 그녀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고 (그녀는 처음도 아팠 했지만 새벽의 두 번째 사랑을 나눌때도 무척 아파했다) 혼자만 사랑의 즐거움을 느낀 채...... '그래 그러고 보니 난 그녀와 사랑을 나눈 것이다.' 섹스가 아닌 사랑을..... [미안해! 괜찮아?] [괞찮아요] [나 혼자서만 느낀 것 같군! 정말 미안해 다음에는 정말로 잘해 줄께!] 이런 뻔뻔스런 내 말에 그녀는 눈을 흘기며 살포시 미소지어 주었다.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우린 식탁에 마주 앉아 그녀가 준비한 저녁을 먹고 거실에서 차를 마셨다. 난 커피 중독자인데 그녀의 집에는 커피가 없어 녹차로 대신해야만 했다. 어째 이것도 가문의 전통과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옛날 양반 가문에선 다도가 정신수양의 한 덕목이었다고 하니까 말이다. 오디오에서 은은하게 가야금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곡인지는 나도 모르지!' '일자무식인 내가 어떻게 알겠어! ' 하지만 듣기에는 정말 좋았다. 이제 그녀 옆에 있으려면 나도 공부 좀 해야겠다. 사랑하는 사람과 동등해지고 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기특한 생각까지 하게 된 나! 야, 강유진 너무 한꺼번에 변하는 거 같다. 그러지 말라. 사람이 너무 그렇게 변하면 죽을 때가 되어서 그렇다고들 하더라 (작가말) -- 걱정 붙들어 매슈. 당신만 나 안 죽이면 나 안 죽어, 그리고 글 특성상 난 주인공이기 때문에 절대 안 죽어 신경 끄슈! (유진말) ) 어느새 시간이 흘러 내가 활동할 시간이 가까이 왔다. 난 머뭇거리면서 그녀에게 말을 했다. [저... 나 나가봐야 하는데... ] [다녀오세요. 참 자요, 오늘 하나 복사했어요. 당신 들어올 때쯤이면 난 자고 있을 테니까. 당신이 문 열고 들어와요. 그러기 싫으면 들어오기 전에 전화 주든가요.] 그녀가 내민 열쇠를 난 한참 쳐다보고만 있었다. 도저히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같이 살자고 지금에야 그녀에게 말을 했는데 그녀는 벌써 내가 사용할 열쇠까지 만들어 놓고 있었다. 행복이 너무 갑자기 찾아오면 겁이 난다고들 하는데 내가 지금 그 짝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나는 다시 한번 확인을 했다. 아무리 확인을 하고 확인을 해도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언젠가 그녀가 내게로 훨훨 달아가 버릴까봐! [괜찮아?] [뭐가요?] [내가 깡패 인거 말이야? ] [만약, 만약에 당신이 그만두라고 하면 나 그만 둘께!] [뭘 그만둬요? 당신 지금 하고 있는 일 부끄러워요?] [아니] [그럼 왜 그만둬요?] [당신한테 너무 보잘것없잖아. 당신은 나와는 다른....] [그만 ! 당신은 자꾸 내가 두 번 말을 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럼 나도 당신한테 다시 한번 묻겠어요. 당신도 내 배경보고 나 좋아 한 거예요?] [아니야, 그건 절대 아니야.] [나도 당신 조건이나 배경보고 좋아한 거 아니에요. 아무 상관없어요. 그냥....지나쳐 가야 했는데 그냥 지나치지 못해 구했고, 간호하는 동안 왠지 나도 모르게 손 한번 더 가게 되고, 당신 보면 나도 모르게 자꾸 누군가 생각나고 당신 가고 나서 문득 문득 당신 떠오르고 .. 지금은 당신이 내 옆에 이렇게 있는데도 자꾸 자꾸 더 보고 싶고 그립고........그래.] [초희야! 난 ...] [난 그저 당신이면 돼요. 당신은 그냥 당신이어서 좋아요. 당신도 나쁜 일만 하는 거 아니잖아요, 당신도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 구성원 이예요. 그리고 법이 다 막아주지 못하는 일 대신 해주고 그 대가를 받는 거잖아. 물론 수수료를 너무 많이 받긴 하지만 말 이예요. 그리고 지금과 다른 당신은 이미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이야. 나 윤초희가 좋아하는 강유진이 아니라는 말이에요] [야! 윤초희 이 가시나야!, 이 가시나가....] 난 그렇게 그녀에게 욕을 하고 그녀의 품에 안겨 5살 난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눈물이 끝도 없이 흘러 내렸다. 절에서 하산하고서 처음으로 본 내 눈물이었다. 그렇게 많은 눈물이 내게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내가 울어도 그녀는 나를 가만히 안고서 그냥 다독거려 주기만 했다. 엄마가 아들에게 하듯이 그렇게.... 그녀는 내 어머니가 되었다. 그녀는 내 누나가 되었다. 그녀는 내 연인이 되었다. 그녀는 내 생명이 되었다. 난 그렇게 점점 더 그녀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평온한 나날들 그 동안 우리 둘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커피를 좋아하던 내가 녹차를 좋아하게 되었고, 커피를 안마시던 그녀가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그리고 하루에 담배를 두 갑씩 피우던 내가 담배를 끊게 되었다. 그녀가 싫다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담배 냄새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듯해서 였다. 나는 내 자신 스스로 담배를 끊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예상외로 쉽게 담배를 끊을 수 있었다. 그녀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담배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을 나 스스로 알아서였나 보다. 그리고 늘 말이 없고 조용하던 그녀가 조금씩 말이 많아 졌다. 다른 여자들에게 비하면 아직도 조용한 편이지만 처음의 그녀를 생각하면 말이 아주 많아진 것이다. 그녀도 나와 같이 있는 것이 좋은가 보다 그리고 혼자서 자는 것이 생활화된 내가 그녀가 옆에 없이는 하루 밤도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 거처가 요새에서 그녀의 집으로 변했다. 이젠 내게도 집이라고 불릴 수 있는 곳이 생긴 것이다. 80평이 넘는 넓은 아파트였지만, 처음 그녀의 말대로 방은 그렇게 여유분이 없었다. 하나는 그녀의 작업실로 쓰는 방으로 나도 잘 들어가지 못하게 해서 솔직히 그 안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방 3개는 주인을 밝히지 않았지만, 각자 주인이 있다는 말을 해서 나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 그들 중 한사람이 지수씨라는 것을 알았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아직도 알지 못해서 조금 초조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녀의 집에서 지내기 위해선 내 사무실과 아이들의 거처가 필요했다. 방의 여유가 없다는 그녀의 집을 여유롭게 만들기 위해서 나는 최선을 다했다. 그녀의 오른쪽 아파트 2동을 터서 내 임시 사무실과 승기와 태우외 다른 몇명 아이들의 방으로 만들었고, 그녀 아파트와의 벽을 터서 문을 하나 새로 만들어 달았다. '역시 돈이 좋긴 좋다.' 살던 사람들에게 시세의 2배로 쳐주자 그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갔고, ( 안 그랬으면 힘으로라도 밀어 부쳤겠지만) 아파트 벽을 허무는 것이 불법 개축인걸 아는데 담당 공무원에게 몇 푼 집어주니 아무런 하자도 없다 "멋있게 잘 지으세요" 란다. 불법의 천국인 대한민국 '하긴 그래야 나 같은 놈들도 먹고살지!' 그녀의 아파트는 수리 없이 그대로 놓아두고 전체적으로 방음 공사만을 다시 했다. 그녀와의 사적인 대화나 우리의 사랑의 소리들이 녀석들에게 들리는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난 그녀의 신음소리나 환희에 찬 오르가즘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전심전력을 다해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대부분 소설책들을 보면 대부분의 남자 주인공들이 여주인공의 첫 성 경험을 멋지게 만들어 주는 대목에서 늘 웃음 치곤 했다. 거의 90%는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요즘은 좀더 빨라졌지만 한번도 침범한 적 없는 곳에 아주 큰 이물질이 들어가는데 아프지 않고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진짜 거짓말 일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남자들이 여자를 사랑한다고 해도 그 욕망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동물이 되고 마는걸. ....... 앞의 내 경우를 보면 말이 필요 없어지지! 나 역시 그녀를 사랑하지만 첫 쾌락을 주진 못했으니까.... 그래도 그쪽 세계에선 꽤 악명 높은 나였는데 말이다. 그녀와 사랑을 나눈 지 거의 이주일쯤 지나서야 어떤 색다른 느낌을 받는지 도중에 조금씩 작은 헐떡임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때까지도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한 듯 했다. 하긴 내가 좀 많이 괴롭혔어야지! (그래도 어떻게 하냐 구요!. 그녀가 내 눈앞에 보이기만 하면 내겐 이성이라는 놈이 싹 하고 사라져 버리는걸 말이에요) 나도 솔직히 증세가 너무 심해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 보려고 했다 혹시 섹스 중독증이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그건 그녀에게만 해당된 이야기라서 좀... 사랑을 나눌때나 나누고 난 후 아프지 않은 척 하려고 무진장 애를 쓰는걸 난 모른 척 하곤 했다. (역시 남자는 도둑놈!- 지은이말) 그것도 평균 잡아 하루에 세 번씩! 집에 같이 있는 날은 거의 그녀가 일어나지도 못하게 만들곤 했다. 그래도 많이 자재가 되긴 한 거야! 그녀의 달거리 날과 너무 힘겨워하는 모습이 보이면 그날은 껴안고만 자도 사랑을 나눈 것과 같은 만족감이 들었으니까 말이다. 예전에는 24시간 거의 욕망에 굶주려 있곤 했다. 그래서 이 여자, 저 여자, 단 하루도 여자 없이 지낸 날이 없었다. 아마도 사랑 받고 싶다는 심리적인 압박이 그렇게 표현된 것 같다. 지금은 그녀의 사랑이 있어 그런 현상은 없어졌다 대신 그녀만 내 곁에 있으면 그렇게 되지만.... 일을 갔다가 새벽에 들어와서 그녀가 깰 때까지 그녀의 자는 모습만 바라봐도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자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천사와 같이 아름답다. 그 모습에 난 언제나 불교의 관세음보살님을 연상시키곤 한다. 내가 절에서 성장한 탓에 어느 정도는 불교의 영향을 받은 탓인 거 같다. 자는 그녀의 모습만 봐도 난 가슴이 두근거린다. 난 정말 아주 깊은 병에 빠진 것 같다.! 그녀와 같이 식사를 하고 그녀를 출근시켜 주고 돌아와 그녀가 올 때까지 잠을 잔다. 밤낮이 뒤바뀐 생활이다. 하지만 그녀는 불평한마디 없다. 그녀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그것이 남자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힘이 되는 것인지 그녀는 알까! 그녀와 같이 지내고 한달 쯤 지난 어느 날 점심시간에 맞춰 그녀의 가게로 갔다. 점심은 내가 자는 관계로 같이 못하는데 그날은 그녀에게 좀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서 그녀를 놀래 주려고 찾아갔다. 유리와 한바탕 설전을 벌린 강우가 웃으면서 날 반겨준다. 강우는 그녀가 말한 그녀의 숨은 수호천사 보디가드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가 선택한 나를 아주 잘 대해 주었다. '이쁜 녀석! 역시 사람 볼 줄 안다니까.....' 강우의 손짓으로 그녀의 방 앞에서 노크를 하려고 하는데 그 밝힘녀 (김지수 변호사)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게 가당키나 한소리야? ] [그 개방되었다는 미국에서조차 미혼 입양이 드문데 하물며 한국에서 그것도 네가 입양을 하겠다고.... 말 같은 소리를 해] [그래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도리잖아] [그건 일단 아이들을 찾고 나서 생각해 볼 문제야, 지금의 문제는 아이들을 찾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야. 일단 애들이 있어야 입양을 하던 뭘 하던 할거 아니냐고?] [아직은 소식이 없어. 하지만 꼭 찾고 말 거야!] [그럼 저 쪽에선 손놓고 네 행동만 그저 바라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야? 우습게 보지마. 누구보다도 네가 더 잘 알고 있잖아 ! 진재 오빠를 그렇게 만든 놈이야. 호락호락하게 생각할 놈이 아니라니까!. 그놈은 네 자리를 가질 수만 있다면 어떠한 짓이라도 다 할 수 있는 놈이야. ] [알아. 알기 때문에 더욱더 이렇게 서두르는 거야. 만일 그가 먼저 아이들을 발견한다면..] 더 이상 망설임 없이 노크를 하고 그녀의 방에 들어갔다. 나를 보고 놀란 두 여자의 표정이 참 재미있다. 초희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한다. [어서 와요. 이 시간에 웬일 이예요. 무슨 일 있어요?] [일은 무슨 일! ] [당신하고 같이 점심이나 하려고 왔지. 어! 지수씨 오랜만 이예요. 잘 지냈어요.? 마침 잘됐네요. 밑에 유준이 녀석 기다리고 있는데 넷이서 점심이나 같이 해요] 유준 이라는 말에 당장 일그러진 표정을 짓는 지수씨!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긴 있었나 보군 ' 요즘 들어 성난 곰같이 행동하는 유준이 녀석을 보면 말이다. [누가 사는 거예요?] 역시 대단한 그녀다 [아, 물론 유준 이죠!] [굳이 사 주겠다 는거 거절할 이유 없죠. 좋아요. 가요!. 간만에 배가 포식 좀 하겠군. 갈비 뜯으러 가요. 갈비! 그 동안 좀 고팠어요. 내가.... 초희야 옷 입어] '안 갈 거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다'. 내 그녀보다 정말 한 수위야!. 존경스러워! 다른 여자들은 연애를 하면 애인에게 뭔가를 사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애교도 떠는데 이 완벽한 내 여자는 직업이 디자이너니 옷을 사달라고 하나 그나마 보석을 한번 선물했더니 보석 알레르기가 있다나 뭐라나. 하여튼 정말 돈 안 드는 애인이다. 그래서 생각 끝에 한 것이 꽃 선물인데 의외로 기뻐하는 그녀를 보고 그 다음날부터 매일 의상실로 꽃을 배달시켰다. 오늘도 내가 배달시틴 꽃이 그녀의 책상을 장식하고 있다. 이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지 않는다. '다행이지 뭐! 꽃이라도 받아주니 말이야 ' 그녀가 겉옷을 걸치자 난 두 여자를 에스코트해서 차로 데리고 왔다. 차안에 있던 유준이 녀석이 초희를 보고 웃다가 옆에 있는 지수씨를 보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어쩜 둘이 이렇게 똑같을까 그러니 둘이 잘 어울리겠지. 부창부수라고 말이야' [ 그 동안 잘 살았어요? 주정뱅이 깡패 아저씨!] [그 동안 안 죽고 살아 있었소? 술꾼 아가씨]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그래, 그 동안 술 좀 늘었어요? 아저씨] [이 보시요. 술꾼 아가씨 난 주정뱅이도 깡패도 아저씨도 아니요. 그리고 그날은 일이 좀 있어서 그런 것 뿐이요. 그러니 오해하지 마시요. 언제 정식으로 한번 해봅시다.] [하,! 그래요. 내가 나중에 보자는 사람 치고 제대로 하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어요] 두 사람의 끈임 없는 말씨름은 우리에게 후식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지수 씨의 청대로 갈비를 먹었는데 세상에 4사람이서 14인분을 먹었다. 말빨도 세지만 먹성도 만만치 않은 지수씨였다. 혼자서 6인분을 먹어 치웠다. 그 자그마한 몸에 그 많은 음식들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그녀의 먹성에 놀라 유준이가 한마디했다. [아니, 그 작은 몸매에 그것이 다 어디로 들어가요?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있어요?] [내가요, 어렸을 때 하도 굶어서 지금 이렇게 말랐잖아요. 우리 언니는 그렇게 큰데 말이예요. 그래서 내가 먹는 것에 한이 서렸어요. 그래서 먹는 것만 보면 자제가 안되요. 그렇게 먹는데도 워낙 어렸을 때 영양이 부족해서 살이 찌지를 않아요. 다른 사람들은 이런 내 몸을 부러워들 하지만 나에겐 이 몸이 콤플렉스예요] 지수씨의 말에 유준이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쳐다본다. 자기를 쳐다보는지 알지도 못한 채 먹는 데만 급급한 지수씨는 유준이가 자기를 바라보든 말든 그냥 입으로 음식을 가지고 가기가 바빠 보였다. 아니, 솔직히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워낙에 대단한 여자니 말이다. 그런데 이 녀석도 심상치가 않다. 그녀의 말을 듣고는 그렇게 많이 먹는 지수씨에게 더 먹으라고 이것저것 챙겨주는 폼이라니 눈꼴이시더구만! 같이 사는 우리도 이렇게 얌전히 먹고 있는데 말이야. 유준이 녀석의 지갑을 가볍게 해주고 우리는 아주 기분 좋게 음식점을 나왔다. 나와 초희는 그녀의 의상실로 돌아와야 했고, 지수씨는 변호사 회관으로 유준이는 약속이 있어서 그리로 가야하는데 그녀와 헤어지는 것이 아쉬운지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하긴 아무래도 녀석이 한계에 이른 것 같기도 하다. 녀석 성격에 한 달을 참았으니 오래 참은 것도 사실이다. 지수와 녀석을 보내고 그녀와 의상실로 다시 돌아왔다. 손에는 자그 만한 선물꾸러미를 들고 말이다. 그런 차림새로 들어가니 지인씨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준다. 이 여자도 완전한 포커 페이스다. 어떨 때 보면 지수 씨보다 더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도대체가 그녀 주변에는 왜 좀 평범한 사람들이 없는 걸까? 하긴 그러니 나 같은 놈을 데리고 살지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 문부터 잠갔다. 왜 문을 잠그냐고 묻는 듯 했지만 그녀는 말로 하지 않았다. [뭐예요?] [선물] [누구 내 꺼?] [여기 자기 말고 다른 사람 있나? 눈 감아봐!] [왜 그래요? 무슨 선물인데 그러는 거예요?] [아무 소리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눈부터 감아봐. 아주 좋은 선물이야] [정말이에요? 또 나 놀리는 거 아니죠? 당신이 워낙 장난이 심해서 이젠 나도 당신 믿지 못하겠어요] [어, 이번엔 진짜야, 한번 더 속는 셈치고 믿어봐. 자 빨리 눈감아봐. 정말 말 안 들으면 선물 가지고 그냥 간다.] 그녀가 내 협박 아닌 협박에 웃으면서 눈을 감자 난 그녀의 다리로 손을 옮겼다. 내 손이 자기의 다리에 닿자 화들짝 놀라 그녀가 눈을 뜨고 뒤로 도망을 가려고 했다. 그런 그녀의 다리를 꽉 움켜쥐고 내가 말을 했다. [어, 반칙이야. 그럼 선물 진짜 안 줘. 눈감아!] 그녀가 내 말에 다시 한번 복종하자 난 그녀의 팬티스타킹을 카터 벨트에서 벗겨내고 거들을 벗겼다. 그리고 그걸 내 양복 주머니에 넣고 팬티 마저 벗겼다. 자연스레 손이 그녀의 가장 아름다운 중심으로 옮겨갔다. 그러자 그녀가 눈을 감은 채 꿈틀거렸다. [눈뜨면 안돼 !] 그녀에게서 억지로 손을 떼고 선물 포장을 풀었다. 잠시 후 그녀에게 내 선물을 주었다. '팬티!' 하얀 순백색의 실크 팬티 내 선물은 실크 팬티였다. 내가 워낙 그녀의 가슴을 애무하는걸 좋아하기에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브레지어를 안 하기 시작했는데 팬티만은 처음처럼 늘 하얀 면 팬티였다. 그녀 왈 [면이 건강에 좋아요] 라며 내 것도 하얀색으로 챙기기 시작했다. 건강엔 좋은지 모르겠지만, 난 그녀에게 실크 팬티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 입은 듯 안 입은 듯 피부에 살짝 스치고 느껴지는 관능의 느낌을 주고싶었다. [선물 마음에 들어?] 내 선물을 볼 수 있도록 그녀를 책상 위에 앉힌 다음 치마를 허리위로 올리고 그녀의 고개를 약간 앞으로 숙이게 했다. 자기의 아주 야한 모습에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만 붉히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내 분신이 고개를 뻣뻣이 세우기 시작했다. ' 아니, 아까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랬지만.....' 그녀의 옷을 벗겨냈다. 늘 그렇지만 그녀의 옷을 벗기는 것만으로도 나는 거의 흥분에 도달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옷 벗기는 데만 해도 시간이 꽤 걸린다. 속옷을 완벽하게 갖춰 입기 때문이다. 숙녀는 그래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속옷을 잘 입어야 겉옷의 태가 난다고 했다. '아는 것도 많은 내 여자!' 아니지 자기가 의상 디자이너니까 그 정도는 상식으로 알고 있겠지! 이건 똑똑한 게 아니다. 상식이다. 그럼 결론적으로 나는 상식도 없는 놈이 되는 건가? 하여튼 책상 위에 거의 눕다시피 하고선 달랑 실크 팬티 한 장 만 걸친 채 그것도 거의 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망사의 실크 팬티만을 걸친 채 다리를 벌리고 있는 그녀와 완벽하게 옷을 갖춰 입고 있는 나! 그녀와 많은 사랑을 나눴지만, 이런 자세는 처음이었다. 그녀를 책상에 눕히고, 난 책상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양다리를 잡고 손가락을 그녀 속으로 슬며시 집어넣었다. 그런 나에게 그녀가 저항을 한다. [안돼요. 여긴 내 의상실이란 말이에요!] [괜찮아.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 [그래도 그건 안 되는 거예요. 정도는 지켜야 하는 거예요] [웃기는 소리 그만 해 주세요.!내겐 바로 이것이 정도예요.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거든. 지금 내가 하고싶은 일은 당신과 여기서 사랑을 나누는 일이야. 그러니 이일이 내겐 정도야.] 내가 그렇게 말하고 손을 더욱더 바삐 움직이자 그녀는 체념한 듯 그러면서 어딘지 모르게 흥분된 듯한 표정으로 상체를 책상위로 눕혀서 고개를 책상 밑으로 떨어뜨렸다. 바닥으로 그녀의 긴 머리가 흘러 내렸다. 너무나 아름답다. 거의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다 그녀의 자세가 불안정해 보여 책상 옆을 손으로 잡게 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난 손을 더욱더 빨리 움직였다. 내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그녀의 엉덩이도 같이 춤을 추고 있었다. 그 모습이 웬만한 무희를 뺨치고 있다. 손가락을 그녀에게서 빼고 그녀의 한쪽 다리를 들어 내 어깨에 걸치고 허벅지 안쪽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런 내 모습에 그녀는 더욱더 책상모서리를 움켜잡기 시작했다. 그녀의 흥분에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되어간다. 이미 서 있을 수도 없는 상태인데 어쩌지! 나머지 한쪽 다리도 내 어깨로 들어올리고는 그녀의 다리를 움켜쥐고 그녀에게로 입을 가지고 갔다. 그녀에게 입을 대자 그녀는 놀라 다리를 오므리려고 하고 그런 난 더욱 밀착시켜 핥고 빨고.... 한참 실랑이를 하다 그녀가 두손으로 내 머리를 감싼다. 혀를 그녀의 중심으로 깊숙이 집어넣어 그녀를 전율시켰다. 그리고 더욱 더 속도를 높여 애무해 나갔다. 한 손으로 다리를 부여잡고 한 손으로는 그녀의 가슴을 짓눌렀다. 더이상은 견딜 수가 없어서 그녀의 다리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선물한 실크 팬티를 찢었다. [다시 선물해 줄께! 백개 라도 천개 라도 다시 선물해 줄께] 바지 버클을 푼 다음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그녀에게 돌진해 들어갔다. 늘 그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조금씩 움직였는데 지금은 이성 통제 불능 상태였다. 아니 솔직히 그녀와 사랑을 나눌 때 언제나 난 이성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 [악, 아-- 악, 흑]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고통스런 운지 신음을 흘려내고 있었다. 그녀의 신음에 난 더욱더 흥분이 되는 것은 도대체가 무슨 이치일까? 난 한 손은 그녀의 한쪽 다리를 잡고 한 손으론 그녀의 유방을 애무하며 허리를 조금씩 움직였으며 그녀의 입에 키스를 하고 했다. 아무리 마시고 마셔도 성에 차지 않는다. 그녀를 대하면 늘 갈증이 난다. 내 허리가 움직일 때마다 그녀는 조금씩 위로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면서 그녀의 신음은 깊어진다. '신음!' 내 고개가 번쩍 들렸다. 사랑을 나눈 지 한달 만에 들어보는 그녀의 커다란 신음이었다. 그녀는 여태까지 사랑을 나눌 때 그흔한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고 아주 조용히 미친 듯이 발작하는 나를 받아 주었다. 그런 그녀가 지금 내 앞에서 신음을 터트린 것이다 그때부터 내 느낌은 뒤로 하고 그녀의 느낌만이 내 전부가 되었다 그녀의 다리를 잡아 내 허리에 감아 발목을 교차시키게 했다. 그리고선 더욱더 빨리 허리를 움직였다. 그 와중에 그녀의 입술을 한시도 놓아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녀 쪽에서도 나를 놓아 주지 않을 모양인지 내 혀를 깊숙이 받아들인다. 이건 꿈이야. 지금 강유진 너는 꿈속에 있는 거야.! 이런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이런 세상에...... 이런 세상에 그녀가 나를 조이면서 나에게 말을 하고 있다. 그녀가 나를 조이면서 말을 하고 있다. [빨리 더 빨리!] 처음으로 그녀가 내게 주문한 사항이다. 난 처음에 내가 그녀의 말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가 재차 다시 한번 말하자 난 진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움직임이 빨라지자 그녀의 신음이 더 깊어진다. [세게... 더 세게 해줘요] 그녀가 내게 자기를 더 세게 안아 달라고 하고 있다. 난 그녀의 그 말에 내 분신을 그녀의 끝까지 밀어 넣었다. 그녀가 원체 작은 탓도 있지만 내 것이 워낙 큰 탓에 평소에는 전부를 그녀에게 넣지 못했었는데 지금 끝까지 단번에 넣었다. 여성은 위대하다는 말이 사실이다. 도저히 날 못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그녀는 나를 받아주었고 또 힘차게 조이기 시작했다. '오 하나님, 부처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 ' 아니요. 말리시면 안돼요. 저 죽이시더라도 지금 이 순간은 지나고 죽여주세요' 라는 기도가 입에서 절로 나온다. 신음이 아주 깊어지고 한숨이 절로 나온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난 그녀에게 내 전부를 쏟아 부었다. 그 동안 그녀는 오르가즘을 느끼는지 계속 신음을 내뱉는다. 그렇게 서로 최고의 기쁨을 선사하고 또한 거기에 걸맞게 서로 보답 받고서 우린 한참을 숨을 골랐다. [오! 맙소사. 당신 윤초희 맞아?] 내 말에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말을 한다. [괜찮아요?] 세상에나 알 수 없는 것이 여자의 마음이라고 하더니 그렇게 나를 조금 전까지 황홀경으로 몰아넣었던 여자가 지금 얼굴을 붉힌 채 날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말을 하고 있다. [묻지마, 나 죽었어] 내 말이 우스운지 그녀가 킥킥대고 웃는다. 그 동안 난 여전히 그녀 안에 있었다. [나가기 싫다. 그냥 이렇게 당신 속에 있고 싶어. 그러면 초희 너 힘들겠지] 그녀는 대답으로 나를 다시 한번 깊게 조여 주었다. 그래도 그녀가 힘들어 할것 같아서 겨우 참고 난 그녀에게서 조심스럽게 빠져 나왔다. 오 이런 세상에 정말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녀도 힘들었는지 다리를 벌린 채 움직이질 못한다. 아주 적나라한 그녀의 모습에 또다시 기운이 몰려 왔으나 그녀를 생각해서 억지로 참고... 아니지 내가 또 힘을 쓴다면 난 변강쇠지 인간이 아니지 하긴 변강쇠도 인간이었으니 뭐라고 말은 못하겠다. 사무실에 딸린 화장실에 가서 수건에 물을 묻혀와서 조심스레 그녀의 아름다운 그곳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입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면서 허스키한 소리로 말했다. [이젠 팬티도 입지마.] 내 말에 그녀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또 우답을 한다. [예전에 내게 물었었죠. 왜 당신과 잤냐구요? 그건 당신의 눈 때문이었어.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 무엇인가에 굶주려 있는 그러면서 나를 절실히 바란다는 그런 눈빛을 외면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당신에게 안겼었어요. 그리고 솔직히 지금까지 사랑이 즐거웠다고는 말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당신 이제 큰일 났다. 아무래도 내가 당신 잡아먹을 거 같아!] [무슨 소리야?] [전에 진작 이런 느낌인줄 알았으면 당신 다시 만나는데 두달 이상 걸리지도 않았을 꺼야] '이게 지금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야?] [당신과 나의 재회 말이예요.] [그거 우연 아니예요. 그날 당신이 거기 온다는 거 미리 알고서 거기에 맞춰서 내가 간 거예요.] [뭐라고. 지금 뭐라고 하는 소리야? 그럼 당신이 날 감시 아니지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는 말이야?] [그래요. 처음부터 내게 반말을 하는 당신! 죽어가면서도 변함없는 말투며 당신은 내게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어요. 그래서 당신을 구해 주었구요. 당신 가고는 가끔 가다 당신의 모습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지금 뭐할까 라는 생각을 하던 중에 당신이 내게로 왔더군요. 내게로 온 당신을 보고 이 사람도 어쩌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지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다음은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당신을 만나거 갔구요 당신이 나를 만나러 왔으니까 공평하게 나도 당신을 만나러 갔던 거죠] 내가 두달 동안 그녀를 어떻게 다시 만나나 궁리하는 동안 그녀는 내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면서 내가 행동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지금 이 여자가 이 천하의 강유진을 가지고 자기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는 말을 하는 거야'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이었다는 말이 되잖아' 이런 젠장할........ 이... 이 .. 여자를 어떻게 하죠? 여러분! 살려요? 죽여요? [고마워!] [무슨 말이예요?] [나를 바라봐 줘서 말이야.! 나를 만나러 와줘서 말이야.! 나를 선택해 줘서 말이야. 나를 받아 들여줘서 말이야. 나를 안아 줘서 말이야 그리고 나를 사랑해 줘서 말이야] 난 그녀가 내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여자 윤초희가 날 사랑한다는 것을 말이다. 과거의 회상 그 일이 있은 후 그녀는 사랑을 나눌 때 더 이상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도 이젠 사랑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랑을 나누는데 전혀 창피함을 두지 않았다. 덕분에 난 그녀에게 새로운 사랑의 기술들과 자세들을 가르쳐 줄 수 있었고. 아주 잘 배우는 학생이었던 그녀는 나를 능가할 정도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그래도 아직 때때로 조금씩 수줍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인다 그런 모습을 보일 때면 나는 더욱더 불타올라서 주체를 못할 정도다. 그런 그녀가 요부로 변신을 했다. 내가 뒤로 까무러칠 정도로 말이다. 사실 그녀의 사무실에서 사랑을 나눴을 때도 솔직히 조금 놀랐었는데 이번은 놀란 정도가 아니다. 거의 내가 제 정신이 아닐 정도 였으니까 말이다. 그 계기는 다름 아닌 내 생일이었다. 그녀와 같이 산지 석달째 쯤 되던 어느 날 내 생일이 있었다. 진짜 생일은 아니지만 아버님이 만들어 주신 생일이다. 내가 강씨 집안에 들어가서 아버님의 호적에 올라간 날을 생일로 정해 주신 것이었다. 유준이 녀석이 요새에서 생일파티가 있다고 알려왔다. 난 거절하려고 했는데 아버님이 초희를 한번보고 싶다고 하셔서 만든 자리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참석해야만 했다. 초희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상관없다고 같이 참석하자고 했다. 그녀의 망설임 없는 승낙에 난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그녀와의 관계가 공식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게 싫은 것은 아니지만 이젠 드러내 놓고 이 여자가 내 여자니 아무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런 나의 속내를 그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싫은 것을 자기 때문에 참석하는 것처럼 억지를 썼다. 내 억지를 알고 있을 텐데 그녀는 아무 말도 없다. '하여튼 여우라니까......' 솔직히 내가 더 그날이 기다려진다. 파티 당일 날 나 혼자 먼저 참석을 했다. 그녀는 일이 바쁜지 조금 늦겠다고 연락이 왔다. 조금 서운한 마음도 들었지만 어차피 나중이라도 그녀가 올꺼니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혼자 이리저리 파티 장을 다니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실소가 세어 나왔다 '제길, 힘이 좋긴 좋군! ' 먹을게 없어서 길거리에서 굶어 죽을 뻔한 녀석의 생일이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했고, 대한민국에서 내노라 하는 사람들이 전부 다 참석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파티는 성황이었다. 물론 내가 크게 성장했다는 사실도 증명되지만 그만큼 아버님의 힘이 크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저기 그녀의 숙부라고 자신을 불러 달라고 했던 정우인의 모습도 보였다. 들고 있던 샴페인 맛이 떨어졌다. '제길. 오늘은 그냥 지나가길 바랬는데 아무래도 한바탕 소란이 있을 듯 싶다.' 아무래도 전의 행동으로 봐서 그냥 넘어 갈 것 같지 않아서 였다. 오늘 내 생일은 길일이 아니고 재수가 옴 붙은 날인것 같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더니 내가 지금 그 짝이다. 두 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인물이 두명씩 이나 더 모습을 보였다. 부녀라는 이름의 두 사람! 낯짝도 두꺼운 인간들이라니까! 여기가 어디라고 버젓이 고개를 들고 들어 올 수 있단 말인가? 대한민국 졸부의 첫손가락에 꼽히는 고리대금업자인 박상주 늙은이와 그의 딸 박유미가 그들이다. 그들과 나 사이에는 풀 수 없는 악연이 있다고만 말하고 싶다 도저히 내 입으로 그 더러운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그녀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다. 그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왜 오늘따라 일은 많아 가지고......'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아니 솔직히 박유미를 보자 초조해진 것이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그녀랑 부딪칠까봐서 말이다. 지금 나는 그녀가 강우를 통해 보내준 생일선물을 입고 있다. '헤 나도 심가인 옷을 입는 구나' 어쩐지 우쭐해지는 기분이 든다. 전에도 말한바 있지만 내게 보여 주지 않는 그녀의 작업실에서 밤에도 잠을 자지 않고 일을 하는 듯 하더니 그것이 바로 내 선물이었나 보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흰색의 스리피스 양복! 특이한 것은 단학이 동양자수로 예쁘게 수놓아 져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녀가 직접 수를 놓은 듯 하다. 그녀는 바느질 솜씨가 아주 좋았다. 내 상처를 꿰맨 자국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젠 거의 흉터도 남지 않은 그 상처는 정말 기계가 수를 놓은 듯 그렇게 고르게 바느질되어 있었다. 요새로 돌아와 의사의 진찰을 받았을 때 의사가 굉장히 놀라면서 누구의 솜씨냐고 물을 정도였다 최고급 외과의의 솜씨라고 했다. 언젠가 무슨 색을 좋아하냐고 그녀가 묻기에 그녀가 입은 흰색이 너무 예뻐 보여서 나도 흰색이라고 했더니 흰색으로 양복을 만들어 주었다. [왜 흰색을 좋아해요?] [당신이 입은 모습이 너무 예뻐 보여서 말이야!] 그 말에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흰색이 예뻐 보였어요?] [응, 당신은 늘 흰색만 입잖아. 당신이 입은 흰색이 얼마나 잘 어울리고 예쁜지 당신 자신은 잘 모르지?] 나의 경쾌한 말에 그녀는 우울한 어조로 낯선 의문의 말을 남겼다. [내게 있어 흰색의 의미는 속죄의 의미예요] 그녀가 만들어 준 옷을 내려다 보면서 생각에 빠져있는 나를 보고 여자들이 내 귀에는 들리지 않게 자기네들끼리 보여서 뭐라고 말들을 한다. 나쁜 얘기는 아닌 거 같다. [생일 축하해요, 유진씨 우리 오랜만이죠] 꿈에도 듣고 싶지 않았던 여자의 목소리다. [고맙군, 귀한 분이 이렇게 누추한 곳에 왕림해 주시다니 소인 송구해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머,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하고 있어요? 남자가 쪼잔 하게 말 이예요. 그때는 그때고 지금 은 지금이잖아요 안 그래요?] 이 거머리 같은 여자가 지금의 내 위치를 알아 챈 듯 하다. [무슨 말씀을요. 아가씨! 부모도 모르는 고아 끼가 어떻게 아가씨와 어울리겠어요. 일자무식에 가진 것도 하나 없는 놈 입니다요 저는...그리고 살임범이 될 뻔한 놈에게 그 기억이 쪼잔하게 느껴지지만은 않지요! 입에 칼을 물게 만들지요!] [미안해요. 유진씨.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요. 아버지가 너무 반대를 했기 때문에.. 아니 유진 씨가 지금처럼만 힘을 가지고 있었어도 우리는 맺어질 수....] [개소리 집어치워! 어디서 지금 헛 수작 이야. 난 예전의 그 순진해 빠졌던 녀석이 아니야. 그러니 날 가지고 장난 칠 생각은 버리는 게 좋아.] [ 흫, 많이 컸다 이거야, 예전에는 피라미 새끼 였는데 지금은 호랑이 새끼가 되었다 이 말이 인가요?] [그래, 지금은 예전처럼 날 가지고 놀 수 없을 껄. 예전에는 내가 당신에게 속아 주었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러고 싶지 않아. 그러니 쓸데없는 짓거리 말고 꺼지라는 말이야] [정말 무식하고 예의라곤 눈곱만치도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예전과 똑같군 그래! 이젠 많이 컸다 이거예요! 또 엄감 생심 넘볼 수 없는 여자를 사귀고 있다 그 말인가요? 그래서 지금 날 이렇게 괄시하는 거예요? 그러면 안되지 당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가 그녀에게 우리의 아름다운 추억을 고스란히 얘기하고 안하고가 결정되니까 말이예요] 그녀의 말에 난 정말 살의를 느꼈다. [한번 해봐!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말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난 예전의 그 순진한 강유진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어! 예전엔 순순히 당해주었지만 지금은 당신 아버지 하나 무너뜨리는 것은 일도 아닐 만큼 예전과 비교가 안돼. 그러니 내 성질 건드리지마. 그리고 그녀 옆에 보이지도 마. 그녀 옆에 붙어 있는 모습만 보여도 정말 죽여 버릴테니까 말이야] 내 말에 정말 무서움을 느꼈는지 그녀는 몸을 떨었다. 그러면서도 [후회하게 될 꺼야. 날 이렇게 무시할 걸 말이야. 그리고 나도 그리 만만치 않아 잘 기억해둬요 옛 애인님!] 그 말을 마치고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난 어쩔 수 없는 씁쓰레한 기분이 들었다. 한때 내 목숨보다 귀한 여자라고 생각했던 여자! 내 아이의 엄마일수도 있었던 여자! 내 전부라고 생각했던 여자! 박유미! 그렇지만 더 많은 힘과 권력을 위해 자기 자식을 자기 손으로 죽인 여자!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전 일 것이다. 그래 그러고 보니 그녀를 만난 날도 내 생일이었던 것이다. 다 죽어가던 유준이 녀석을 살린 댓가로 아버님의 조직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던 나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이것이 나의 천직이려니 생각을 하고 모든 힘과 정열을 모두 조직에만 쏟아 붓고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한 보람으로 난 22살의 어린 나이에 한 지역을 책임지는 위치에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아마 지섭이 녀석을 알게 된 것도 그때쯤 인 것 같다. 그때 지섭이와 나는 라이벌로서 서로의 구역을 가지고 있었고 그때까지 서로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한번도 대면을 한 적은 없었는데 밑에 있는 녀석들끼리 싸움 이부터서 그것이 우리의 맞대결로까지 가게 되었다. 싸움은 나의 약간의 우세로 끝이 났다. 씩 웃으면서 싸우는 내 모습에서 피비린내가 나더라는 지섭이의 말에 알 수 있듯이 우린 정말 목숨을 걸고 싸웠다. 그런데 남자들이 흔히 그렇듯이 싸우고 나면 친한 친구가 된다고 하는 것처럼 우리도 싸우고 나서 죽마고우가 되었던 것이다. 나와 동갑인 녀석도 그 당시 빠른 싸움솜씨로 인정은 받았지만, 그만큼 견제하는 세력이 많아서 외롭던 처지였던 것이다. 우린 서로 외로웠던 지라 서로를 아주 많이 챙겨주었고 그래서 내 22살 생일도 녀석이 생일파티라는 명목으로 나이트클럽에서 치러 주었다. 그때 거기서 그녀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초희도 나이트 클럽에서 만났군 아무래도 난 나이트 클럽과 인연이 많은 것 같다. 나이트의 불빛 속에서 유난히 돋보이던 그녀! 모든 남자들의 시선을 하나로 모은 그녀였다. 그때까지도 난 여자를 모르는 놈이었다. 내가 그렇게 흘금흘금 그녀를 쳐다보자 지섭이 녀석은 그녀에게 부킹을 시도했고, 거짓말처럼 그녀의 일행은 우리와 합석을 하게 되었다. 지섭이의 주재로 그녀는 당연히 내 파트너가 되었고, 내 순진한 모습에 그녀가 더 날 좋아하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때까지 여자 손목한번 잡아보지 못할 정도로 순진한 나는 그녀의 유혹적인 모습과 말솜씨에 한마디로 뻑 하고 갔던 것이다. [오빠, 정말 순진하다. 이름이 뭐야? 난 박유미야] 그녀에게 술을 따라주며 바들바들 나를 보고 웃으면 그녀가 물었다. [아 ,저. 나는 강유진이예요] [호 호 호 아이 오빠, 너무 순진하다. 뭘 그래 우리 말놓자 뭐 이런데서 만난 사이인데 어때 그치 오빠들!] [그-- 그래요, 그 러 지 뭐!] 처음에 그녀의 그런 말투를 듣고는 그녀도 업소의 아가씨인줄로만 알았다. 나중에야 그녀가 여대생. 그것도 알아주는 명문 여대의 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굉장히 놀랐다. 그때까지 학교 근처라곤 가본적도 없는 나에게 명문 여대생인 그녀의 존재는 하늘에서 하강한 선녀와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완전히 그녀의 일방적인 리드였다. 지섭이 녀석은 그런 나를 보고 유미에게 말했다. [야, 이 오빠 잘 모셔. 이 오빠 대단한 사람이야. 그런데 이 대단한 오빠가 아직 동정이란다.오늘 그 오빠 동정 네가 떼어주어라] [어머, 정말이야. 요즘도 그런 순진한 총각이 다 있어. 야, 박유미 너 나랑 파트너 바꾸자] [웃기지마, 이 기집애야, 이 오빠는 내 꺼야, 너희들 이 오빠한테 눈 돌리면 나한테 혼날 줄 알아] 나를 가지고 자기들끼리 놀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난 그녀의 그 말이 싫지 않았다. 술자리가 끝나고 나와 그녀는 일행에서 떨어져 나왔다. 지섭이 녀석이 차에 나와 그녀를 강제로 태우고 00호텔로 보내라고 운전사에게 명령을 했던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사람 데리고 다니는 것을 싫어한 나는 그때도 혼자다니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떻게 호텔의 방까지 들어갔는지 기억이 없다. 방에 들어가자 그녀는 나에게 물었다. [오빠, 정말 처음이야?] 난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에 그녀는 좋아라 웃었다. [알았어, 그럼 내가 리드해야 겠네. 이것도 색다른 경험인데. 나도 이런 일은 처음이야] 그런면서 내 목에 팔을 감고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혀가 내 입안으로 들어왔다. 위스키의 맛과 향이 내 입안으로 가득 밀려 들어왔다. 그녀는 혀로 내 입천장과 이빨을 애무하고 내 입을 마구 헤치고 다녔다. 그녀의 입술의 움직임에 난 나도 모르게 그녀의 한줌도 되지 않는 허리를 껴안았다. 키스를 하면서 그녀는 나를 침대로 밀어 눕히고 내 위에서 내 옷을 벗겨내고 있었다. [가만있어, 오빠 내가 알아서 해줄게] 나를 완전히 발가벗기는 도중에도 그녀는 손과 입을 가만두지 않고 나를 쓰다듬고 훑고 입으로 애무를 했다. 그녀의 행동에 난 신음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한순간 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가 입술로 나를 직접 애무하고 있었다. 그 작은 입으로 나를 훑어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행동에 난 몸부림을 치고 그런 나의 행동에 미소를 짓던 그녀는 갑자기 내 위로 올라가 나를 자기 속으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녀도 전라가 되어 있었다. 나를 받아들인 그녀는 위아래 몸을 연신 움직이면서 입으로 내 유두를 잘근잘근 씹어 먹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대로 폭발을 하고 말았다. 그것이 아쉬웠는지 그녀는 [안돼, 아직 안돼] 어차피 일어난 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처음인 상황에서도 난 내가 그녀를 만족시켜 주지 못한 것을 알았다. [뭐야, 벌써 끝내면 어떻게? 난 어떻게 하라고....] 그녀는 나를 원망하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비난만 받고 있고 싶지 않아서 내 위에 있던 그녀를 밑으로 끌어내리고 그녀가 내게 했던 것처럼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처음엔 놀란 듯 하던 그녀가 나에게 적극 호응을 하고 받아 주었다. 입으로 그녀를 애무하고 손으로는 그녀의 가슴을 만지고 키스를 하던 입을 떼고 그녀의 온몸으로 옮겨 다녔다. 나의 애무에 그녀는 신음을 내뱉고 있었고, 나는 어느새 정상으로 돌아와 한껏 솟아올라 있었다. 한참 애무를 하던 나는 입으로 그녀의 가슴을 애무하고자 올라갔으나 이상하게도 입술을 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입을 그녀의 가장 유혹적인 곳으로 옮겨가서 애무를 시작했다. 혀로 그녀의 속을 건드리자 그녀를 온몸을 떨었다. 그녀의 반응에 나는 더욱더 집요하게 애무를 했고 그녀는 그 순간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그녀 속으로 들어가서 한번에 끝까지 나를 집어넣어. [악,... 아학] 나는 누가 가르쳐 주진 않았지만, 남자로서의 본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내가 움직임에 따라 그녀는 더욱더 크게 울부짖었다. 그녀의 신음이 커짐에 따라 내 동작도 점점 빨라지고 더욱 거세어졌다. 그럴수록 그녀는 나를 더욱더 자기에서 밀착시키고 입술로 내 입을 막았다. 그녀가 내게 애원을 했다. [그만, 이제 그만 너무 해 이제 그만 좀 해!] 그때까지도 난 계속 움직이고 있었고, 만족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그 말에 난 나도 모르게 더욱 세고 거칠게 움직였고 마침내 내 모든 것을 그녀 속으로 쏟아 부었다. 어느 정도 서로의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흐르자 그녀는 [세상에, 오빠 정말 대단하네, 정말 처음이야?] 그녀의 말이 칭찬임을 알고 난 나도 모르게 기뻤다.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은 것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난 그녀를 데리고 욕실로 들어가서 정성을 다해 씻기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우리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유희를 다시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더 숨막히는 것을 싫어해서 일부러 아이들은 데리고 다니지 않았다. 그런 나를 그녀는 그저 밑바닥의 양아치로 알고 있는 정도였다. 그때 그녀가 나의 위치를 알았다면 그녀는 나와 맺어졌을까 라는 생각을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몇 번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안 그랬으면 내가 어떻게 초희와 맺어졌겠는가! 생각만 해도 등꼴이 오싹해진다. 그렇게 그녀와 알게 된 나는 내 생활 전체를 그녀에게 맞추기 시작했다. 그 다음부터 우리는 시간만 나면 침대에서 만났다. 다른 사람들이 애인들과 밥을 먹고 놀이공원에 가는 동안 우리들은 침대에서 모든 시간과 정열을 다 쏟았던 것이다. 나도 알아주는 정력이었지만. 그녀도 나 못지 않은 정력을 가지고 있었다. 솔직히 나니까 버텼지 웬만한 남자들은 다 뻗었으리라! 나를 가르친 이후 그녀는 나를 자기 애완 동물쯤으로 생각했으리라. 그녀와의 만남이 계속 될수록 그녀에 대한 나의 감정은 깊어져 갔고 그걸 알게된 그녀는 어느 날부터인가 내게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호텔에서 만나 한 차례 사랑을 나누고 난 후 휴식을 취하는 도중 내가 말을 했다. [사랑해! 결혼하자] [무슨 소리야. 결혼이라니.. 누구와 누구를 말하는 거야?] [유미 너하고 나 말이야. 왜 잘못됐니?] [너 지금 제정신이야? 정신차려! . 내가 오빠랑 만나는걸 오빠는 오해를 하나 본데 난 오빠랑 만나 이렇게 노는 거 재미있어, 솔직히 여태까지 이렇게까지 날 만족시켜 준 사람은 없었어. 그래서 오빠가 좋아. 하지만 오빠랑 결혼은 할 수 없어] [뭐라고 왜? 왜 못하는데 이유를 말해봐?] [오빠, 가당키나 한소리라고 생각해. 오빠 주제를 알아야지, 깡패주제에 감히 나하고 결혼을 하자고, 웃기지마. 이래 봐도 난 우리 나라에서 열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부잣집 딸이야. 그런 내가 겨우 깡패인 너하고 결혼을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도 마. 그리고 솔직히 나 약혼해. 그래서 요즘 옛날처럼 자주 만날 수 없었던 거야. 그 사람 검사야, 알아? 당신은 깡패고 그 사람은 검사라고 당신이 잘못하면 그 사람이 당신을 잡아넣는 사람이란 말이야] [너 지금 그거 바른 정신으로 하는 말이야? 그럼 우린? 우리 여태 한번도 피임 한적 없잖아. 만약 애라도 생기면 어떻게 할 꺼야?] [우리란 없어, 처음부터 우리는 그냥 재미로 만났던 거야. 그리고 애는 생기지 않았어. 내가 피임을 하고 있었거든!] [너....] 난 어느새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었고 그녀는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그녀를 거의 죽일까도 생각을 했지만, 그러면 내 인생이 너무 불쌍할 것 같아서 놓아주었다. [가.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마] [개새끼, 날 죽이려 했어. 가만히 안 둘 꺼야] 그녀가 나가고 난 멍하니 몇 시간을 혼자 앉아 있다가 요새로 돌아왔다. 요새로 돌아오자 아버지가 날 찾으셨다. 형사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녀가 나를 고발한 것이다. 죄목은 살인미수!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의 살인미수로 나를 경찰에 고발한 것이다. 그녀의 목에 나 있는 자국에서 나의 지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 당시 조직에서의 내 위치를 모르고 날 똘마니로 알고 있던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가 내 행동에 뒷일이 걱정되어 날 없애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내가 경찰서에 연행되자 유준이와 아버지는 즉시 행동을 계시했고 난 살인미수로 연행된 지 3일만에 풀려났다.그리고 그날이 그녀의 약혼식이 있는 날이란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녀가 나와 만나는 동안 한차례 병원을 다녀왔다는 소식을 알게 된 날이기도 했다. 경찰서를 나와 나는 그녀의 약혼식장으로 향했다. 식장에서 내 모습을 발견한 그녀의 놀란 모습과 그 모습을 보고 안절부절 하는 그녀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난 순간 실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긴 어떻게....? 당신은 지금 유치장에 있어야 하잖아요!] 순간적으로 자기 입을 막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난 무시무시한 소리로 물었다. [뭐 피임을 하고 있었다고? 내 애 어떻게 했어? ] [무슨 소리예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그녀는 떨면서도 당당한 척 노력을 했다. [넌 내게 거짓말을 했어. 내 애 어떻게 했어?] [알면서 뭘 물어? 그럼 깡패 애새끼를 나보고 나으라는 거야?] [아들이었어?, 딸이었어?] [아들이었어. 그게 이제 와서 무슨 상관이야. 당신 내 약혼식 망치기만 해봐 내가 가만두지....] 그녀의 말을 듣고 난 아무 말 없이 돌아서 식장을 나왔다. 얼굴도 못 본 내 아들이 그렇게 서럽게 병원에 죽어 갔다는 사실에 난 울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 만남을 끝으로 여태까지 한번도 그녀를 만난 적이 없는데 이렇게 10년만에 내 생일에 다시 그녀와 만나게 된 것이다. 실로 악연이 아닐 수 없다. 그녀로 인해 지금의 내 행복이 빼앗길 까봐 가슴이 조마조마 했다. 이런 생각 속에 있던 내 등을 누군가 때린다. 지섭 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 있냐? 그리고 아까 그 여자 옛날 그 박유미 아니야?] [응, 맞아] [그년이 왜 여기에 와 있데? 무슨 낯짝을 들고 말이야?] [아버님이 그녀의 아버지와 그녀를 초대하셨나봐] [아버지 그일 모르시냐?] [뭐 좋은 일이라고 그걸 얘길 하냐? 하긴 내가 말씀드리지 않는다고 모르시겠냐! 아마 아시고 계실 꺼야!] [하긴 그렇다] [그건 그렇고 초희씨가 늦다. 그때보고 처음인 거 같은데 말이야. 하여간 복도 많은 놈이라니까, 그 멋진 여자를 어떻게 네 여자로 만들었냐?. 재주도 좋아요 그리고 그만 좀 웃어라. 입 찢어지겠다] 녀석의 말에 내가 실실 웃자 녀석이 핀잔을 준다. [그래 난 복이 많다] [그 복 좀 나한테 나눠주면 안되냐? 나도 요즘은 좀 외로운데 사랑이나 해볼까?] [아서라, 너까지 끼면 진짜 공기가 이상해진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우린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유준 이었다 [무슨 소리야? 난 왜 사랑을 하면 안되냐?] [그게 아니고, 요즘 이녀석 증세가 심각하거든, 안 그래도 늘 히죽이던 녀석이 요즘에는 아예 입을 벌리고 산다. 얘들이 무서워서 죽겠다고 나한테 하소연을 한다. 저러다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고 말이야. 전혀 상관이 없는 나한테까지 그런 소리를 하는데 자기들끼리는 얼마나 무섭겠냐? 솔직히 나도 재 저러면 좀 무섭긴 해] 유준이의 말에 우린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의 웃음소리에 사이로 들리는 진짜 예쁜 목소리! 우리 웃음의 주인공인 그녀가 나타났다. 늘 정갈한 그녀! 뒤돌아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난 좀 놀랐다. 파티에 한복을 입고 온 것이다. 그녀의 한복 입은 모습은 처음이었다. 나이 많은 부인들이 한복을 입고 파티에 참석하는 것은 많이 보았지만, 젊은 아가씨가 한복을 입고 나타나는 것은 그리 흔치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가 입으니 아주 우아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정말 보면 볼수록 나를 놀라게 하는 여자다 그리고 오늘은 늘 풀고 다니던 머리고 하나로 올려서 묶어 길고 시원스런 그녀의 목덜미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평소에 하지 않던 반찌까지 끼고 있었다. 옥으로 만들어진 쌍가락지였다. [웬일이야? 평소에 안 하던 반지까지 하고.....] 내 말에 그녀는 그냥 웃으면서 말을 했다. [생일 축하해요! 유진씨] [아, 이거 그렇게 기다리던 초희씨가 아니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저 명지섭 이라고 합니다. 우리 한번 본적 있는데 기억 하실 지.....] [네 안녕하세요. 클럽에서 한번 뵈었죠] [아 잊지 않으셨군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옆에 계신 이 아리따운 아가씨들은 누구 신지?] 그녀의 옆에는 지인과 지수씨가 있었다. 그녀들이 초희 보다 예쁜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그리고 옷도 정말 대담하다고 밖에 말하지 못하겠다. 특히 지인씨의 의상은 거의 벗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 아저씨가 벌써 치매 증세가 있나. 같이 봐 놓고 누군 기억하고 누군 기억을 못해요?.진짜 기분 나쁘네.! 그건 그렇고 잘 있었어요? 난봉꾼 아저씨!] [잘 있었소, 근데 그 난봉꾼이란 날 두고 하는 소리요?] [아니, 무슨 말씀인지?] 지섭이와 유준이가 동시에 말을 했다. [어머, 잘 알고 있으면서 웬 딴소리예요. 그리고 우리 처음 만난 나이트에 나도 있었고 언니도 있었어요 그런데 우린 기억이 안 난다고 하니 치매라고 할 밖예요] 둘의 물음에 한마디로 요약하는 김지수 변호사 선생이었다. 그녀의 말에 지섭이 사과를 했다. [아, 미안합니다. 내가실수를 한 것 같군요. 이렇게 아리따운 아가씨들을 앞에 두고서 이런 큰 결례를 했다니 용서해 주시요] 지섭이가 사과를 하자 지수씨가 냉큼 받아 들인다. [ 그렇게 나오신다면 용서해 드리겠어요] [그래, 누가 변호사 선생한테 말로해서 이길 수 있겠소?] [어머, 내가 변호사라 는걸 이제서야 인정을 한다는 소리 같네요] 유준과 지수의 팽팽한 말싸움이 시작된 듯 하다 [아, 그럼 누가 그 옆에 있는 지인씨좀 내게 소개해 줘요?] 지섭이의 투털거림에 우린 전부 지섭을 쳐다보았다. [지인씨 우리 소개 기다릴 필요 없이 서로 인사합시다. 나 명지섭입니다. 지인씬?] [김 지인 입니다.] 다소곳이 말을 하는 지인 이었다. 그 말에 우리는 모두들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 옆에서 지수가 한마디 거든다. [괜히 헛물켜지 말아요. 깡패 아저씨. 우리 언니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 아니예요. 되려 언니한테 당하지 말고 그만 신경끄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우리 언니 무서운 사람이거든요.] [언니?] 지수씨의 말에 내가 반문했다. [지수랑 지인이 자매예요.] [누가 언니 예요?] 유준이의 말에 지수씨의 걸작인 답변 [아니, 이 아저씨가 내 그렇게 늙어 보인다는 소리예요?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예요? 눈이 그렇게 나빠서야 어디 장사 제대로 하겠어요. 말로는 사업한다고 하던데 ..말이 사업이지 자그마한 구멍가게나 아닌지 몰라!] 그녀의 그 말에 이가 갈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분명하게! 우리의 즐거운 대화 속으로 낯선 언어가 들려왔다. [하지메 마시다(처음 뵙겠습니다) 강유진상] 낯선 이국의 언어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잘생긴 우리 또래의 장신의 남자와 그 뒤에 그림자처럼 서있는 3명의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누군지 예상되는 인물인 것 같았다. [뭐라고 그라는 거야?] 무식한 나는 그렇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 메 마시다. 이시하라 야마구치 상] 초희의 말에 우리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놈이 이시하라 야마구치라는 사실에 놀란 것이 아니고 초희가 그놈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것이다. 이시하라 야먀구찌! 나를 찌른 일본 야쿠자들의 오야붕 '그런 놈을 초희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초희의 대답에 그 역시 놀란 듯 했으나 금방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메 마시다. 오네상. 비진데쓰네 (처음뵙겠습니다. 아가씨. 미인이 시군요)] 길게 뭐라고 했는데 일본말을 알 수 없는 나로선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그 말에 초희도 또렷한 일본어로 대답을 했다. 진짜 일본여자처럼 말을 했다. [아리가또오 고자이마쓰 (감사합니다)] 이건 내가 알고 있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시하라 패의 접근에 지인의 행동이 이상해 졌다. 마치 초희를 보호라도 하듯 그녀의 뒤에 바짝 붙어서 있었다. 그런 지인을 보고 이 이시하라란 놈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 듯한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다음은 유준이가 해석 해준 놈의 말이었다. [전화로만 우리 서로 인사했죠. 유진상의 전화를 받고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생일이시라고해서 참석을 했습니다. 생일 축하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먼데까지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군요] 우린 그렇게 서로 웃으면서 말을 주고받았다. 누가 보았으면 아주 사이좋은 친구로 오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진 상이 저희 쪽에 주신 성의는 곧 되돌려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분이 상당히 미인이시군요] [감사합니다. 저야 원래 미인이 아니고는 상대를 안 하는 놈이라 서요.] [그런가요. 하하하. 역시 소문대로 대단하신 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는 그분보다 저 뒤에 계시는 분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군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까요. 지인씨도 아름답지만 제 눈에는 초희가 더 아름답게 보이는군요] [아, 저 아리따운 분의 성함이 지인 인가요?] 우리의 대화 속에 지인이 갑자기 뛰어 들었다. 지인도 일본어를 아주 완벽하게 구사했다. [사람을 옆에 세워두고 그 사람 말을 하는 것은 일본의 아니 일반 에티켓이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요] [아 이거 실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원체 미인이라서 내 시선이 당신에게만 머물러서 말이요. 남자들이 그렇지 않소? 자기가 갖고 싶은 여인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것을 말이요] [난 남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난 당신이 가질 수 있는 여자가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하죠] 지인의 말과 동시에 지수씨도 한마디 거들었다. [이 쪽발이 새끼! 언니한테 손톱이라도 까딱했다가는 너는 내 손에 작살 날 쭐 알아!] 이 여자들의 대담함에는 두손 두발을 다 든 상태다. 지수의 말에 이시하라가 웃음을 터트리면서 대꾸했다. [쪽발이 새끼라.... 생전 처음 듣는 욕다운 욕이군요. 그러니까 더욱 더 흥미가 생기는 군요. 내 도전욕을 자극하는 것 같아서요!] 이시하라의 말에 초희가 조용하게 대꾸했다. [지인은 함부로 대할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저와도 연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녀의 조용한 말에 이시하라는 당장 웃음을 멈추었다. 이시하라뿐 아니라 우리 주위에는 뭐라고 말로 할 수 없는 위엄 같은 것이 흐르고 있었다. 이 여자는 말 한마디로도 주위를 사로잡을 수 있는 여자였다. 무서운 여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아주 자랑스러워 졌다. [글쎄요. 그건 저도 뭐라고 장담을 드릴 수 없군요. 저희들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마다 않고 하기 때문에 말이죠. 그리고 솔직히 그 일은 아주 많은 돈이 생기는 일이거든요] [그래도 되도록 이면 피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만나기 싫으셔도 지인 을 만나셔야 할 일이 생길 것 같군요] [저야. 지인 씨를 만나면 좋죠] 그 말에 지인 씨가 조용하게 대꾸했다. [내가 나중에 당신을 다시 만나면 난 당신의 목숨을 장담할 수가 없어요] 그 말에 뒤에 있는 녀석들이 움찔하면서 지인 에게 달려들 폼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이시하라가 손을 들어 올려 제지시키고는 말을 이었다. [대단한 자신감이군요. 그 정도 실력이 없으면 그렇게 자신할 수가 없겠죠. 그래도 난 당신과의 재회를 고대하고 싶군요.] 그 녀석의 말에 또다시 대꾸하는 낯선 목소리에 우리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럼 조심하세요. 지인이는 아주 무서운 여자거든요] 강우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유리가 강우의 옆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다는 사실이었다. 강우의 출연에 이시하라 역시 긴장을 하는 것이 느껴졌다. [오, 제게는 아무래도 적이 너무 많은 것 같군요. 역시 미인은 얻기가 힘든 것 같군요] [저는 적이 아닙니다. 사실을 말씀드리는 거죠. 지인이 무서운 여자거든요.] [이 사람은 내 것예요. 어떤 여자도 손 못 대요!] 강우의 말과 유리의 말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유리의 선언에 나와 유준이는 놀라서 멍하니 유리를 쳐다보았다. '천하의 강유리가 남자를 자기꺼 라고 선언을 해!' 고개가 절래 절래 흔들렸다. 언제는 원수 같은 사이더니 이제보니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었나 보군 유리의 말에 이시하라는 당장에 웃음꽃을 피웠다. [아, 저에게는 다행이군요. 이분은 좀 만만치 않아 보였거든요. 다른 분들과는 다른 느낌이 들어서......] 역시 무시 못할 놈인 것만은 사실이다. 단번에 강우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감지하다니 말이다. [하여튼 제가 지인 씨에게 관심이 있다는 사실만은 확실합니다. 이런 그러고 보니 제가 여러분들의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은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유진상 빠른 시일 내로 인사 드리지요!]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럼 이만] 이 말을 남기고 그는 유유히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 사라지기 전에 다시 한번 시선을 지인 에게 맞추고 미소를 뛰어 주고는 말이다. 그가 사라지자 강우가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인을 쳐다보고 말을 했다. [잠깐만 나 좀 보자] 그 말에 유리는 인상을 찌푸렸고 지인은 아무 말 없이 강우를 따라갔다. [야, 강유리 너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강우와.....] [오빠들은 신경 끊어도 돼. 자기 일들이나 바로 하셔!] 우리가 두말도 못하도록 톡 쏘아대고는 그들이 사라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에 지인이 돌아왔다. 강우와 유리는 보이지 않고 혼자서 돌아왔다. 그리고는 초희와 지수씨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들이 움직인 것 같은데요. 일본 놈들까지 끌어들인 것을 보면....] [아직은 좀더 두고 보도록 하자. 아직 무슨 일이 일어 난 건 아니니까 말이야] [난 법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아 놓아야 할 것 같아!] 이게 무슨 소리들인지.... 그것보다 아까의 궁금증이 나에게는 더 시급했다. [당신이 어떻게 저놈을 알고 있어? 저 놈은 일본 야쿠자 인데 말이야?] [당신 찌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서 조사 좀 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나하고도 조금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너무도 담담한 그녀의 대답이다. '진짜 무서운 여자라니까.....'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동안 우리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일본 야쿠자들이 국내에 그것도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버젓이 허락도 없이 들어올 수 있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조금 두려워 진 것이 사실이었다. 쉽게 생각할 적은 아닌 것이 분명했다. 우리의 이런 무거운 분위기 속으로 중후한 음성이 들려왔다. [즐거워들 보이는구나] [아버님! ] [안녕하셨어요? 아버님] [오, 지섭이 오랜만이구나. 유준이는 집에 좀 자주 들르고.. 일한다는 핑계로 너무 자주 집을 비우는 것 같다.] [알겠습니다. 아버님!] [오 정말 예쁜 아가씨들이로군! 어서들 와요. 하! 한복이라....아가씨가 초희인가? 꼭 한번보고 싶었는데 아주 잘 왔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나 유진이 아비 되는 사람이요] [먼저 인사를 올렸어야 했는데 죄송스럽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어르신! 윤 초희라고 합니다.] 그녀의 대답에 흡족한 듯이 미소를 짓고 계신 아버님께 지수 씨가 한마디한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전 김지수라고 합니다. 왜 초희 만 궁금하세요? 아까 분명히 예쁜 여자들이라고 말씀하시고는 지수에게만 인사를 하시니 괜히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고 화가 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역시 지수씨 였다. 그녀의 말에 아버지는 웃음을 터트렸다. [오 미안하군요. 그래요,! 내가 실수를 했소.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들을 두고 한 명만을 불렀으니까 말이요. 용서해 줘요] [뭐!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용서해 드려야 겠네요] [아버지 이 여자 말에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도통 안 나서는 데가 없는 여자예요] [그래? 그래도 난 이 아가씨가 마음이 드는데 내가 조금만 젊었어도 어떻게 해볼텐데...] [죄송해서 어쩌죠. 회장님 정도로는 절 감당하시기 어려우실 것 같은데요. 제가 워낙 좀 밝히거든요 회장님! 회장님이 20대로 돌아가시지 않는 한 저를 상대하시기는 어려우실 것 같아요] 그녀의 뻔뻔스러운 말에 우리 남자들은 얼굴을 붉혔고 아버지는 파안대소를 터트리셨다. [아니, 무슨 이런 여자가... 당신 정말 안되겠어. 나 좀 봅시다] 우리 중 가장 심하게 얼굴을 붉힌 유준이가 그렇게 말을 하고 강제로 지수씨를 데리고 갔다. 그 모습을 보고 아버님께서 한마디 던지셨다. [힘들겠군. 아무래도 저 녀석도 나처럼 잡혀서 살겠군! 너도 그렇고 유준이도 그렇고 어째 강씨 집안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그렇게 지켜 사는지 모르겠다.] 역시 아버님이셨다. 단번에 유준이의 마음을 알아 차리셨으니까 말이다. [아버님 초희씨와 말씀 나누세요. 전 지인 씨를 좀 빌려갔으면 해서요] 지섭이의 노골적인 말에 우리는 또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말한 지섭이가 지인 씨를 데리고 사라졌고 우리 주위에는 나와 아버님과 초희만이 남게 되었다. 우리만 남자 아버님은 나에게 부드럽게 명령 아닌 명령을 하셨다. [난 초희양과 할말이 좀 있다. 넌 오늘 주빈이니까 손님들께 인사 좀 드리고 오너라. 이제부터 너도 좀더 안면을 터야지 ! 언제까지 뒤에만 있을 생각이냐? 빨리 가서 인사들 드리고 오도록 해라!] 아버지의 명령에 난 어쩔 수 없이 사람들과 어울려야 했고 그녀는 아버님과 계속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렇게 행복할 때면 문득문득 불길한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그녀의 집에선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그 집안의 정보망이나 힘으로 보면 알고도 남을텐데 아직까지 아무런 낌새가 느껴지지 않아서 더 불안하고 초조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미 초희가 누군지 알기에 그녀와 나와의 관계를 이상스럽게 여기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시선도 그렇고 너무 소란스러워서 잠시 쉴 생각으로 집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어둠 속에서 들리는 작은 신음소리에 난 신경이 곤두섰다. 소리 없이 신음을 따라가 보니 남녀가 뒤엉켜 있었다. 긴장을 해서 그런지 갑자기 맥이 빠졌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유준이 녀석과 지수 씨였다. '녀석 어쩐지 ' 둘의 모습이 내내 안 보였던 것이다. 지수씨가 벽에 붙어선 채 한쪽다리를 녀석의 허리에 감고 있었듯. 녀석은 그녀의 가슴을 애무하느라 다른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나 보다. 안 그러면 바로 그의 기척을 알아 차렸을 거니까.... 이 정도로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모르는걸 보면 어지간히 넋이 나간 상태인가 보다 지수씨가 벽쪽에 붙어서 서 있었으므로 내 눈과 마주쳤다. 일순 당황한 듯 그녀의 눈이 굳어졌으나, 싱긋 웃으며 나에게 꺼지라는 고개 짓을 했다. 나는 장난스레 경례를 붙이고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녀석을 놀릴 건수를 하나 잡았군' 나의 이런 생각도 알지 못한 채 녀석은 그녀의 달콤함에 빠져서 헤어날줄을 모르고 있었다. 웃으면서 초희에게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데 보고 싶지 않았던 박유미와 또 다시 부딪치게 되었다. [정말 대단한 거물이 되긴 되었나 보네요. 그 '심가인'옷을 입을 걸 보면 말 이예요. 당신 언제 그렇게 컸어요?] [무슨 헛소리야? 그리고 난 원래 이렇게 컸어. 당신은 잘 몰랐겠지만..] [그럼 그때도 역시 강명식씨의 양자 였나요?] [그래, 사람 데리고 다니는 것을 싫어해서 혼자 다녔던 것 뿐이야. 당신은 살인미수범이 3일 밤에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해. 그것도 완벽한 증거가 있는 상태에서 말이야. 당신이 제공한.......] [정말 아이러니 하네요. 난 권력을 원했기 때문에 당신을 버렸는데 당신이 그 권력의 정점에 서 있었다니...] [그런데 심가인 옷이 어쨌다는 얘기야?] [정말 웃기는 일이네요. 아니, 그럼 당신은 그 옷이 어떤 옷인 줄도 모르고 입었단 소리예요. 하여튼 강유진 무식한 건 옛날부터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니면 알면서 일부러 모른 척 하는 거예요?] [다시 한번 묻는데 무슨 소리냐고?] [당신이 입고 있는 옷 말 이예요. 단학이 수놓아져 있네요. 그건 심가인이 직접 만들었다는 뜻 이예요] [당연하지. 그녀가 내게 선물한 옷이니까 말이야.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얘기야?. 아까부터 여자들이 자기들끼리 뭐라고들 하는 것 같던데......] [그 옷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이란 거죠. 당신도 알다시피 심가인은 옷을 그렇게 많이 만들지 않아요. 현재 그녀의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그녀의 할아버지와 이 왕가의 왕손뿐예요. 예로부터 나라님의 옷을 지어왔는데 이 왕가가 사라졌다고 해도 그 집안에선 아직 이 왕가를 나라님으로 인정을 한다고 하더군요. 민주주의국가에서 웬 그런 케케묵은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말 이예요.] [그래서?] [당신 알아요? 당신이 입고 있는 그 옷 전부 수 작업 이예요. 한 벌 만드는데 보통 3개월 정도 걸린 다죠. 한땀 한땀 손수 손으로 바느질을 한다고 해요. 나도 들은 말이예요. 재봉틀보다 더 정교한 솜씨라고들 하더군요. 디자인과 옷은 입을 사람에게 맞추어서 재단되고 그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 옷은 절대 만지지도 않는다고 하더군요.] [설마 농담이겠지?] [아니요. 진짜예요. 그래서 그녀의 옷값은 그녀가 부르는 게 값인 거죠. 내가 당신하고 지금 농담하고 있겠어요? 당신이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바로 그런 옷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렇게 그 옷에 목을 매죠. 솔직히 심가인 의 아니 계동 윤씨의 인정도 인정이지만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는 그 옷을 소장하고 싶어하니까요. 지금 국립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곤룡포도 그녀 집안의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이 멍청한 양반아!] [그럼 이 단학이......] [그래요. 그녀가 직접 만들었다는 표시가 단학 이예요. 단학 한 마리가 그녀의 그 고고함을 뜻한다고들 하죠. 손수 수를 놓는 다고 하더군요. 그 사람이 입을 옷에 정성을 입히는 거라고 말들을 하던데 나도 아직 못 입어 봤으니 사실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녀의 옷 한 벌을 입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을 매는지 당신은 알지 못하겠죠. 그런데 한낯 깡패인 당신이 그런 옷을 입고 있으니 사람들이 수군거리지 않을 수 있겠냐 구요?. 무슨 재주로 그녀의 옷을 입을 수 있게 된 거예요? 알고 싶네요] '그런 뜻이 있었나!' 옷이 배달되어 왔을 때 들어 있는 한 통의 작은 글! '생일 축하드려요. 서방님' '단 한마디의 글이었지만 많은 말보다 더 기뻤는데 그녀의 선물에는 더 깊은 뜻이 있었구나 그녀의 말을 듣고서야 아까 여자들이 나를 보고 수군거린 이유를 알았다. 그녀의 마음씀이 너무 고마웠다. 그녀는 나를 자기에게 소중한 사람으로 인정을 해준 것이다. '그녀의 이 큰사랑에 난 무엇으로 보답을 할 수 있을까? '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박유미가 내 양복 소매 깃을 만지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처음엔 생각에 빠져서 잘못 들었는데 다시 한번 되풀이하는 그녀의 말에 난 구역질이 났다. [당신을 보면 난 언제나 불타 올라!] '진짜 제정신이 아닌 여자군' [당신 남편은 안 보이는군! 어느 갔나?] [몰랐어요. 나 이혼했잖아요. 지금 난 자유로운 몸이예요] [당신남편에겐 잘된 일이군. 그런데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지?] [왜이래요, 유진씨 당신과 나처럼 잘 맞은 연인이 없었어요. 당신도 지금까지 혼자 지내지는 않았겠지만 나처럼 당신을 만족시켜 준 여자는 없었을 걸요. 내가 장담하죠] [미안해서 어쩌나...... 당신의 착각을 내가 난도질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야. 난 지금 그녀한테 너무나 만족을 하고 있는걸 . 솔직히 당신이 원하는걸 들어줄 수도 없고 아니. 당신이 내 옆에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나는 구역질이 나!]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그녀에게 대꾸했다. 나의 대꾸에 그녀의 눈에 핏발이 선다 [말이면 다 인줄 알아요. 말조심해요. 당신이 나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 알지만 설마 그렇게 까지 나를 인식할 줄은 몰랐어요.] 그녀의 뻔뻔스러움에 난 고개가 절로 흔들렸다. [당신은 이 옷이 보이지 않나 보지 ? 당신 설명대로라면 그녀가 내게 이 옷을 준 이유를 알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뭐라구요? 그럼 당신과 심가인이?]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니 머리가 나쁘군!] [세상에 심가인이 정말 제정신이 아니군요. 그럼 그 소문이 사실이었다는 말인가요? 난 소문이라 믿지 않았었는데 ..... 계동 윤씨 집안도 별거 아니네요. 당신 같은 사람을 맞이하는걸 보면......] 그녀의 말에 내가 경직되자 그녀는 웃으면서 다시 말을 했다. [역시, 아직 집안에서는 모르고 있군요. 그럼 그렇지. 그런 집안에서 뭐가 부족해서 당신 같은 사람을 맞이하겠어요. 안 그래요? 그러니 다음에 버림 받고 울지 말고 지금부터 나랑 즐기는데 더 이로울 것 같은데.....] '저런 생각을 가진 여자를 내가 한때나마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을 했던 걸까' 난 그녀가 측은해지기까지 했다. 누군가에 사랑 받고 싶어하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그 상대를 잘못 골라서 문제지만 말이다. [헛소리 그만하고 내 곁에서 좀 떨어져 주겠어.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난 당신과 같이 있기만 해도 몸에 두드러기가 나려고 해서 말이야!] [흥, 그렇다고 내가 포기할 줄 알아요. 난 당신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꺼예요] [포기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 역시 그냥 있지만은 않을 거니까요!] 뒤에서 들리는 대답에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고 언제 왔는지 초희가 뒤에 서 있었다. 한복을 입은 초희의 모습과 뒤에 있는 지인의 모습에 놀라면서 유미가 말을 했다. [당신 누구야?] [말조심해요. 아가씨!] 단호한 지인의 목소리다. 그 소리에 이어 초희의 음성도 들려왔다. [지금 당신 대화의 주 대상인 윤초희 인데요] [그래요. 당신이 그 유명한 심가인...... 그러니까 그 유명한 계동 윤씨 집안의 여가장 이라는 윤초희 양인가요? 의외네요. 난 좀더 미인일 줄 알았는데 말이예요.] [저 역시 좀 의외네요. 좀더 나이가 어린 줄 알았는데 상당히 나이가 드신 분 같으셔서요] 옆에서 보고 있는 내게 두 여자 사이에서 불꽃이 튀기는 게 보이는 것 같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리고 '초희가 그녀 박유미를 상대로 질투를 해?' 이거 기뻐해야 되는 거야, 아니면 울어야 되는 거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유미의 말이 이어졌다. 분해서 이를 악물고 말을 하는 것 같다. [그냥 있지 않으면 어쩔 건데요? 고상하신 당신이 말이에요. 난 당신 같은 부류들을 잘 알고 있어요. 예절이 전부라는 생각을 가진.... 하지만 난 그런 것은 버린 지 아주 오래됐어요. 지금은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지는 것이 임자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당신은 절대 나처럼 행동하지 못할걸요] [글쎄요. 예전의 나라면 당신 말처럼 행동했을거에요. 그러나 난 이미 예전의 내가 아니거든요] [그래요. 아주 재미있어 질 것 같네요. 그럼 우리 한번 열심히 해볼까요?] [정정당당한 방법이라면 난 찬성이예요] [오. 그건 안되죠! 사랑과 전쟁에서는 무슨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이겨야 한다고 옛날 성현들이 말씀하신 것 같은데 말이에요] [그래도 상대방에게 상처주지 않은 범위에서의 수단과 방법이 아닐까요?] [그것 봐요. 당신은 역시 순진하다니 까요. 사랑은 쟁취하는 거예요] [글쎄요. 난 사랑은 쟁취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인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와는 아주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시군요!] 두여자의 말싸움에 난 머리가 어찔어찔해졌다. 유미야 예전부터 알아주는 여자였지만 초희가 이렇게 직선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는데 정말 모든 일에 내가 경기를 하게 만드는 여자였다. [아니 이게 어디서 잘난 척 이야? 네가 얼마나 잘났기에 그렇게 도도한 척 구는 거냔 말이야!] 내가 말릴 틈도 없이 유미가 손을 들어 초희를 때리려고 했다. [이게, 어디서 .... 뵈는 게 없나? 네가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우리 아버지 만큼은 돈이 없을걸.....] [진짜 치사하게 나오는시는군요] 초희의 말에 유미가 든 손이 속도를 더해 초희에게 내려오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 그 손을 잡으려고 할 때 나보다 먼저 도착한 손이 있었다. 아주 가냘프고 아름다운 손이 유미의 손을 잡고 뒤로 꺾고 있었다. 순간 유미는 소리를 지르려고 했으나 그 손의 주인에게 입까지 막힌 상태였다. [네가 죽으려고 환장을 하는구나. 감히 누구에게 그따위 말과 행동을 하는 거? 하긴 죽으려면 무슨 짓을 못하겠어!] 그 예쁘고 조용한 지인이 한순간에 살인마와 같은 싸늘한 눈빛으로 유미를 바라보면서 말을 했다. 싸움꾼은 싸움꾼을 알아본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 보이는 지인의 눈은 싸움꾼의 눈도 아니었다. 그건 사냥을 하고자 하는 사냥꾼의 무자비한 눈빛이었다. 지인은 절대 평범한 눈에 보이는 대로의 여자가 아니었다.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초희는 지인에게 놓아주라고 말을 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조용하게 단호한 어투였다. 두말없이 그녀를 놓아주었지만 경고하는 것을 잊지 않는 지인이었다. [다시 한번 내 눈에 띄면 그때는 가만 안 둔다. 아가씨에게 무례를 범하든 안 범하든 내눈에는 절대 띠지 말아. 내눈에 띠는 즉시 넌 성치 못할 테니까 말이야. 그러니 될 수 있으면 조심해. 이건 경고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어 내가 끼어 들었다. [이제 그만들 하지. 더 이상 말을 듣고 있다가는 아무래도 내가 먼저 돌아버릴 것 같으니 말이야. 내 마음은 당신들한테 안중에도 없다는 식의 지금의 상황이 나는 정말 마음에 안 들어! 그리고 박유미 당신 초희한테 손대면 지인이 손보기 전에 내손에 먼저 작살날줄 알아. 그날을 당신 제삿날로 만들어 주겠다는 내 말만 확실하게 기억해!] [그래요? 유진씨 그럼 할 수없죠! 그럼 다음에 다시 한번 봐요. 그리고 심가인 아니 윤초희씨 당신과의 멋진 대결을 기대해도 될까요?] [기대하셔도 될 것 같네요.] [그래요. 그럼 기다릴께요. 당신과의 멋진 대결을요. 그리고 아가씨 당신 충고 마음 깊이 새기죠. 하지만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죠 안 그래요? 그럼 이만....] 박유미도 대단한 여걸은 여걸이다. 지인의 그 무서운 말에 그래도 자기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가는 것을 보면 말이다. 우리의 이 코미디 같은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시하라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 당시 전혀 알지 못했다. 내가 걱정한 유미에 대해서 그녀는 벌써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난 이제야 내가 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놀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그녀를 차지한 것이 아니고 그녀가 나를 찍었다는 사실을 나는 지금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왜 그랬는지 이유는 아직도 미지수지만 말이다. 이 여자가 대단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이 정도까지 일 줄은 몰랐다. 솔직히 조금씩 그녀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지인의 180도 변한 모습! 어찌 보면 사람 같지 않은 차가움이 그녀의 전신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파티장에 도착한 이래 지인은 한시도 초희곁을 떠나지 않았 고, 숙부라는 사람과 초희가 대화를 나누었을 때는 더욱 더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는 듯 했다. 그런 지인이 내게 다가와 아주 차갑게 한마디 던지고 그녀의 뒤로 다가갔다. [아가씨를 지키려면 제대로 해요!] 그 말에 난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고, 더불어 지섭이도 그녀에게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처음 보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섭과 지인이 함께 우리에게로 온 것이다. 나는 그들이 우리 곁에 온 줄도 모르고 두여자 사이에서 그렇게 이러 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녀 곁에 다가온 지인은 그녀에게 뭐라고 귓속말을 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완전한 복종의 자세였다. 지인 그녀가 진짜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이 여자들은 왜 이렇게 하나같이 다들 강한 거야? 웬만한 남자들 같으면 전부 다 줄행랑을 치겠네.' 아무래도 지섭이가 많이 힘들지 싶다. 솔직히 그녀가 지섭이를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난 녀석이 상처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 저 지금 가봐야 할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절 보자고 하시네요] [당신 할아버지?] [네] [무슨 일로? 설마 우리들 때문에...] [아니에요. 우리 일과는 상관없어요. 상관 있다고 해도 괜찮아요]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나중에 집에서 보지. 그나저나 신경 쓰지 마 당신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여자니까 말이야. 그리고 당신 신경 쓰게 하는 일 도 없을꺼고 말이야.] [괜찮아요. 나 당신 믿어요!] 그녀는 언제나 단 한마디의 말로 나를 안심시켜 준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라는 내 말에 그녀는 '지인이만 있으면 된다'는 말로 거절을 했고 그녀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난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덕분에 지섭이 녀석의 입이 한껏 나왔지만 말이다. 지인씨와 좀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했는데 초희가 간다고 하니 지인씨도 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지인씨도..... 그녀를 차에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 아버님을 만났다. [좋은 아가씨 더구나] [네 좋은 여자예요. 저한텐 과분하고 넘친 여자죠] [어떻게 저런 좋은 아가씨를 만나게 되었니?] [아버님도 아시면서 왜 그러세요?] [네가 다쳐서 만난 것은 아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냐는 말이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버님. 그녀가 왜 절 선택했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녀라면 좀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저도 역시 궁금해요] 나의 말에 아버님이 조용히 말씀하셨다. [나한테 고맙다고 하더구나] [네?] [널 발견해줘서 너를 한사람으로 인정해줘서 아들로 인정해줘서 내게 고맙다고 하더구나. 사람에게는 일생에 3번의 기회가 있는데 아마 너한테는 내가 첫 번째 기회였다고 하더구나. 그러면서 그 첫 번째 기회를 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하더구나. 자기에게 하늘같은 존재인 너를 발견해 줘서 말이다.] '초희야' [유진아, 그녀 말은 사실이 아니야, 난 오히려 내가 너한테 더 고맙구나. 엉킬 대로 엉킨 유준이 녀석과의 관계도 너로 인해 풀어졌고, 사업도 너로 인해 더 크게 확장되었고 말이야. 오히려 고마워할 사람은 나다. 그리고 나는 너를 양아들로 생각해 본적은 없다. 내 속으로 낳지는 않았어도 너도 유준이와 마찬가지로 내 친아들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아들아 ! 곁에 있어 주어서 정말 고맙구나! 내 아들이 되어 줘서 정말 고맙다 아들아!] [아버지!] 난 처음으로 내가 먼저 아버지의 어깨를 안았다. 한없이 넓은 어깨!. 늘 내 허전함을 채워준 어깨". 내 아버지의 어깨에 난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날 조금씩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내게 감정이라는 걸 하나씩 하나씩 다시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저승사자였던 나를 인간으로 되돌려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다지도 보기 싫은 인간들을 많이 보게 되는 것일까? 그녀의 숙부라는 놈까지 보게되는걸 보면 오늘은 내 길일이 아니고 완전히 흉일 인 것이 분명하다. [오랜만이군요. 강유진씨. 생일 축하합니다. 대단한 인파들이로군요] [감사합니다. 네, 사람들이 좀 많군요! 어디 저 같은 놈 생일 축하하러야 오셨겠습니까? 저희 아버님께 눈 도장 찍기 위해서 왔겠지요. 어르신이 지적하신 대로 저 같은 배경의 놈에게는 어림도 없는 소리죠!] [하하하. 제 말이 많이 걸리셨군요. 하지만 사실인 것은 확실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제 충고는 받아들이시지 않으셨던데요] [말씀대로 충고 아니셨습니까? 그건 듣는 사람이 듣고 말고 결정할 문제지요. 그때도 말씀드렸듯이 전 지금의 저로 만족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충고를 듣고 살기에는 제가 좀 독선적이라서요.] [흠, 그렇습니까? 그럼 앞으로 좀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충고 감사합니다] 우리들은 여타의 말이 필요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헤어졌다. 그와의 만남에 그녀가 걱정이 되었다. 아까 그녀와 그가 만나서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는데 좋은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녀가 걱정되어서 서둘러 집에 와보니 그녀는 아직 돌아와 있지 않았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다른 때라면 모르는데 내 생일에 직접적인 협박을 받고 보니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적의 소굴인 그녀의 본가에 가 있는 것이다. 다른 곳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그녀의 본가인 만큼 그 걱정이 배가되었다. 그곳이라면 그녀를 나에게서 멀리 빼앗아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협박을 한 놈이 무서운 것이 아닌 그녀의 할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이다. 무서운 노인네! 자기가 충분히 다시 수장이 될 수도 있었는데 그녀의 입지를 세우기 위해 일부러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그녀를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쩌면 그것도 어린 그녀를 지키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일단 수장의 손녀의 위치라면 위험이 그만큼 더할 것이기 때문이다. 씨앗을 자르려는 많은 적들에겐 최고의 목표가 되었을 것이니까! 하지만 수장의 위치에 있는 그녀는 건드리기가 그만큼 어려울 것이다. 지키는 이들도 있겠지만 일단 무슨 일이 일어나면 계동 윤씨 전체와 싸워야 하기 때문에 섣불리 덤벼들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노인네이기 때문에 그녀 하나쯤 숨기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그가 했다고 하면 가문에서도 아무 소리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닐 정도의 힘을 가진 집안의 어른으로서의 위치에 거대한 산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녀의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그 집안 자체가 말이다.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 그녀의 본가로 향했다. 안국동 한옥촌 중에서도 가장 높은 솟을대문을 가지고 있는 집! 그녀의 본가인 곳이다. 차를 한쪽 안 보이는 곳에 세우게 하고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 그녀를 기다리는 시간이 그렇게 지루할 줄은 몰랐다. 한 30분을 차안에서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내 그녀가 대문에서 나오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다가가려 하는데 그녀의 뒤로 누군가가 나와 그녀를 돌려세운다. [언제까지 내게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해? 내가 못 찾을 줄 알고 ? 난 꼭 찾고 말 꺼야! 알아들었어?] [꿈도 꾸지마 . 넌 날 너무 가볍게 봤어! 난 계동 윤씨의 증손녀야. 네가 그렇게 노리고 있는 자리의 주인이란 소리야. 그런 내가 너한테 그렇게 호락호락 당할 것 같아? 어림도 없는 소리하지마!] [웃기는군! 그런 년이 인생 밑바닥인 깡패 놈의 다리 사이에 들어가? 그래 잘해 주디? 내가 그 놈보다 못한 것이 뭐야?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놈을 선택했냐는 말이야? 난 그놈보다 훨씬 더 잘해 줄 수 있어.! 아니 잘해 줄 수 있었어. 그런데 네가 그런 날 두고 그런 허접 쓰레기 같은 놈과 어울려? 좋아 과거는 상관치 않을 테니 내게 오는 게 어때?] 더 들어 줄 수 가 없어 앞으로 나서려는데 나의 행동을 저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마디만 더해봐! 그럼 내 목을 아주 예쁘게 목에서 잘라내 주지!] [헉! 지인 난! 지인] 지인 그녀가 나타나자 놈은 사시나무 떨 듯이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진짜 공포에 젖은 몸짓이었다. 도대체 그녀가 얼마나 무섭기에 저러는 것일까? [꿇어] [지인아] [난 아가씨 앞에 꿇으라고 했다.] 그녀의 말에 놈은 두말도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시키는 대로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은 녀석의 목을 사정없이 밟으며 지인이 말했다. [다시 한번 아가씨에게 그랬다간 넌 내 손에 죽어! 내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두말은 안 한다. 두 번은 없어. 내가 네게 해주는 마지막 친절이야. 알아들었니?] [알았어!.] [그리고 만약 이건 만약이지만 애기씨들을 찾아서 건드렸다간 사는 게 죽는 것 보다 더 힘들다고 느낄 정도로 만들어 주겠어. 너희 집안 전체에 말이야. 이건 네 애비한테 전하라고 하는 말이야. 그대로 전해! 그리고 이 말도 전해. 난 예전의 지인이 아니라고 말이야. 그런 속임수에 넘어갈 지인이 아니라고 다시 한번 똑똑히 전해. 너 역시 지금의 나를 보면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 꺼야. 선재야. 잊지마, 지금의 내 모습 말이야!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난 자신을 주체 못해 예전의 나를 보지 말고 지금의 나를 보란 소리야. 그리고 아가씨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려1] 사내는 입술을 깨문 채 말이 없다. 그런 사내를 지인은 인정 사정없이 구둣발로 찍어누른다. [사과 드리라고 했다]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해 주십시오 아가씨라고 해!] 아주 놀랍다. 그렇게 얌전하게 조용한 아가씨가 저렇게 변하다니 놀라울 뿐이다. 이제서야 조금 이해가 될 것 같다. 그녀! 지인도 강우와 함께 그녀가 말한 보이지 않는 보디가드인가 보다 너무나도 놀랍고 새로운 지인의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면서 아까 이시하라와 나눈 대화가 생각이 났다. 그녀는 이시하라가 놀랄 정도로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가지고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 여자들은 도대체가 왜 이렇게 잘난 건지 모르겠다.' [용서해 주십시요. 아가씨] 그 말을 듣고서야 사내의 목에서 발을 내린다. [가!] 사내는 그런 지인을 한번 쳐다보고는 대문 안으로 들어갔고, 지인은 그녀 앞에 머리를 숙였다. [용서해 주세요. 잠시 한눈을 팔았습니다.] [괜찮아. 그나저나 일본 야쿠자들과는 어떤 진전이 좀 있는 건가?] [파티 장에서 이시하라와 접촉을 가진 것 같습니다. 강우가 쭉 곁에서 감시를 했습니다. 그런데 잠깐 인사만 나누고 실질적인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시하라라..... 지인] [예, 아가씨] [그를 조심해. 그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알고 있습니다. 아가씨] [아니, 그 정도가 아니야. 내가 유진에게서 느낀 느낌이 그에게도 느껴 졌어.! 그도 오빠와 같은 거인의 부류야. 그냥 깡패나 칼잡이는 절대 아니야. 야망을 가지고 그걸 성취한 남자의 모습 이였어. 여태 지인이 보아온 남자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사람이야. 난 지인이 걱정돼!] [걱정 마세요. 아가씨. 제가 잘 알아서 처신하겠습니다.] [내게 지인은 그냥 나를 지켜 주는 사람이 아니야. 그녀가 죽은 다음부터 지인이 내 엄마나 다름없었어. 다 죽어 가는 나를 살린 것도 지인 이었어. 그래서 내겐 지인이 그 어느 누구 보다 소중해. 지인 ! 이젠 그만 잊을 때도 됐잖아. 그건 지인의 잘못이 아니었어. 그때는 그것이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도 안해. 그건 그냥 어쩔 수 없이 일어 날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아니오. 아가씨 제가 좀더 빨리 돌아왔거나 아니면 그전에 경고라도 해 드렸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제가 제 생각만 하느라 그런 사태를 유발시킨 거예요.] [지인 그건 사실이 아니야. 그때 지인이 처한 상황에서는 전부 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꺼야.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어. 이젠 지인 스스로가 자신을 용서할 때가 되었어. 이젠 스스로를 돌볼 때가 되었다는 소리야. ] [아가씨!] [난 그를 유진을 만나면서 나를 한번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어. 그리고 이젠 나도 나 자신을 용서하려고 해.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려고 해. 난 지인도 하루 빨리 그 과거 속에서 빠져나왔으면 좋겠어. 과거는 과거야. 우리가 손 댈 수 있는 그런 존재의 것이 아니야. 그런 거였다면 내가 예전에 그렇게 뜯어서 고쳤을 거야. 하지만 우리 힘으로는 안 되는 거잖아. 그러니 이젠 지인도 그만 잊어!] [아가씨는 잊을 수 있어요? 도련님 진재 도련님 잊으실 수 있냐구요? 그 빛나던 사람을.. 자신이 가진 빛으로 주위를 둘려 싼 우리를 보듬어 주던 그 사람을 잊을 수 있냐구요? 전 못해요 절대 못해요] [아니, 나도 절대 오라버니를 잊지 못해. 아니 잊지 않을 꺼야. 오라버니의 환한 그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을 꺼야. 그것이 오라버니가 우리에게 바라는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요즘에서야 들어. 예전에 그 생각을 했더라면 내가 그렇게 고통스럽지만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 그러니 이젠 지인도 그만 오빠를 놓아 줄 때가 되었어. 지인 이제 그만 오빠를 지인의 가슴에 묻어. 새기지 말고 묻으라고.... 고운 모습의 오빠 만을 기억해 줘. 이건 내 부탁이야. 지인은 한번도 내 부탁 거절한적 없잖아. 이게 내 부탁이야. 그리고 그것이 오빠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도 몰라. 오빠는 지인을 많이 아끼고 사랑했어. 오빠가 보지 못한 오빠의 자식들처럼 말이야. 그러니 지인도 이젠 그만 오빠를 놓아주었으면 해!] [진영아!] [후,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다. 거의 20년은 넘은 것 같아. 아니 10년인가? 진영이라는 이름보다는 오빠가 예명처럼 지어준 초희라는 이름에 더 익숙해 버렸어. 허난설헌처럼 곱고 아주 총명하게 자라라고 지어준 난설헌의 어릴 적 아명 말이야. 그래서 그런지 집안에서도 진영이라는 본명보다 초희라는 이름이 더 잘 불리게 된거지! 그런데 그 이름은 우리 오라버니 화가 날때만 나를 부르는 이름인데 그이름을 지인이 부르는걸 보면 내게 화가 많이 나것 같아. 화 난거야 지인?] [네 아가씨 화가 났어요. 어떻게 저더러 진재 도련님을 잊으라는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다른 사람도 아닌 아가씨가요? 아가씨는 도련님 잊을수 있어요 잊을수 있냐구요? 많이 변하셨네요. 아가씨!] [그래 나도 나의 이런 변화가 믿기지 않아. 그.. 유진을 만나면서 나도 서서히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할수 있었어. 그래서 이젠 나도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고 보니 내가 왜 그렇게 쓸데없는 허상만을 쫓으며 세월을 허비했는지 모르겠어. 너무나 슬퍼!왜 좀더 빨리 그를 만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어! 그리고 이런 모습들은 진재 오라버니도 바라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 지인 말대로 빛나던 빛에 둘러 싸여있던 오빠였어. 이렇게 괴물처럼 복수만을 다짐하는 우리의 모습은 오빠가 바라는 모습이 아닐꺼야. 특히나 더 사랑했던 지인이기 때문에 오라버니는 더욱더 슬퍼 할꺼야 지인 난 지인이 예전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 늘 환하게 미소짓고 있는 지인으로 말이야. 지금의 지인도 웃고는 있지만 눈까지 웃음이 미치지 못하고 있어. 그건 마음으로는 웃지 않는다는 말이야. 난 그런 서글픈 지인의 모습은 싫어. 오라버니도 많이 슬퍼하고있을꺼야. 그런 삭막하고 황폐해진 지인의 변한 모습에.....] [그럼 아가씨는 그들을 그냥 두어야 한다는 소리예요?] [아니, 우리가 힘을 쓰지 않아도 언젠가는 그들은 무너지게 되어있어. 언제나 결말이 나 있는 싸움이었어. 그러니 그런데다 헛된 힘 쏟지 말라는 소리야. 지인 오빠는 오빠가 보지 못한 아이들처럼 아니 그보다 더 지인을 아꼈어. 오빠에게 지인은 가져 보지 못한 자식이나 마찬가지 였어. 지인을 발견한 것도 오빠고 지인을 성장시킨것도 오빠였어...] [그래요. 그는 내게 아버지나 마찬가지였어요. 그런 그를 어떻게 잊으라는...] [아까도 말했지만 잊으라는 소리가 아니야. 그냥 지인의 한쪽 가슴 귀퉁이에 밝은 모습만을 세겨 놓으라는 소리야. 오빠의 가장 비참하고 처참한 모습의 죽음을 생각하지 말라는 소리였어. 오빠의 생애에서 오빠의 죽음은 아마 치욕으로 남을수밖에 없을꺼야. 그런 치욕스런 오빠의 모습을 잊으라는 소리야. 지인 제발.....] [장담은 못드리요. 솔직히 그러고 싶지도 않구요. 하지만 노력은 해볼께요 노력은 한다고 하지만 정말로 장담은 못 드려요. 아가씨! 제겐 너무나 큰 상처고 아픔이기 때문에 그걸 극복할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것만이라도 돼. 처음 시작의 발은 내디딘 것이니까...서서히 조금씩 이라도 변화가 되었으면 좋겠어. 너무 오래 지체한 것 같아. 그가 기다리고 있을 꺼야. 얼른 돌아가도록 해] 그렇게 그녀들은 어둠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녀의 고백 그 사람이란 나를 지칭하는 걸까? 그녀들은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고, 난 한참을 그곳에 머물렀다. '자, 대충 정리를 해보자.' 지인은 그녀의 보디가드고, 그녀는 누군지 모르는 어린아이를 보호해야 하고.... 그러고 보니 전에 입양 운운하던 얘기가 이 이야기인가 보다 나와의 만남을 계획한 그녀!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집안 권력 싸움인가 보군! 그럼 난 이용인가?] '다시 한번 배신인가!' '아니야. 그녀는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야.'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꺼야.' '그럼 아까 그놈이 한 이야기는 뭐야?' 혼자서 질문과 대답을 반복했다. 속이 답답해져 왔다. 그녀와 같이 지내면서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며 나도 그들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다시 집에 돌아와 보니,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차림이 아주 화려했다. 나와 둘만의 축하를 하려고 했는지 지금 그녀는 속이 훤히 다 드려다 보이는 슬립 하나만을 걸치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나를 보고 마음껏 환한 웃음을 지어 준다. 처음의 그녀를 생각하면 도저히 일치되지 않는 웃음이다. [생일 축하해요. 어디 갔었어요? 늦었네요] 파티에 참석하기 전에 집에서 따로 그녀와 둘이서 축하를 하려고 얼음 속에 채워둔 삼페인 병이 보였다. 아무 말 없이 병을 집어들고 뜯어서 병째로 들고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 내가 이상한지 그녀가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혼자서 반 이상을 마시다가 갑자기 그녀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입을 열지 않으려는 그녀의 입술을 손으로 잡아 반 강제로 연 다음 내 입에 담겨있던 술을 그녀에게 먹였다. 마시지 않으려는 그녀! 그녀는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미친듯이 나에게서 몸부림쳤다. [유진씨 그만해요. 난 술 마시면 안되요!] 그녀의 말에도 불구하고 난 입술을 마구잡이로 그녀에게 몰아부쳤다. 그녀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마시게 하려는 나! 기나긴 전투 끝에 언제나 그렇듯 승자는 내가 되었다. 다시 한 모금을 입에 넣고 그녀의 입으로 건네주고 그 여운을 즐겼다. 내가 준걸 다 마시고 나서 그녀가 내가 말했다. [이제 난 나 자신을 통제 못해요!] 그 말과 함께 그녀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난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이 생각났지만, 그땐 이미 늦은 뒤였다. 그녀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이는 변화였다. 그녀의 눈빛부터가 틀려졌다. 평소의 차분한 그녀의 눈빛이 아닌 먹이를 앞에 둔 고양이의 눈빛이었다. 서있는 나를 그대로 거실 바닥에 밀어 눕히더니, 내 위에 올라타서 자기가 선물한 내 옷을 찢어 발기 듯 벗겨내기 시작했다. 급기야 셔츠의 단추가 사방으로 튀고 옷 찢어지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난 그때까지 멍하니 그녀가 하는 대로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너무 놀라 말도 나오지 않았다. [우린 서로에게 선물한 것을 찢는 버릇이 있군. 아주 공평해] [입 닥쳐요!] 그리곤 내 입에다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내입을 자기의 손으로 잡고 강제로 입을 벌리려는듯 하고는 자기의 혀를 내게 깊숙히 가지고 왔다. 숨을 쉴수 없을 정도로 나를 깊이 빨아 드렸다. 그거도 모자라 그녀는 나의 이빨과 입술을 마구 훑고 깨물기 시작했다. 그녀의 변화에 너무 놀라서 난 그냥 멍청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내게 키스를 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 쪽에서 먼저 자진해서 이렇게 진하게 행동한 적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내가 정신을 못차릴 이유가 충분한 것이지... 진짜 정신을 확 빼놓을 정도의 솜씨였다. 내가 반격을 하려는데 얼른 입술을 떼고 내 목을 깨문다. [아야!] 나도 모르게 신음이 나올 정도로 세게 물었다. 그리고는 입술을 가슴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내 가슴의 젖꼬지를 찾아내어 한번 깨물더니 고개를 들고는 내 목에 걸려있던 넥타이를 풀어서 내 양손을 동여맨뒤 거실 테이블 다리에 묶어 놓았다. ['오 이런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당신 날 강간하려는 것 같군. 당신 하고 싶은대로 해봐!] 너무 어이가 없어 이런 말이 입에서 나왔다. 그런 내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녀는 나에게 대꾸를 했다. [그래요. 잘 알고 있군요.] 내말에 그렇게 비웃듯 대꾸를 하고 그녀는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헉] 그녀가 아까 물었던 내 젖꼭지를 다시 입에 물고 돌렸다. 내가 자기 젖꼭지에 하듯 그렇게 똑같이...... 아니 솔직히 내가 자기에게 한것 보다 더욱 강도를 높여서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손은 밑으로 밑으로 내려져서 나의 숨을 한순간 멈추게 만들어 놓았다. 세상에나 그녀가 나를 잡고 흔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내가 못할 줄 알았지! 천만에 나도 하면 당신보다 더 잘할 수 있어 뭐! 여태 나보다 더 잘 맞는 여자는 없을 거라고 웃기는 소리하지마! 박유미 네가 너 보다 백 배는 더 잘할 수 있어 내가 안 해서 그렇지 ] 아마 유미가 하던 내게 한 낯뜨거운 소리를 들었나 보다 그런데 꼭 그녀가 아닌 그녀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한마리 날뛰는 야생마와 같았다. 그러다 갑자기 가슴과 배에 차가운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어보았더니 마시다 남은 삼페인을 내 가슴과 배 위로 뿌리고 있었다. 그리곤 입술을 그 위로 움직였다. '오 진짜 맙소사다. 누가 나좀 구해주지 마세요. 지금 내게 손대는 사람은 전부 다 죽을 줄 알아' 샴페인 병을 들고 한 모금을 마시더니 그대로 내 입으로 가져온다. 내가 아까 그녀에게 건네준 방식 그대로 그녀도 내게 그렇게 술을 주었다. '꿀꺽 꿀꺽 '내가 여태 맛본 최고의 샴페인 맛이었다. 술이 다 떨어지자 남아있는 단 한 방울이라도 더 마시려는 듯 내 가슴과 배를 핥아먹는 그녀였다.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내 바지 버클을 끌렀다. 그 다음 ' 맙소사' 난 여자에게 아니지 그냥 여자가 아닌 내 여자에게 강간당하다 기절했다. 어느 정도 사랑에 익숙해졌어도 여전히 내 몸에 손대지 못할 정도로 순진한 그녀가 내 물건을 입에 물고 사탕을 먹듯 그렇게 빨아먹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망설임없이 나를 입에 물었다. 나는 그녀에게 손가락하나 댈 수 없는 처지였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그녀가 나를 애무하여 내가 그녀를 애무하던 그 어느 때보다 더한 흥분의 끝으로 몰고 갔다. 나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의 작은 입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내가 느껴진다. 떨고 있는 내게 주최할 수 없는 강렬함에 휩싸인 나는 그녀의 힘 아래 그렇게 누워 있었다. [사탕 먹는 것 보다 더 맛있는데.......] '오, 제발 저 이대로 죽게 하소서' 그리곤 그대로 자기 속으로 날 빨아들이듯 넣었다. [이건 거짓말이야, 절대 그녀가 아니야!] 나도 모르게 생각이 입밖으로 나올 정도였다. 손이 묶인 채 누워있는 내 위에서 그녀는 진짜 말 그대로 야생마를 타듯 날 타고 있었다. 앞뒤로 흔들리는 그녀의 몸에 따라 그녀의 가슴도 같이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자기의 가슴을 바라보고 있는것을 알았는지 그녀는 상체를 숙여 내입에 자기의 가슴을 대어 주었다. 나 역시 가만 있을수 만은 없었다. 비록 입만 움직일수 있었지만 날 빨아들이려는 그녀처럼 난 그녀의 가슴을 그렇게 빨아들이고 있었다. 당하는 나지만 현실로 인식이 되지 않았다. 너무 좋은 꿈이라서 말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몸을 계속해서 움직이던 그녀가 움직임을 멈추고 나에게 울음섞인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악 흑 미치겠어. 당신 알아? 얼마나 내가 당신 사랑하는지.... 말보다 행동을 한다는 나였지만 하루에도 몇백 번씩 사랑해요 라고 얼마나 말하고 싶었는지 알아! 말로 하면 우리 사랑이 깨어 질까봐..... 당신에게 해될까봐! 내 사정 알면 나 돕겠다고 아니 혈육을 죽인 아주 나쁜 여자라고 나 욕할까봐 얼마나 이 악물고 참았는지 알아. 당신 모르지! 당신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가슴 떨리고 내가 해주는 밥 맜있게 먹어 주는 당신이 너무 고마워 혼자 음식하면서 눈물 흘리던 나 모르지! 당신 돌아와서 말없이 나 쳐다보고 있는 당신 알면서도 그 순간의 행복이 깨어 질까봐 감히 당신 얼굴 쳐다보지도 못하는 바보 같은 내사랑 당신은 모르지 ! 이런 내 마음 당신 모르지 난 당신 사랑해.이 바보 멍청이야 사 람들은 죽음보다 더 상대를 사랑한다고 하는데 난 그렇지 않아. 난 내 목숨만큼 당신 사랑해. 내가 죽고 나면 당신을 다시 볼수 없잖아. 그러니 내가 살아있는 동안만큼 내 목숨만큼만 당신을 사랑해. 당신은 내 목숨이야. 이런 내 사랑도 당신은 절대 모를꺼야 이 바보 같은 사람!] 그녀의 애통스런 목소리와 눈물에 내 정신이 확 깨어났다. 내 여자가 내 위에서 날 사랑하면서 사랑한다면서 울고 있었다. 그녀와 같이 살면서 처음으로 본 그녀의 울음이었다. 그녀와 같이 살면서 처음으로 말로 들어 보는 그녀의 사랑고백이었다. 백마디 말보다 한번의 행동으로 알수 있었던 그녀의 사랑을 말로 난 들었다. 가슴이 미어진다. ' 이 멍청한 강유진 넌 도대체가......' 그녀의 울음은 서글픔이었다. 왜 그다지도 서럽게 서럽게 느껴지는지..... 그녀를 울린 내 자신이 너무도 미워졌다. 그녀를 믿었어야 했는데.... 그녀의 나에 대한 말없는 사랑을 믿었어야 했는데.... 난 그녀에게 눈물만을 주었다. 그녀에게 아픔만을 주었다. 사랑의 배신을 당한게 아니고 난 그녀에게 그녀의 믿음을 배신한 사랑의 상처를 주었던 것이다. 그녀에게 미안해서 고개도 들지 못했다. 말을 마치고 그걸로도 모자란 듯 정신없이 내 위에서 요동치는 그녀의 모습이 왜 그렇게 슬퍼 보이는지 '못난 놈' 이라고 얼마나 나 자신이 한심해 보이던지 .... 나도 울고 있었다. 그녀가 내게 준 눈물의 양과 같은 양의 물이 내 눈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나는 그녀를 아프게만 해야 했을까 말로는 안 들었지만 가슴으로는 그녀의 사랑을 알고 느끼고 있었으면서 왜 그다지도 그녀를 몰아부쳐 그녀를 이 지경까지 만든 것일까? 맨 처음 그녀와 사랑을 나눈 후 그녀가 그랬는데 자기는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그녀의 말처럼 내게 해준 정성스러운 음식들과 내게 그녀가 보여준 그녀의 행동들이 그녀의 사랑을 대신한것인데 왜 난 그걸 꼭 말로 확인해야만 했을까? 나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사랑을 하면서 그렇게 서로에게 안겨 같이 울었다. [초희야 미안하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난 나를 사랑하는 그녀에게 계속 그렇게 되뇌어 사과를 했지만 내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그녀의 귀에 들렸을지는 나도 장담을 못하겠다. 그저 정신없이 나를 사랑하는데만 정신을 쏟는 그녀가 너무나 가슴아파서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했다. 사랑이 끝나자 내 위에 쓰러진 그녀는 날 풀어주고는 아무 말 없이 욕실로 들어갔다. 그녀를 기다리다 지쳐 욕실에 가보니 샤워기 아래서 그녀는 또다시 울고 있었다.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그녀의 뒤로 가서, 그녀를 안자 그녀는 내 가슴에 등을 기댔다. [괜찮아?] 그 말을 하면서 난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만졌다. [내가 죽였어요] 뜬금 없는 그녀의 말에 일순 모든 움직임이 멎었지만 나는 다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말을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다. 지금 그녀가 하는 말은 그녀의 아주 큰 상처일테니까. 그 상처를 내가 다시 만들어서 크게 확대시키는 일이 발생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였다. 그녀를 뒤로 돌려 벽에 기대게 하고는 그녀가 내게 했듯이 나도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부드럽게 그녀를 삼켰다. 나는 느리게 움직였다.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잡고 나에게 더 가까이 끌어 당겼다. 그녀의 입에 키스하듯이 깊게 더욱 깊게 키스를 했다. 그녀는 참을 수 없는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악. 그만 그만 제발 그만....]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더욱 느리고 깊게 혀를 움직여갔다. 그녀는 몸을 떨며 흐느꼈다. 숨을 쉴 수조차도 없는 것 같았다. 너무나 혼란스러워 어쩔 줄 몰라하는 그녀에게 내가 속삭였다. [참지마. 그냥 내게 맡겨. 나만 따라와] 그녀의 가슴이 부드럽게 흔들렸고 그 위에서 물방울들이 춤을 추었다. '다 내 꺼야. 넌 내 꺼야. 윤초희' 나는 속으로 크게 울부짖었다. 다시 한번 그녀의 입술을 맛보자 찝찌름한 그녀의 눈물이 혀끝에 느껴지자 약간의 거리를 두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힘이 하나도 없는 듯 겨우 벽에 기대있는 그녀의 작은 엉덩이를 두 손으로 단단히 받히며 그녀 안으로 들어갔다. [괜찮아. 눈뜨고 날 봐 ] 터질 듯한 나를 간신히 참느라 몸이 굳어진 나는 부드럽게 손을 들어 그녀의 고개를 세우고 내 눈과 마주보게 했다. 그녀는 감히 말을 잊지 못하고 내 움직임에 따라 흔들렸다. 그리고는 나에게 말을 했다. [내가 오빠를 죽였어요] [하지마. 내게 말하지마] 내가 그녀의 말을 막자 그녀는 나를 저지하면서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난 내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어김없이 내 귓전으로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들어 오고 있었다. 그녀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더 이상 저지하지 않고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움직임도 함께 멈추었다. [ 하지만 난 몰랐어요 정말 이예요. 오빠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아니, 그들 사이에 아이들이 있으리 라곤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저 어린 나이에 가문의 전통이 최고인 줄 알았어. 모두들 그렇게 내게 말했고 ......우리 가문에 그런 스캔들이 일어나는걸 막아야겠다는 그저 18살 사춘기 소녀의 어리석은 생각뿐이었어요. 그들의 사랑이 진짜라는 생각은 못했어요. 난 정말 몰랐어요. 난 사랑이 이런 것들 이라는것을 그때 알았다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예요. 아니 그들의 속임수에 넘어 가지도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그때는 내게 사랑이라는 감정보다는 이성이 아니 어린 여자아이의 자만심만으로 가득차 있었어요. 그래서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지 몰랐어요. 그들에게 아이가 있는지 정말 정말 몰랐어요] 나는 조용하게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다시 움직였다. 천천히 그녀가 나를 느낄 수 있게 내가 얼마나 간절히 그녀를 원하고 있는지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지 그녀가 알 수 있도록 말이다. 내 허리의 움직임이 조금씩 거세졌다. 그러자 폭풍을 헤쳐나가는 작은 돛단배처럼 그녀가 내게 맞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깊게 들어 왔다가 갑자기 몸을 빼고는 그녀에게 외쳤다. [날 사랑하지? 아까 날 사랑한다고 했잖아 다시 한번 더 말해봐] 내 엉덩이에 손을 대어 당기며 그녀가 내 입술을 찾았다. 그러나 나는 그런 그녀의 움직임을 제지하며 욕실 벽에 그녀를 고정시킨채 계속 그녀 안에서 움직였다. [어서 말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강하게 더욱 강하게 그녀를 압박했다. 내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아니, 난 당신 사랑하지 않아! 사랑이 뭔데? 그 사랑이 뭔데...] [내게 사랑은 당신이 나보다 더 소중한 거야. 나보다 더 커 보이고 나보다 더 위대해 보이고 나 보다 더 자랑스러운 거야! 초희야 나에게 넌 나 자신 보다 더 소중해. 나보다 더 크고 위대해. 그리고 나보다 더 네가 자랑스러워! 넌 나보다 더 잘난 여자야. 넌 내 여자야.! 그런 널 난 사랑해 ] 내 말에 그녀가 더 크게 운다. 그녀의 눈물을 혀로 핥았다. [유진씨!] [그래. 넌 내게 바로 나 자신이야. 너 없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사랑해. 초희야 내겐 너 뿐이야. 나 버리지 마. 절대 나 버리면 안돼!] [유진씨 그래요. 사랑해요. 당신은 내 목숨이에요. 아니.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에요] 그녀가 내게 사랑한다고 말로 했다. 말보다 행동으로 한다던 그녀가 행동으로 다 보여주고 나서 말로 또다시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고 끝없이 소리치고 있었다. 그녀가 소리칠수록 내 몸짓은 더욱 거칠어 졌고 그녀의 몸짓도 거세어 졌다. 우리의 두 번 째 사랑도 그렇게 그 밤에 깊어져 갔다. 말 그대로 우리는 정말 잠 한숨 안자고 사랑을 나눴다. 시간이 아까웠다. 사랑을 나누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서로의 몸에 서로의 손을 감지 않으면 곡 죽을 것처럼 필사적으로 그렇게 사랑을 나누었다. 새벽이 다 되어서야 그녀가 잠이 들었다. 잠을 자려고 한 것이 아니고 사랑을 나누다 도중 그만 잠이 들어 버린것이다. 나 역시 그런 그녀를 보고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그녀의 과거 내가 먼저 깨어나 시간을 보니 9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6시쯤 잠이 들었으니 3시간은 잤나보다 그녀는 아직 내 밑에서 자고 있었고 난 그녀를 거의 질식시킬 것처럼 안고 있었다. 자는 동안에도 난 그녀의 안에 있었다. 내 몸이 깬걸 알았는지 녀석 역시 그녀의 안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안에서 크기를 늘리는 녀석의 그 느낌에 그녀 역시 깨었나보다 맑은,.... 평소의 그녀의 눈빛이었다. 내가 자기 속에 있는걸 느꼈는지 얼굴을 붉힌다. 난 그대로 서서히 움직였다. [잘 잤어?] [네] 그 말만 하고 우리는 또다시 서로를 안았다. 사랑을 마치고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발은 내린 그녀는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제대로 서지도 못한다. 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트리고 그녀를 안아 욕실로 데리고 갔다. 변기에 일단 그녀를 앉히고 욕조에 물을 받았다. 어제의 전투를 생각하면 샤워로는 턱도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녀를 욕조에 담그자 그녀는 금방 신음을 내뱉었고, 그녀 뒤에 들어간 나 역시도 신음을 내뱉었다. 잠시 후 온몸의 근육이 풀리는 느낌이 왔다. 서로 그렇게 앉아있는 우리는 말이 필요 없었다 그러던 중 그녀의 말에 난 욕조 속에 빠져 물을 먹고 말았다. [어제 내가 무슨 실수 한 거 있어요?] [설마 기억 못하는 거야?] [ 난 술을 먹으면 기억을 못해요. 그래서 술을 마시지 않는 거예요. 혹시 내가 어제 무슨 실수라고 한거예요?] 오 맙소사 나의 그녀는 기억을 못한다. 자기가 날 어떻게 했는지 자기가 날 사랑한다고 고백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왜 자기가 걷지 못하는지 .... 이제서야 왜 술을 안 마신다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못 마시는 게 아니고 안 마시는 것이다. 기억을 못하기 때문에.... [하하] 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힘들어하는 그녀를 아이들더러 지키게 하고 반 강제로 하루를 쉬게 하고 난 곧장 김&박 합동 법률 사무소로 향했다. 굳어진 내 얼굴에 아이들은 겁을 먹은 표정이다. 언제나 웃는 나였지만, 정말로 화가 나거나 중대한 일이 있을 때는 나 자신도 모르게 경직되는 나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사무실은 처음이었지만 꽤 능력이 있는지, 안내양까지 있었다. 안내양의 안내로 그녀의 사무실에 들어가니 30명이 넘는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김지수 변호사님 찾아 왔는데요]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서 그런지 그 넓고 큰 사무실이 한순간 조용해 졌다 [아, 네, 잠시만요 누구시라고 전할까요?] 내가 무서웠는지' 약속이 있는냐 '는 소리도 묻지 않는다. [강유진 이라고 하면 만나 줄 꺼요] [변호사님 강유진 손님 오셨는데요] 잠시 후 변호사 사무실이라고 생각된 문이 열리면서 지수 씨가 나왔다. [어서 오세요. 웬일이세요 이 누추한 곳까지.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아이들을 밖에 세워두고 들어갔다. [오늘은 단체방문이라도 하시기로 짰어요?] [너는 무슨 일로 여기 왔냐?] [왜 난 여기 오면 안되냐? 그런 넌 여기 웬일이냐?] [할말이 있으니까 왔지!] 내 대답이 퉁명스러웠는지 유준이 녀석이 얼굴을 찌푸린다. 그제야 난 그녀의 사무실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생각보다 넓은 방이었다. 10명 정도 회의를 할 수 있는 원탁과 접대용 소파세트 반대편에 있는 문은 아무래도 사실 인 듯 싶다. 통 유리창 너머로 고층 빌딩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고, 그 중간에 큰 책상이 한 놓여 있었다. '변호사 김지수' 난 유준이 있음에도 상관없이 그녀에게 질문부터 했다. 어차피 녀석도 알게 될텐데 굳이 숨기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녀에 대해, 아이들에 대해 아는 대로 얘기해 줘요] 내 선제 공격에 아무리 강한 그녀도 멈칫 했다. [무슨 말 이예요?] [딴소리 말아요 대충 알고 왔으니까 난 대충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 당신을 찾아 온 거요. 그러니 날 속일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아요] [누구를 말하는건지 자세히 이야기를 해줘야 내가 이야기를 할거 아니예요?] 그녀는 변호사라 그런지 확실히 달랐다. 얼굴하나 변하지 않고 내게 모른다고 시치미를 딱 떼고 있다. '포커 페이스 같은 얼굴' 어쩌면 초희보다 더 표정없는 얼굴이다. 이런 얼굴로 법정이나 상대편 변호사와 싸울때는 아무 적수가 없지 싶었다. 그녀가 정말 유능한 변호사라는 걸 지금 나를 상대하고 있는 그녀에게서 확실하게 느낄수 있었다. [윤초희 아니 윤진영 이 정도면 됐소?] [진영이라.......그녈 사랑하나요?] [사랑하오] [얼 만큼요, 당신 목숨과도 바꿀 수 있을 정도로요?] 내가 정면승부를 걸자 그녀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쳤다. [있소] 나의 확고한 대답에 그녀는 나를 바라보다가 한마디했다. [당신을 만나고 싶어하는 분이 계세요. 같이 가요 어차피 한번은 치루고 건너야할 홍역 같은 것이겠죠 날 따라와요!] 그녀의 말에 난 직감적으로 그녀의 할아버지를 대면할 때가 온걸 알았다. 같이 가고자 하는 유준이를 떼어내고 난 그녀와 둘이 안국동으로 향했다. 예전에 한번 온 적이 있었던 그녀의 본가 대문 앞에 서 있었고. 천년동안 지켜온 계동 윤씨 집안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이런 것을 보고 전통이라고 하는 것일까.! 풀하나 이끼 하나까지 오래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예전에 난에 둘려 쌓여 살았다고 한 적이 있는데 정말 야생 난이 정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정원도 요즘 정원처럼 사람의 손이 간 정원이 아닌 자연그대로 생긴 그대로 둔다는 한국식 정원의 전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자연과 동화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그녀가 자란 걸까? 그래서 그녀는 그렇게 모든 일에 초연한 것일까? 절로 그녀가 보고 싶어 졌다. 그리고 곳곳에 그녀의 향기가 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어느새 난 집안 가장 중심부에 위치한 사랑채에 도착했다. 밖에서 지수 씨가 안에 기침을 한번하고 도착했음을 알렸다. [할아버지 저 지수입니다.] 안에서 한사람이 나왔다. 그놈이었다. 그녀에게 협박을 한 놈! [들어 오라십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지수씨] 그의 말에 대꾸 없이 그녀는 안으로 들어갔고 조금 후에 다시 나와 내게 말을 했다.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내 뒤를 따라 그 녀석도 따라 들어왔다. 말하나 행동 하나가 어려웠다.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어서 손에서 식은땀이 나는것 처럼 느껴졌다. 방으로 들어가자 보료 위에 앉아 책상하나를 앞에 두고 꼿꼿이 앉아있는 풍채 좋은 노인 한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앉아 있는 것 만으로도 주눅이 들게 하는 모습이다. 대단한 위압감을 주는 노인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아버님의 모습과 닮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어른이었다. 난 옷매무새를 바로 하고 큰절을 올렸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내가 하는 모양새를 그분은 아무 말씀 없이 그냥 보고만 계셨다. 방안에는 숨소리가 들릴 정도의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그 정적을 나의 무례한 말로 깨버렸다. [강유진 이라고 합니다. 어르신! 어르신의 손녀를 사랑하는 놈입니다.] 무엇이든지 선제공격이 중요하다 내 말에 그분이 눈을 움직이셨다. [지수와 선재는 나가 있거라] 한번 들으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멋지면서도 아주 당당한 목소리였다. 그녀의 할아버지답다. 가문과 가정교육이란 것이 이래서 무서운 것 같다. 모습은 할아버지와 다르지만 말투며 행동이 그녀와 거의 같았다. 언제나 초연한 그녀가 누구를 닮았는지 이제서야 알수 있었다. [할아버님 안 됩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 내게 잘못보인 놈이 끝까지 나랑 해보자고 덤벼든다. '넌 이제 내손에 죽었어' 소리 없이 이렇게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는 동안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나가있으라고 했다.] 그분의 한마디에 녀석을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을 붉힌 채 밖으로 나갔다. 지수씨는 그대로 남아있다. [넌 왜 안나가는거냐? 난 분명히 나가라고 말을 했다!] 그말에 지수씨가 대꾸를 했다. [한말씀만 올리고 가겠습니다.] [무슨 말이냐?] [초희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할아버님. 다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말을 끝으로 지수씨는 나갔고 그녀의 말에 할아버지는 작은 신음을 내뱉었다. 그들이 나가고 난 다음의 정적을 이번엔 어르신이 먼저 깨었다. [그래, 네가 강유진 이란 놈이냐?] [예 어르신] [뭐 하는 놈이냐?] [깡패입니다. 어르신] 내 말이 이상했는지 목소리를 높이시며 다시 물어 오셨다. [깡패 ? 그럼 칼잡이란 소리냐?] [아닙니다 어르신 ! 칼이 아니라 주먹을 씁니다. 예전에 아버님께서 칼을 쓰는 놈은 깡패가 아니라 양아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전 칼을 쓰는 양아치가 되고 싶지 않아서 주먹을 썼습니다. 전 자랑스런 깡패입니다. 어르신] 내 말이 기가 차신 건지 어르신은 아무말씀도 못하시다가 드디어 한마디 하셨다. [그래. 어떤 놈인지 제대로 가르쳤구나.] [감사합니다. 저희 아버님의 말씀 이셨습니다] [그래 무슨 일로 왔느냐?] [그녀를 사랑합니다. 어르신 그녀를 제게 주십사 왔습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무어라. 누굴 달라고?] [초희를 사랑합니다. 어르신 ! 어미 얼굴도 모르게 버려졌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인지 모른채 그저 나를 길러던 사람이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나서 무엇 하나에도 미련 가져본 적 없는 놈입니다. 그런 놈이 초희한테 미련이 생겨 버렸습니다. 어르신 초희 곁에 있게 해 십시요. 초희는 제 목숨입니다. 갖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있다면 주먹하나 뿐인 놈입니다. 하지만 초희만을 사랑합니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그녀를 지켜 낼 자신 있습니다. 어르신 초희를 제게 주십시오 어르신] [그것이 네 사랑이더냐?] [네 어르신 제 사랑입니다. 초희 말대로 사랑이 무언지 모르지만 그녀가 없으면 저는 불완전한 놈이라는 사실만은 알고 있습니다. 초희와 저는 남자와 여자라는 이름을 나누어 가진 하나의 영혼입니다. 어르신!] [어떤 어려움이라도 했느냐? ] [네, 어르신!] [네 목도 내 놓을 수 있느냐? ] 지수씨도 내게 그녀를 사랑하냐고 물으면서 목숨을 내놓을수 있냐고 물었는데 이분도 같은 질문을 하신다. [네 어르신 제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지킬 사랑입니다. 아니 지키고 싶은 사랑입니다] [어제 초희가 내게 다녀가면서 네 녀석 얘기를 하더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하더구나. 이런 기분은 처음이라고..... 이런 게 사랑인 줄 진작 알았다면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거라고 하더구나. 네 녀석을 많이 아끼고 있더구나. 그래서 너를 이 진창 속으로 끌어들이기 싫다고 하더구나! 그래 우리는 지금 진창에 빠져있다 허무한 권력이라는 이름의 진창속에 말이다. 내 손자는 그걸 미리 알고 거기서 나오려고 했는데 내가 그걸 막았느니라! 나도 권력이라는 것이 이런것인줄 알았다면 그녀석을 그렇게 허무하게 보내지만은 않았을 것이야!] [어르신!] [ 초희를 믿고 있다. 그 녀석을 그렇게 몰고간 건 아마 나 일게야. 나 역시 그저 가문이 최고 인줄 알았다. 사람보다 가문이 최고인줄 알고 그렇게 녀석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지. 그것이 꾀임 인줄도 모르고 말이야. 사람이 나이만 먹어도 이길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게 바로 아집이지. 난 우리 가문을 지켜야 한다는 미명 아래, 내 손자를 며느리를 이 손으로 죽였지. 그리고 손녀를 잃었고 말이야.! 정말 목숨을 바쳐 그 아이를 지킬 자신 있느냐?] [네 어르신. 그녀는 이미 제 생명입니다. 그녀가 없으면 저도 없습니다.] [고맙구나. 아가야. 지켜다오. 이 늙은이 생애의 마지막 바램이고 소망이란다. 그 여리고 여린 한 송이 꽃을 네가 지켜다오. 아까 나간 녀석은 나의 아니 우리 집안을 이렇게 만든 원흉이지. 그걸 알면서도 난 그놈을 처벌하지 못하고 그냥 보고만 있단다. 힘이 없어서가 아니야. 그놈에게 우리 집안의 약점이 잡혔기 때문이지. 아직도 집안에 연연하는 것을 보면 나는 아직 멀은 게야. 그러나 가문이란것이 그렇더구나.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그걸 지키는것 또한 후대가 할 중요한 일인 것이야. 그러니 네가 초희를 지켜 주려무나 !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 잘 듣거라 왜 초희가 너를 이 진창 속에 끓여들이기를 마다하는지 말이다.] 그로부터 1시간이 흐른 후 난 그녀의 할아버지 방에서 나왔다. 나올 때 그분이 내게 말씀하셨다. [초희가 사람을 바로 보았구나. 녀석에게 일간 한번 들르라고 전하거라] 다른 말씀 없이 짧은 한마디의 말로 나를 인정하신다는 뜻을 내 비치셧다. 이젠 한시름 놓았다. 마음이 아주 개운하다. 이젠 확실하게 내가 그녀를 지킬수 있게 되었다. 그 시간동안 지수와 그 선재라는 녀석은 밖에 계속해서 서있었지만 서로의 얼굴을 외면한 채 였다. 이들에게도 역시 풀지 못한 연결의 고리가 있는 것 같았다. 그건 그들의 문제이고 난 나가면서 그 녀석에게만 들리도록 조그맣게 속삭였다. [그녀를 건드리면 넌 내 손에 죽어!] 내 말에 녀석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한번 해 보시지!] 라고 맞대응을 한다. 역시 만만치 않은 놈이었다. 지수와 같이 돌아오는 차안에는 침묵만이 감돌고 있었다. 화합 [할아버지께 들었죠?] [들었소!] [괜찮아요? ] [뭐가 말이요?] [그래도 초희 아니 진영아가씨 사랑할 수 있냐 구요?] [당연한 말을 왜 그렇게 어렵게 하는지 모르겠군. 그녀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것을 얼마나 더 말해야 믿어 줄꺼요?. 내겐 그녀가 나의 전부요! 그건 그렇고 그 녀석과 당신들의 관계는 뭐요? 이상하게도 그 녀석이 당신 언니는 무서워하는 것 같던데....] [언니는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요!] 이상한 말이었지만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이 설명이 된다는 투다 하여튼 이상한 여자들이라니까. 너무 잘난 여자를 사랑하면 남자는 골치가 아파지는 것 같다. 그녀를 내려주고 바람을 좋아한다던 초희가 간절히 생각이 나서 강변으로 가자고 애들에게 지시했다. 그녀의 과거 아니 그녀의 실수는 글쎄..... 내게 그렇게 절실하게 와 닿지 않았다. 가문이나 집안의 결속력과는 거리가 먼 고아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15살이나 위인 오빠와 그녀를 낳다가 돌아가신 그녀의 어머니 대신, 새어머니가 들어왔다고 한다. 집안의 전통을 생각해서 계동 윤씨 가문과 쌍벽을 이루는 광산 김씨 집안의 여인을 맞아 들였다고 했다.. 오빠보다 겨우 8살 위인 23살의 꽃다운 처녀를 아버지는 재취로 맞으셨다 한다. 가문의 맏며느리 자리도 비었지만은 무엇보다 핏덩이인 그녀를 위해서도 하루빨리 후처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 할아버지의 고집에 의한 반강제적인 혼인이었다고 한다. 죽은 어머니의 49제가 끝나기도 전에 들어온 여인은 그녀를 친자식처럼 돌봤다고 한다. 15살이던 오빠도 의외로 새어머니를 잘 따랐고 ..... 하지만 죽은 첫 부인과의 정이 아니 솔직히 일생에 단 한번 진실한 사랑을 하는 가문의 어떤 전통 아닌 전통 같은 사랑 때문에 죽은 부인을 잊지 못하는 아버지는 그녀를 멀리하고늘 밖으로만 돌다가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한다. 말이 교통사고지 자살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그녀의 어머니 없이는 버틸 힘이 없다고 늘 평소에 버릇처럼 이야기를 하셨다고 하니까 말이다. 그때까지도 그녀의 아버지는 새어머니와 동침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졸지에 23살 생과부가 된 그녀는 그래도 그 집안에서 맏며느리의 소임과 그녀의 어머니 역할을 했다고 한다. 집안에서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비어있는 집안의 어른 자리를 비울 수 없어서 할아버지의 재취 소생인 의붓 숙부에게 일시적으로 수장 역할을 하도록 결정했다고 한다. 그때까지 할아버지가 있었으니 전통적으로 제일 큰 어른은 명목상의 어른구실만 했지 실질적인 일은 집안의 수장이 맡아서 하는 것 이 계동 윤씨 집안만의 특징이라고 했다. 그래봤자 4년 남짓한 세월이었지만 집안 수장 아니 대한민국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권력의 최고 자리에 있던 그 의붓 숙부는 그 자리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지만 오빠가 성인이 되자 어쩔 수 없이 그 자리를 오빠에게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오빠는 숙부의 속셈도 모르고 아니 알고 있었다해도 평소 온유하고 권력을 싫어했던 오빠는 비서실장 격인 집사의 중요한 자리를 그에게 주어 여태까지의 일을 계속 하도록 했다. 원래 권력욕이 없었던 오빠로서는 그것이 자기에게 더 편하게 느껴져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오빠 옆에 가장 가까이에 있던 숙부는 오빠의 새어머니에 대한 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춘기 나이에 8살 위인 누님 같은 새어머니를 맞은 소녀의 감정은 점차로 연정으로 바뀌었고 급기야 새어머니와의 불륜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오랜 비밀은 30을 넘긴 수장의 혼사문제로 인해 불거져 나왔고 새어머니 와의 관계를 급기야 밝히려고 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진정한 사랑은 숙부의 야심으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집안의 전통을 내세워 수장의 동생을 내세워 가문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명목으로 새어머니를 납치해서 잠깐 오빠 곁에서 떨어져 지내게 하려는 과정에서 새어머니가 죽는 비극이 일어 난 것이다. 한 장의 비디오가 집으로 배달되었고 거기에는 잠시 오빠 곁에서 떨어뜨려 놓으려고 했던 새어머니가 강간을 당하는 장면을 찍어 놓고 있었다. 그 내용의 비디오가 오빠에게 배달되어 왔던 것이다. 물론 누가 보냈는지는 두말할 것 없었다. 집사가 전해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새어머니를 한동안 다른 곳에있게 하라고만 했지 이와 같은 과정의 일은 지시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오빠는 알 리 만무했다. 그 당시 오빠는 그녀가 그 납치 극에 관련된 것 조차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녀는 비디오에서 들려오는 새어머니의 애통스런 목소리를 듣고 기절을 했다고 한다. [안돼요, 제발 부탁 이예요. 난 아이를 가졌어요. 그 사람의 아이예요, 제발 부탁 이예요. 그러지 말아요 진재야 !] 그 비디오를 보고 오빠는 자살을 했고, 그제야 자기가 꾐에 빠져 새어머니 와 오빠를 죽음으로 몰아 넣은 것을 안 그녀는 집을 나왔다고 했다. 그때부터 집을 나와 그 아이들을 지금까지 찾고 있다고 했다. 그 사고로 죽었다던 새어머니가 나중에서야 진짜로 죽은 시체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리고 새어머니가 죽기 전에 아이를 낳았다는 증거를.... 그것도 쌍둥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숙부는 계동 윤씨가 아니기 때문에 집안을 이을 수가 없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재취로 들어오면서 할머니가 데리고 들어온 자식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선재란 녀석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숙부의 야망은 자기의 양아들과 그녀를 결혼시켜 자연스럽게 자기가 집안을 다스릴 수 있게 하려는 속셈이었지만 뒤늦게나마 그 사실을 알아차린 그녀로 인해 계획이 틀어졌다고 했다. 그들은 그녀의 힘을 너무 얕보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했다. 나이는 어리고 여자지만 그녀는 이미 그 계동 윤씨 가문의 수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대대로 여성들로부터 힘을 키워온 집안의 전통을 그들은 염두 해 두지 못한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다. 문중 어른들의 중재로 숙부가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대외적으로 집안의 수장 역할을 하고 실질적으로는 그녀가 집안을 이끄는 걸로 하자는 중재 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그녀는 그 회의에서 아이들의 존재를 밝혔고, 아이들이 돌아오면 수장의 자리는 그 아이들의 것이라는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그 아이들이 나타난다면 명목뿐이지만 그래도 수장의 역할을 하던 자리마저 내놓아야 하는 숙부로서는 모든 사력을 다해 아이들이 나타나는 것을 막는다고 했다. 아직까지 아이들의 존재는 밝혀지지 않고 그녀는 10년 동안 아이들을 행방을 알아내려고 백방으로 노력중이라고 그 와중에서 수많은 죽음의 위기를 맞았다고 했다. 자기를 키워준 새어머니와 오빠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없고 또 속죄를 할 대상인 조카들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절대 감정을 내비친 적이 없다고 했다. 좋은 것도 싫은 것도 나쁜 것도 놀람도 없이 그렇게 살아 왔다고 했다. 나를 만나기 전까지 나를 만나고 나서 그녀도 사람다워 졌다는 그녀 할아버지의 말이었다. 우린 그렇게 서로에게 필요한 반쪽들이었다. 내가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는 동안 그녀 역시 그렇게 아픔의 세월을 홀로 보낸 것이었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만나서 같이 있다. 더 이상은 우리에게 아픔도 고통도 없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까.... 우리는 영혼의 반쪽들이니까.... 꼭 그렇게 서로에게 필요한 ..... 우리는 그 영혼의 반쪽을 이제서야 만나 안식의 세계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 그 안식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이든지 난 용서할 수 없었다. 화합 그 사실을 알고 그녀가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나를 위해 오늘도 맛있게 저녁을 지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내 목에 매달려 자연스럽게 나에게 입을 맞춘다. 요즘은 그녀 쪽에서 먼저 애정공세를 보여 줄 때가 많이 있었다. 어제의 일은 그녀가 기억을 못하니까 빼놓고서도 말이다. 그녀의 향기로운 입술을 음식인 냥 은미한 나는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어 그녀를 안고 방으로 가는 시간도 아까워 거실 소파에 내던져 버렸다. 나의 거친 행동에 그녀는 놀라다가 내 눈빛을 보고는 그녀의 눈빛도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자기 옷을 벗기 시작했다. 옷이라야 그래 봤자 웃옷과 치마 하나만 벗으면 그만이니까... 그녀는 내가 선물 할 때 요구한 내 요구 사항을 들어주었다. 그녀의 치마가 다 벗겨지기고 전에 나는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나를 그녀를 마냥 조심스럽게 안아 주기만 할뿐이었다. 그녀의 가슴을 아이가 엄마 젓을 찾는 것처럼 빨아대고 손은 그녀의 온몸으로 옮겨 다녔다. 그녀도 나 못지 않게 내 온몸을 옮겨 다니기 시작했다. 그녀를 소파에 기대게 하고 양쪽 다리를 벌렸다. 내 눈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그녀의 모습에 난 숨이 막혔다. 그녀는 손수 내 얼굴을 그녀에게로 데려다 주었다. 나는 그녀의 그곳도 가슴처럼 그렇게 애무를 했다. 내 애무에 그녀는 신음을 지르다가 드디어 소리까지 지르기 시작했다. 아주 많이 변한 그녀의 모습이다. 내 여자가 나로 인해 변한 것이다. 그 모습을 난 넋을 잃고 바라보고만 있었고.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가 내 바지 버클을 풀고 내 분신을 꺼내 놓고 있었다. 그리고는 손으로 가지고 놀다가 그대로 자기의 입 속으로 숨겨 버렸다. [헉.... 초희야] 내 말에 그녀의 움직임이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초희야. 그만.... 안돼..... 더 이상은....] 그녀는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놓아주기는 커녕 더욱 애무의 깊이를 높여 갔다. 이럴 수가..... 나는 그녀의 입에다 실수를 하고 말았다. 오 맙소사! 내가 정신을 못 차리고 소파에 기대 있자 어느새 그녀가 욕실에서 수건을 가져와 나를 닦아주고 있었다. [ 너 이러다가 나 말려 죽이겠다!] [내가 그랬잖아요. 이제 당신 나한테 잡혔다고.....] 그녀는 뻔뻔스럽게 그렇게 말하고 내 입에서 다시 입을 맞춘다. 그녀가 마음을 놓은 틈을 타서 난 그녀에게 이야기를 했다. [초희야 ! 나 오늘 안국동에 가서 네 할아버지 만나 뵈었어!] 그 말에 그녀의 행동은 당장 멈추어 졌고, 숙이고 있던 고개가 나에게로 획 돌려졌다. [무슨말이예요? 무슨 말이냐고요. ? 말해요, 당신이 왜 할아버지를 만나.. 설마 당신.....] [그래 나 알고 있어!] 그 말에 그녀는 들고 있던 수건을 던지고 나에게 소리치지 시작했다. 그 차분하고 변함없고 잔잔한 수면 같은 그녀가 말이다. [안돼 절대 당신이 알아서는 안돼 ! 당신만은 안돼 절대로,..... 난 당신에게만은 그저 평범한 여자 윤초희이고 싶었단 말 이예요. 아무 부담 없는 여자! 편안하게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그런 여자이고 싶었단 말 이예요. 그런데 당신이 알아? 그 있을 수도 없는 그 사건을 가슴 뼈저리게 후회하지만 이미 어떻게 해볼 수 없는 회한의 그림자를 당신이 보았단 말이야! 난 당신에게만은 오빠와 새엄마를 죽이고 조카들을 사지를 몰아 넣은 파렴치한 그런 인간이 되긴 싫었단 말 이예요. 나 그저 당신에게 윤초희 이고만 싶었단 말이야!] [넌 내게 언제나 윤초희야. 내여자 윤초희! 내가 편안하게 쉴수있는 나만의 휴식처인곳 넌 내게 그런 존재야! 초희야] [아니, 이젠 내 자신 스스로가 용납이 안돼. 내가 사랑하는 당신에게 나는 내 추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난 당신에게 언제나 잘난 여자이고 싶었단 말이예요] [넌 내게 언제나 최고로 잘난 여자야. 내가 사랑하는 여자! 내 아이의 엄마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여자야.! 내게 넌 내 생명이야! 알아.? 나도 너에게 내 최고의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어. 그래서 당신에게 언제나 최고이고 싶어 ] [당신은 자기형을 죽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어? ] [사랑할 수 있어. 아니 사랑해! 당신 없이는 하루도 살수 없어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지만 당신은 내 모든 것이야. 초희야 난 너 없으면 안돼 나 버리지마! 초희야 나한테서 떨어지려고 하지마!. 그러면 난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갈 아무런 희망도 없어져. 너마저 날 인간으로 보아주지 않으면 난 더 이상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이 없어지는 거야. 우린 서로 같아! 똑같은 사람들이라고....서로의 상처를 서로 감싸주지 않으면 그 어느 누구도 우릴 구원 할 수 없어. 우린 서로에게 구원이야] 내 말에 그녀는 오열을 했다.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술이 취했을 때 기억을 못하니까 운 걸로 칠 수도 없지!) 얼마나 울었는지 목소리마저 변했다. [10 년만에 처음 소리내어 울어 보는 거예요. 오빠를 묻고는 오빠에게 미안해서 울지도 못했어요 오빠는 죽었는데 나만 살아서 미안해서 도저히 울 수도 없었어요. 조카들을 찾을 때까지는 절대로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아이들 찾는 거 나도 도울게!. 너는 혼자 몰래 찾느라고 시간과 노력이 배가 되었지만 우리 조직망 정도라면 찾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아. 그리고 나 너한테 사과 할거 있어!] [무슨 사과요?] [어제 널 그렇게 취하게 만든 이유는 네가 나를 이용한다고 생각했기 때문 이었어. 어제 저녁에 안국동에서 너 기다리고 있었어. 그리고 그 선재란 놈과 하는 말을 듣고 내가 잠시 오해를 했었어. 네가 집안 권력싸움에 나를 끌어 들였다고 생각을 했어. 그래서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어서 너에게 술을 먹였어! 넌 기억을 못했고 말이야] 기억을 못한다는 내 말에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너 혹시 기억하는 거야?] [그.... 그게 어렴풋이 조금씩 기억이 나기 시작했어요. 그거 사실 아니죠?] 그녀의 물음에 나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아니야. 그거 사실이야! 너 어제 나 강간했었어. 난 강간당했고 말이야!] 내 말에 그녀의 얼굴은 더욱 더 붉어졌다. 그 모습에 나는 더욱더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고 말이다. 1시간 전의 있었던 사랑의 행위와 그녀의 나에 대한 사랑의 확인으로 인해 식욕이 마구 마구 일어났다. 같이 살게되면 내가 얼핏 된장국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고 집에서 손수 끓여준 이라고 던진 내 말에 그녀는 거의 매일 맛있게 된장국을 끓여준다. 정말 그녀의 나에 대한 사랑이 들어가서 그런지 세상에서 처음 먹어보는 맛있는 된장국 맛이었다. 음식하는 여자들의 기분에 따라 음식맛이 달라진다고들 한는데 그녀는 늘 한결같은 맛인걸 보면 나를 생각하는 마음에 변화가 없는것 같다. '즉 고로 그녀는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뜻일 것이다. -- 히히 아이 좋아라 ' (남자 웃음이 간사스럽기는....... 작가말) -- (넵둬요. 이렇게 살다 죽게! 별참견을 다해.... 유진말) 정갈하게 차려진 식탁 위에 그녀의 젓가락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도 내 수저 위에 반찬을 올려 준다. 이제야 알게 된 것이지만 내가 먹는 밥그릇과 숟가락은 그녀의 오빠 것이라고 했다. 매일 매일 그걸 닦고 닦아서 놋그릇은 완전히 거울 같았고 은수저도 그에 못지 않았다. 오빠에 대한 그리움을 그렇게 풀어낸 듯 했다. 그녀에게 난 그 그리운 오빠의 자리를 대신한 아주 소중한 사람이라고 내게 말을 해주었다. 밥을 먹다가 내가 갑자기 그녀에게 말을 했다. [아까도 말했듯이 걱정하지마, 나도 아이들을 찾는데 도울게. 지금까지 당신 혼자 비밀리에 찾느라고 힘들었지만 우리 조직과 힘이라면 금방 찾을 수 있어. 걱정하지마. 내가 반드시 찾아 줄께. 그리고 찾으면 우리 아이들로 입양하자.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결혼을 해야돼.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부부에게 아이들을 입양시켜 주지는 않잖아 안 그래?] 내 수저 위에 반찬을 올리던 그녀가 갑자기 멈추었다. [뭐라고요?] [결혼 ! 결혼하자고!] [안 되 요] [왜 안돼? 안 되는 이유를 말해봐. 당신 할아버지도 승낙했는데 어째서 당신이 안된다 는 거야? 당신 나랑 살기 싫어?] [아니 나도 당신과 살고 싶어요. 하지만 당신 나랑 있으면 위험해요. 안 그래도 지금도 난 솔직히 불안해. 그들이...] [넌 지금 내가 그놈들보다 더 못하다고 말하는 거야? 이것 좀 보게 참 깡패더러 싸움이 무섭냐고 하네! 이 여자가.....알아? 난 깡패야.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싸움이라면 세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이름 있는 깡패란 말이야. 그런 내가 그런 조무래기들을 무서워한다고 지금 말하는 거야? 나 참 난 이제 깡패도 아니군! 내 여자가 나를 이렇게 인정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인정해...]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하여튼 나는 아직은 안 되요!] 그녀의 단호한 말에 난 식욕이 싹 사라졌다. 그래서 숟가락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그래요? 다 안 먹었잖아요?] [싫어, 먹기 싫어 졌어. 이제부터 당신이 결혼해 준다고 할 때까지 나 밥 안 먹을꺼야!] [왜 이래요? 애들처럼......] [그래 나 애야. 나 당신 아이잖아! 흥 엄마가 애 소원하나 안 들어 주고 무슨 저런 엄마가 다 있어] 내 어린아이 같은 말에 그녀는 입을 쩍 벌리고 말을 못하고 있다. [나, 가서 잘 꺼야!] 방에 들어가서도 난 어린애처럼 부루퉁 거렸다. 그 모습에 드디어 그녀가 한마디한다. [그만해요. 진짜 왜 이래요? ] [당신이야 말로 왜 이래? 우리가 따로 사는것도 아니잖아. 지금과 달라지 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냥 법률적으로 완전해 지자는 것 뿐인데 그럼 나중에 우리 생활이 편해져서 그런데 그걸 왜 거절을 하는지 모르겠어. 혹시 당신 내가 당신에게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그런 거야?] [유진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여태 내가 한말 뭐로 들었어요?] [그럼 왜 결혼 안해 주냐고? 결혼해 줘! 결혼 해달라고....] [유진씨 당신 정말.....알았어요 생각해 볼께요! ] [생각해 보는 걸로는 안돼. 해준다고 지금 확답해!] [정말 이럴 거예요? 나 그러면 진짜 생각도 안 할 거예요] 그녀는 자기가 한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실천을 하는 버릇이 있다 더 이상 그녀를 몰아 부쳤다 가는 난 죽도 밥도 안되겠다 싶어 작전상 후퇴를 선택했다 [정말? 진짜지? 생각해 볼 꺼지? 그럼 내일까지 대답해 줘!] [유진씨 정말 이 중요한 문제를 하룻밤에 어떻게 결정해요! 차근 차근 생각 해보고 결정 할께요. 자꾸 보채면 나 정말 생각도 안 할꺼야!] [아니 아니야 그냥 생각만이라도 해줘! 나 더이상 안 보챌께!] 그러면서 그녀에게 가서 안겼다. 내 어린애 같은 말과 행동에 그녀는 웃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내 입을 그녀의 입으로 막았다. 한참동안 우린 말없이 서로의 입술을 맛보기에 바빴다. 그러면서 날 침대로 쓰러뜨린다. 그 일이 있은 후 내 여자는 전보다 더욱 더 터프해 진 것 같다. 나야 뭐 싫을 이유가 없지만 말이다. 내 청혼을 받아주지 않는 그녀를 24시간 졸졸 따라다녔다. 참고로 난 여자 화장실도 구경해 봤다. 왜냐고? 그녀가 화장실을 가니까 따라 갔지 왜겠어요. 그런데 요즘 그녀가 화장실에 가서 욕지기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내가 많이 괴롭혀서 맨날 소화불량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내 집요함에 그녀도 두 손을 들었는지 드디어 결혼 약속을 받아 내었다. ( 흥! 자기가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저승사자를 이길 수야 있어! 음 하 하 하) 난 요즘 거의 입을 다물지 못하고 살고 있다. '좋은지고... 얼씨구 절씨구 좋은지고.....' 그녀의 허락을 얻어서 나는 안국동에 자주 드나들게 되었다. 할아버지와 친해지려는 나의 아주 비상한 머리놀림과 함께 적을 알려면 가까이 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뭐 손자인가 하는 그런 옛날 아저씨 말 때문이었다. 아직까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데 아무래도 그것이 더 수상하다. 그리고 늘 웃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녀가 결혼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 있었기 때문에 난 조직의 일은 뒤로 팽개치고 전적으로 그 일에만 매달리게 되었다. 그 조건은 약혼기간을 좀 길게 두고 아이들을 찾으면 바로 식을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와 결혼을 하려면 아이들을 한시라도 빨리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좀 힘이 들긴 하군!' '흔적도 전혀 없는 아이들을 어떻게 찾을까' 나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솔직히 저쪽에서 너무 조용하니까 더 걱정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재라는 녀석과 여우같은 박유미도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정작 그녀와 나를 결혼으로 이루어지게 만든 계기는 너무나 뜻밖에도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 오 ! 그런데 빌어먹을 신은 끝까지 내게 시련을 주려는 건지 내가 걱정한 두 연놈과 그 숙부라는 놈이 아닌 정작 다른 놈들에게 그것도 일본 쪽발이 놈들에게 내 목을 빼앗길 뻔했다는 사실에 나는 또 한번 기가 질리고 말았다. '그때 내 생일에 오야붕이 왔을 때부터 조심했어야 했는데......' '내 참 기각 막혀서 말이야!' {지은이 똑바로 해} 아니지, 차라리 덕분에 더 쉽게 그녀와 결혼을 할 수가 있었나! 웬수 같은 쪽발이 놈들이지만 고맙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처음도 죽을 뻔하더니 끝도 죽을 뻔한 걸로 끝을 맺으려나? 지은이!) --- 내 마음이다. 나의 위기 00 호텔 커피숍 [아직 이냐?] [아직 이다. 무슨 여자가 그렇게 고집이 세냐? 살다 살다 그렇게 고집 센 여자는 처음이다. 어젠 같이 안 잔다고 협박까지 하는데도 안 먹히더라구 그럼 나가라나 내참 .... 그래봤자 나만 손해라서 얼른 같이 잤지만 말이야] [그러는 넌 왜 아직 그 모양이냐?] [너랑 같은 이유다. 무슨 놈의 여자들이 그렇게 고집이 그렇게 세냐? [끼리끼리 유유상종 이라잖냐 그 여자의 그 친구지 뭐!] [어 왔냐? ] [어서 와라] [어떻게 수가 좀 없겠냐?] [글쎄 말이다.] [너희 피임 하냐?] [물론 안 하지 임마, 내가 니 머리 꼭대기 위에 있다고 전에 얘기했잖아. 나도 애가 생기면 결혼해 줄까봐 밤낮으로 열심히 노력중이라고. 근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어. 그렇게 노력을 하는데도 소식이 없는걸 보면 둘중 누가 하나 잘못된것 같아. 조만간 산부인과 한번 같이 가봐야 겠어!] 방금 온 지섭이와 나와 유준이의 대화다 우리의 두 여자들은 정말로 고집이 세다 유준이와 지수씨도 각자의 사랑을 확인하고 결혼약속까지는 했는데..... 문제는 지수씨에게도 조건이 있었단다. [초희가 결혼하면 나도 해요] 언제나 내 여자 초희가 문제였다. 그리고 지섭이는 지인 씨에게 목을 매는데 지금까지의 상황으로서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녀석은 지인 씨에게 적극적으로 대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조금 어려울것 같다. 지섭이 녀석도 대단하지만 그녀는 지섭이도 다룰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과 실력을 가진 여자 였으니까..... 초희를 통해 알게된 그녀의 과거로 난 그녀를 이해 할수 있었다. 정말 무서운 여자였다. 그녀 지인은..... 그건 그렇고 이런 상황이라서 그 두 녀석은 늘 나만 보면 [아직 이냐] 를 입에 달고 산다. [야, 이 녀석들아. 너희들보다 내가 더 급하고 속 타! 보채지 좀 마! 기름이 가마솥 안에서 끓고 있는데 불 높이냐. 지금] 우리가 이렇게 신랄하게 자기들을 성토하는 줄 모르고 우리의 그녀들이 저기에서 걸어온다. 세 여자의 모습에 커피숍 안의 모든 남자들의 시선이 따라간다. '워이,워이, 눈들 돌리지 못해' 나와 마찬가지로 두 녀석들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역시 남자는 사랑에 빠지면 팔불출이 된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하긴 그녀들의 모습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여자인 초희의 늘씬한 모습과 지수 씨의 아름다운 얼굴에 지인 씨의 완벽한 몸매와 아름다운 얼굴에 눈이 안 돌아가는 남자는 남자도 아닐 테니까 말이야! 역시 지수 씨의 얼굴과 지인 씨의 완벽한 몸매! '죽이긴 죽이는군!' '하 그래도 내 여자처럼 화끈하지는 않을걸! 난 요즘 말 그대로 사는 재미가 난다. 왜냐. 주객이 전도되어서 그녀가 날 리드하거든... 역시 사람은 오래 살아 봐야 한다니까...... 내가 이 정력남 강유진을 리드하는 여자가 있을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어! [뭐 좀 샀어?] 유준이의 물음에 지수 씨가 대답했다. [응 속옷!] 그녀의 대답에 초희는 얼굴을 붉혔고 난 소리내어 웃었다. 우리의 반응에 지섭이 녀석이 묻는다. [왜, 뭐야? 무슨 일인데 ?] 그 뭐시냐 몇 장인지 보시면 알겠지만 우리의 화끈한 장면을 연출한후부터 그녀는 속옷을 아예 입지 않았고 처음으로 내 앞에서 운 날 이후로 나 역시 속옷은 입지 않기 때문이다. 남녀는 평등해야 한다는 내 여자의 말에 내가 따른 것이다. 어젯밤 그렇게 화끈하던 여자가 어떻게 저럴 수가 ..... 하여튼 불가사의라니까 윤초희는! 그렇게 우린 서로를 마주 보고 웃고 있는데 뒤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세상에 이럴 수가 대한민국도 정말 무법천지가 다 되었군! 밝은 대낮에 대한민국 최고의 호텔을 자부하는 커피숍에 일본도를 든 쪽발이 들이 우릴 향해 달려들었다. 전에 일도 초희의 집안일 도 신경이 쓰이고 해서 애들은 데리고 다니는데. 그 우리 쪽 애들은 무기 없이 맨손으로 그들과 대적하고 있었다. '당연히 밀리지!' 아무리 싸움을 잘한다 해도 무기 든 놈한테는 안된 다니까... '근데 쩝!' 깡패는 주먹으로 싸워야 깡패라고 ... 칼 들면 이미 깡패가 아니고 양아치라고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는데 역시 일본 놈들은 양아치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일보놈이라고 생각하게 된것은 당연히 긴 일본도를 들고 있었으니까 알았지 어떻게 알았겠어요 긴 일본도의 날이 참 예쁘게도 빛나고 있군! 그건 그렇고 난 이럴 때 보면 내 여자가 정말 너무 자랑스럽다니까! 그들의 칼부림을 지켜보던 여자 손님들과 남자 손님들은 악악대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야단법석 난리도 아니게 도망 다니기가 바쁜데 내 여자와 나머지 아주 잘난 여자들은 태연하게 (아닌가? 초희의 손이 조금 떨리는 걸 보면....) 앉아서 나에게 말을 한다. [어머, 싸움이네요] 거기에 한술 더 뜨는 우리의 지수씨! [야, 칼싸움이다. 난 칼싸움은 생전 처음인데 구경해야 겠다] 이러는 것이다. 거기에 지인씨는 내가 한번 본적 있는 싸늘한 얼굴로 차갑게 이렇게 말했다. [오랜만에 몸 좀 풀게 생겼군!] '이거, 이래도 되는 거야' 나와 유준이 녀석 , 그리고 지섭이는 서로를 한번씩 쳐다보고 한숨을 푹 내 쉬었고 나와 유준이는 웃옷을 벗어서 각기 자기 여자들에게 주었다. [조금만 기다려. 금방 올께] 나의 달콤한 말에 초희는 그냥 고개를 끄덕인다. 자기들이 안 기다리면 어쩔 건데.... 나야 원래 깡패니까 기본적으로 싸움을 잘하지만, 유준이 녀석은 기생 오라비처럼 예쁘게 생겨서 사람들은 전혀 싸움을 못할 것으로 오해들을 많이 한다. 그래도 그 싸움꾼의 피가 어디로 가겠는가! 녀석 엄청 잘 싸운다. 거기다 어떤 면에선 나보다 더 독한 놈이다. 특히 여자들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완벽한 신사의 품위를 가진 녀석이기 때문에 자기 여자 앞에서 칼 드는 놈들 그냥 보고만 있을 놈은 절대 아닌 것이다. 그런 녀석의 심기를 우리의 쪽발이들이 건드렸으니 너희들은 이제 죽은 목숨들이다. '오늘이 바로 너희들 제삿날이다 얘들아!' [아저씨, 나랑 같이 가. 나도 몸 좀 풀어야겠어요. 요즘 운동을 좀 게을리 했더니 영 몸이 찌푸둥 해서 말이에요] 우리의 용감한 지수 씨의 말씀이시다. 유준이 녀석은 기가 찬지 아니면 이미 지수 씨의 솜씨를 한번 구경했는지 아무 말도 못하고 한숨만 내쉬고 있다. [하여튼 조심해!] 지인 씨에 대해 지섭이 녀석은 아는 것이 있는지 말리지도 않는다. 나와 유준이 거기다 지섭이까지! 그런데다 감히 싸움이라면 이골이 난 지인씨와 지수씨까지..... 아휴 오히려 일본 쪽발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맨손이지만 그래도 개들은 우리 수준이 아니지! 왜냐 ? 우린 깡패니까! 그런데 그 우리 깡패의 이미지가 한 여자에 의해서 무참하게 박살이 나기 시작했다. 전에 한번 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지인 씨가 싸우는 모습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왜 초희가 지인 이만 있으면 된다고 했는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솔직히 인간처럼 느껴지지가 않았다. 170아니 거의 180에 가까운 늘씬한 키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쭉 쭉 뻗어 내는 다리 공격에 칼을 든 일본 놈들도 거의 맥을 추지 못했다. 그리고 정말로 놀라운 것을 보았다. 그녀의 몸자체가 무기라는 것을..... 그녀는 맨손으로 놈들을 죽였다. 정말 실제로 맨손으로 적의 목을 가격해서 목을 부러뜨리고 있던 것이었다. 우리의 공격이 방어를 위한 것이라면 지인 씨의 몸놀림은 살인을 위한 것이었다. 그녀는 전문적인 살수 같았다. 마치 살인을 즐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무서웠다. 정말로 무서웠다. 지인 씨만큼은 아니지만 지수 씨도 그녀에 못지 않게 잘 싸웠다. 우리는 각자 이렇게 싸움에 몰두하고 있는데 갑자기 여기저기서 무슨 소리가 내 귓가로 한꺼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눈을 감기전에 전에 본 모습은 쓰러지는 지수씨를 껴안고 있는 유준이와 멀리서 나를 향해 달려 오고 있는 초희와 지인씨의 모습이었다. 저승 체험기 어둡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한참을 그러고 있었는데 어느 정도 익숙해 졌는지 눈을 껌벅이며 자세히 보니, 나와 사람들이 끝도 없이 모여들고 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어디론 가를 향해 가고 있었다. 나도 그 무리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아까 나랑 싸운 쪽발이 놈들도 보였다. 녀석에게 한대 갈겼다. '너 잘만났다. ' [야, 임마 니가 감히 날쳐 , 너 오늘 임자 만났다. 오늘이 네 제삿날인 줄이나 알아라.] 나는 거기가 어디란 곳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접어둔채 신나게 그놈을 반 죽여 놓도록 흠씬 두들겨 패주었다. 그제서야 속이 좀 시원해 지는것 같았다. '그런데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가는 거지?' 어, 나도 모르게 내 몸은 자동적으로 그들과 같이 앞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뭐야? 뭐지 왜 내가 끌려 가고 있는거야? ] [그리고 어, 뭔가 잊은 것이 있는 것 같은데 뭐지? 뭘까?] 영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생각속에서도 나는 계속해서 앞으로 끌려 가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목소리들이 한꺼번에 들린다. [유진아, 이 녀석아. 어서 일어나거라.] '아 ! 이건 아버지 목소리다.' [에잇, 못난 놈 같으니라고... 초희를 지켜 준다고 하던 놈이 겨우 이것 밖에 안되는 게야. 예끼 못난 놈 같으니라고....] 이 목소린 글쎄 들어는 봤는데 잘 모르겠다. 그래도 한성격 할 것 같은 꼬장꼬장한 노인네의 음성이었다. 그 음성들 사이로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유진씨, 제발! 유진씨 나 혼자 두지마. 나 무섭단 말이야. 이제 겨우 당신 때문도 나도 사람이구나 느끼는데 그러지마, 나 놀리지마. 나 버리지 말아줘요. 나 두고 당신 혼자 가면 당신은 날 영원히 배신 하는 거야. 유진씨 ! 유진씨!]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어딘지 모르게 내 가슴을 애달프게 하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누구 목소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굴까? 누가 나를 이렇게도 목매어 찾아 부르는 걸까?' [유진씨! 결혼 안 해 준다고 삐진 거야? 그런거야? 그러지마, 일단 깨어나기만 하면 당신 걸을 수 만 있으면 아니, 일어나기만 하면 일주일 안에 결혼해 줄께. 유진씨! 제발 난 당신 때문에 사는 데 당신 가면 나도 가야 하는데 뱃속에 있는 우리 아가 어떻게 해 유진씨! 제발] '하긴 그렇게 하루에 적게는 3번 많게는 6번 이상 사랑을 했는데 애가 안 생기면 둘 중 누구 한사람한테 문제가 있는 거겠지' '무슨 말이야? 무슨 소리지? 누구 말이지?' 차차 어떤 여자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여러 가지 기억이 났다. [초희, 그래 그녀구나] 초희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그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녀와 나의만남에서부터 바로 직전 호텔에서의 만남까지..... [그래.혼자 두면 안되지 그녀가 다쳤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내가 돌봐 줘야돼. 아니 그녀가 날 돌봐주는 거지] [그런데 내가 왜 여기있는거야? 여기 있으면 그녀가 날 돌볼 수가 없잖아] [ 그래, 그녀에게 가야겠다] 자동으로 끌려가는 몸을 억지로 돌리자니 힘이 든다. 그래도 난 날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부응하고자 열심히 노력을 했다. 그렇게 혼자 노력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처음보는 아주 잘생긴 남자다. 남자의 옆에는 그보다 조금 나이가 들어 보이는 여자가 같이 서서 남자의 행동을 말없이 지켜 보고 있었다. 그들을 말없이 보고 있는 동안 그 남자는 나의 포승줄을 풀어 주었다. 그리고 내게 한마디했다. [초희에게 전해주게. 난 아주 잘 지낸다고 말이야. 둘이서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하면 알 게야. 그리고 자네 우리 초희 잘 부탁하네! 내가 자네한테 부탁하는 거야] 그 말을 하고 그들은 나를 보고 한번 웃어주고는 같이 사라져 버렸다. 왔을 때도 흔적이 없었지만 갈 때도 역시 아무 흔적이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난 지금 백일몽을 꾸고 있는 거야'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초희한테 가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였기 때문에 난 모든 힘을 동원했다. 포승줄은 풀어졌지만. 계속해서 앞으로 끌려가자 난 몸부림을 치며 그 줄을 이탈하려고 했다 [야, 너 뭐야. 줄 제대로 서!] 시커먼 옷을 입은 놈이 내게 호통을 치고 있다. [그리고 너 줄은 어떻게 풀었어? 그건 사람의 힘으로 풀수 있는 것이 아닌데...] 그놈의 반말에 난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그러니까 내 놈이 나를 묶었다는 소리냐' [줄 나도 모르는 놈이 와서 풀어주고 갔다. 그런데 너 지금 누구한테 큰 소리야? 그러는 넌 뭐 하는 놈이야?] [나? 난 저승사자다. 어쩔래?] [웃기지마, 임마. 내가 저승사자야. 도용할 걸 해 너! 나한테 죽고 싶어?. 명동 저승사자한테 누가 까불어! ] 네 말에 그 녀석의 넋 나간 표정이 재미있다. [얌마. 이 줄에서 빼내기나 해! 난 우리 초희한테 가야해. 초희가 우리 아기....... 아기! 으핫핫 아기 끼앗 초희가 아기를 가졌어! 야 임마. 너 이거 빨리 못 빼? 나 빨리 초희 한테 가야돼. 우리 초희가 내 애기를 가졌단다 빨리 빨리 못 빼! 동작 봐라] 네 말에 어이가 없는지 녀석은 가만히 있다가 나를 줄에서 이탈시켜 주었다. [그러고 보니 네가 그 강유진이냐?] [그래 내가 강유진이다. 어떻게 알았냐?] [바보같은 놈! 죽을 때도 제대로 모르는 놈은 그냥 죽여야 하는데 왜 다시 보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넌 뒷빽이 든든한 놈인가 보다] 이놈은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를 한다. 그래도 풀어준 성의가 고마워서 한마디 해주었다. [사례는 나중에 톡톡히 하마. 언제 한번 내게 들려라. 나 명동 저승사자 강유진이다. 강유진하면 이 세계에선 이름만 대면 빠삭 하니까 찾기 쉬울 꺼야! 수고해라] [잘 가라. 근데 다음에는 제대로 날짜 찾아서 와라! 알았지. ] [뭔 소린지 모르지만 정말 고맙다. ] 그 녀석의 말에 대꾸를 하고 나는 뒤로 달려갔다. 한시바삐 초희에게 오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을 본것 같다. '어 근데 저 사람 지수 씨 아닌가?' 그리고 아까 내 포승줄을 풀어준 놈과 그 옆의 여자가 그녀에게도 나타났다. 그리곤 그녀에게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다. '잘못 봤나? 뭐 잘못 봤겠지. ' 난 나를 부르는 초희의 목소리가 더 급해 자세히 쳐다볼 생각을 안하고 그녀의 목소리만을 따라서 그녀에게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녀의 품으로 [희야. 초희야!] 입안이 깔깔하다. 내 부름에 내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가 번쩍 고개를 든다. [유진씨!] [그래, 근데 너 얼굴이 왜 그 모양이야? 피죽도 한 그릇 못 얻어먹은 얼굴이잖아. 애들이 너 밥도 안 챙겨 먹였냐?] 너무 놀라서 거의 신음처럼 내 이름만 되풀이하는 그녀였다. [유진씨!] [그래 나 유진 이야] [유진씨!] 그녀는 계속 내 이름만 부른다. [그래, 나 유진이 맞아. 넌 임신한 여자가 얼굴이 그게 뭐야? 우리 애기 영양실조 걸리겠다.] 그녀의 놀란 얼굴! [유진씨!]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반 귀신같은 모습의 유준이 녀석이 뛰쳐 들어왔다. [초희씨. 지수 깼어요! 유진 이는요?] [넌 몰골이 그게 뭐냐? 두시람 다 무슨 일 있었어?] 초췌한 두 사람의 모습에 내가 반문을 하자 그들은 말을 못하고 그저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렇게 나와 지수 씨는 각자의 사랑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품으로 돌아온 나와 지수씨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의 포승줄을 풀어준 사람이 그녀의 오빠인 진재라는 사람이란 것과 그의 옆에 있던 여자가 그녀의 새어머니라는 사실을 지수씨를 통해 알게 되었다. 너무나 우연스럽게도 말이다. 창피하지만 뇌진탕으로 쓰러진 나는 아주 빨리 회복을 보였고 칼에 맞은 지수씨도 생각보다 아주 빨리 상처가 나아가고 있었다. 둘 다 좀 특이한 성격들의 소유자라서 그런지 독방을 견뎌내지 못했다.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린 같은 방을 쓰기로 했다. 말동무도 생기고 얼마나 좋아! 그렇게 동지가 생겨서 좋아라 했는데 그녀에게 너무도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듣고 무슨 일이 있어도 초희를 행복하게 해주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을 했다. 우리를 간호하느라고 녹초가 된 초희와 유준이를 거의 반 강제적으로 쫓아내고 병실에 우리 둘만 오붓하게 남게 되었다. [와, 해방이다. 그 참견쟁이 아저씨 때문에 어디 화장실이나 한번 제대로 갈 수 있어야죠! 세상에 오줌통 가지고 와서 거기다 쉬하라고 하는 거 있죠!] [피차 일반이요. 난 초희가 그렇게 극성스러운지 지금에서야 알았다는 거 아니요! 하긴 나한테 반찬 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무슨 소리예요? 초희가 반찬을 어떻게 줘요?] [내가 밥 먹을때 마다 초희가 반찬 집어서 내 수저 위에 올려놓아 줘요. 뭐 자랑은 아니지만 지수씨도 유준이한테 그렇게 해줄 수 있겠소?] 난 은근히 지수씨의 약을 올렸다. 그녀와 단둘이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는 것 같다 [흥 , 그래서 나나 언니를 근처에도 얼씬못하게 했군!. 윤초희 너 내가 회복되고 나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알죠. 초희 집에 방 있는 거요. 그거 나와 지인 언니 그리고 강우 오빠 방이거든요. 그런데 유진씨 오고 부터는 아예 우리더러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완전히 명령 투로 말한 거 있죠! 덕분에 언니는 호텔 신세를 지고 있다 구요] [그런... 지인씨는 집이 없소?] [언니는 따로 거처 정해두지 않았어요. 초희 지켜야 하기 때문에 그녀와 같이 있는 게 더 편했는데 초희가 싫어해서 어쩔 수 없이 따로 호텔에서 생활하게 되었어요] [그래요. 이거 내가 지인씨한테 너무 큰 은혜를 입은 것 같소. 그때도 날 지인씨가 보호해준 것 알고 있소. 좀 창피하지만 남자가 여자의 보호를 받 는다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요] [초희한테 들어 알겠지만 언니는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요. 참 그건 그렇고 나 꿈에서 유진씨 본 것 같아요. 진재 오빠랑 엄마가 나 살려줬을 때 말이 에요. 근데 그게 꿈같지 않고 너무 생생한 거 있죠. 꿈에서라도 그 두 사람 이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어, 지수씨도.... 나도 꿈에서 지수씨 본 것 같은데.... 그리고 어떤 남자 와 여자가 내 포승줄을 풀어주었소!] 우리 둘은 그렇게 말을 하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둘 다 너무 당황한 얼굴이다. 내가 먼저 지수씨에게 물었다. [설마.. 그럼 그 사람 30대 초반정도로 아주 잘생기고 키가 큰 사람이었어 요. 말투도 아주 온화하고 말이죠. 그리고 그 옆의 여자는 남자보다 조금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 같았소. 맞소 지수씨?] 내 물음에 지수씨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래요, 유진씨 진재 오빠와 엄마예요. 그들이 우리를 구해주었어요. 죽어서도 우리를 돌봐주고 있군요! 오빠!] [그랬군. 그랬어 하하하 ] 나는 한편으론 너무 우스웠고 한편으론 너무 고마워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수씨, 내가 말이요. 진짜 저승사자한테 내가 명동 저승사자라고 큰 소 리 쳤다는 거 아니요. 그리고 나중에 놀러오라고 명함 아! 명함 주는걸 잊 었군!. 하여튼 그랬소.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 사람이 풀 수 없는 포승줄이 라고 했소! 그리고 나더러 빽이 좋다고 했는데 아마 그녀 오빠의 빽이었나보오!] [그런가 봐요! 유진씨 진짜로 초희한테 잘해줘야 해요! 초희 상처가 많은 아이예요.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연약한 아이예요. 알죠?] [알고 있소 걱정하지 마시요. 꼭 행복하게 해줄께요. 그리고 지수씨도 우리 유준이 많이 사랑해 줘야 하오. 그 녀석 역시 상처가 깊은 놈이요. 하 지만 한번 가진 마음 변치 않는 녀석이니까 지수씨 죽을 때까지 아마 충성 할 꺼요. 그러니 우리 유준이 많이많이 아껴줘요] 우린 그렇게 서로의 사랑을 챙겨달라고 부탁하면서 마주보고 웃었다. 우리가 그렇게 웃고 있을 때문이 열리면서 우리의 보호자 우리의 생명들이 동시에 들어왔다. 누워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우리를 보고 그들은 궁금한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만 할뿐이었다. 그들의 모습에 우리는 더 크게 웃음소리를 내 질렀다. 유준이와 초희가 들려줘서 알게 된 엄청난 사고 경위에 난 한동안 얼굴을 들지 못했다. 강유진 인생에 이것보다 더한 치욕은 없었다. 세상에나 세상사람들이 들으면 전부 웃어서 배꼽 빠질 일이 내게 일어났던 것이다. 아이, 창피해라(작가 이 이야기 안 하면 안되냐? 이거 아무래도 깡패 체면 이 많이 깍일 것 같은데 말이야--유진말) (야, 그 이야기 없으면 네가 어떻 게 살아났겠냐 안그러면 넌 칼 맞아 죽었어 임마. 잔소리하지마 -- 작가말) 나중에 들어서 알게된 사건 경위는 한마디로 코미디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참 사나이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쪽발이들이 앞뒤에서 칼을 휘두르는데 그 칼을 피하려다가 내가 넘어 졌는 데 그게 너무 심하게 넘어져서 뇌진탕이 되었단다. 내 참! 칼싸움에서 칼맞아서 쓰러 진 게 아니고, 뇌진탕으로 쓰러져 일주일 간 혼수상태에 있었단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지수 씨의 쓰러지는 모습은 유준이 녀석 뒤에서 휘두르 는 칼에 지수 씨가 맞았단다. 즉 유준이를 구하기 위해 지수 씨가 몸을 날려서 막은 것이라고 했다. 지고지순한 사랑 ! 지인 씨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나한테 달려오는 중이었고... 그 다음은 소식을 들은 아버지와 조직원들 그리고 그녀의 할아버지가 보낸 경찰들이 총출동해서 일망타진을 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초유의 합동작전이었다. 나중에도 이런 합동작전은 존재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경찰과 깡패의 합동작전! 세상에 이건 정말 신문 뉴스 감일 것이다. 어떻게 법을 집행하는 경찰과 그 법을 어기는 깡패가 한 조가 되어서 싸울 수 있을까 싶었지만 사실이었다. 우린 일본의 쪽발이들을 상대하느라 사상 최대의 합동작전을 쓴 것이다. 역시 아버님과 그녀 할아버지의 작전 지휘에 의해서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그들의 합동작전이 훌륭하게 수행되었다는 것이다. 우리편의 피해가 적은 것도 그 때문 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한 뉴스 감이 아직도 많이 있었다. 우리, 즉 지수 씨와 같이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사고 일주일이 흘렀건만, 우리의 소식은 아직도 신문과 방송의 톱뉴스였다. 아직 완전한 배후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최고 가문의 여자를 그 것도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죽이려고 한 천인 공노할 일제의 만행에(?) 전 국민과 정부가 일어선 것이다. 거기다 역시 대한민국 손꼽히는 변호사(지수씨는 실제로 대한민국 변호사 5손가락 안에 꼽힌단다. 유준이 녀석 고생좀 하겠어)의 살인--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모르니까-- 왜냐구요. 병원 통체를 폐쇄했으니까 아무도 출 입불가능상태거든요) '하, 역시 대단한 여자야!' 내 여자 말이지 누구겠어요? 우리 나라 대통령이 직접 일본 수상의 사과를 강력히 요구했다고 하니, 이쯤 되면 나도 으쓱 으쓱! 그런데 내 이름은 눈을 씻고 봐도 나오지 않았다. 역시 깡패는 밑바닥 인가봐! 이 소식이 해외토픽으로 전세계에 타전되어서 일본의 야쿠자들을 욕하고 있다지! 쌤통이다. 요놈들아. 그래 누가 칼 가지고 그렇게 덤비래. 감히 누구한테 덤벼! 누워있는 내 옆에서 사과를 깎고 있는 초희와 역시 지수 씨 옆에서 연신 뭐 필요한 거 없냐고 묻는 유준이 녀석 이렇게 넷이 있는 병실에 털끝하나 안 다친 지인 씨와 강우가 들어왔다. 오랜만에 보는 강우였다. 그녀와 같이 살 때 매일 의상실로 출퇴근을 시켜줄 때마다 보았는데 병원 에 있는 동안 통 못 보았는데 이제서야 문병을 온 것이다. [이제 많이 회복이 되셨다면서요. 죄송합니다. 그 동안 일이 좀 있어서 이제서야 왔습니다.] [괜찮아. 칼 맞아서 병원에 입원한 것도 아닌데 뭐....] 내 말에 일제히 웃음을 터트려다. 웃음이 멎자 강우는 그녀에게 어떤 파일 하나를 건네준다 [사건 경과 보고입니다] 파일을 살펴보던 그녀는 지인에게 묻는다. [이거 사실이야?] [네, 정확합니다. 지금 보충 자료 수집 중입니다.] [누가 연결되어 있는 거야?] 내 말에 그녀는 파일을 누워있는 지수에게 보여준다. [정말 웃기지도 않는군. 그럼 이시하라도 뒤통수 맞았다는 거야? 아니면 이 게 거짓 정보라는 거야? 여기 써 있는걸로 보자면 이시하라도 이용당했다는 소리잖아?] [글쎄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이용쪽이 확실한거 같아! 이시하라 의 가장 큰 경쟁자들이 관련된걸 보면 말이야] 강우의 말이었다. 서류를 훑어보고 나서 지수씨가 한마디한다. [앞으로 바빠지겠군 !] [이젠 끝을 볼 때가 온 거지 뭐!] 지인씨의 대답이었다. 대답속에 아픔이 있는듯한 것은 왜 일까? 그녀의 알 수 없는 말에 초희는 강우에게 다음과 같이 지시했다. [강우가 좀더 알아보고 확실한 증거를 좀 잡아줘요ㅣ 그리고 뒷처리도 좀 해줘야겠어요. 부탁해요!] [걱정마십시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조용히 병실을 빠져나갔다. 병실에는 조용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그 침묵을 지수씨가 먼저 깨었다. [숙부가 일본사람들과 손을 잡았어요. 그때 생일때 왔던 이시하라 야마구치 하고 직접적으로 연결이 된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어요. 그 는 당신 생일 다음날 바로 출국을 했거든요. 그래서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 에요. 일단은 숙부가 뒤에서 모든 일을 지휘 한 것만은 사실 이예요. 숙부 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가 더 있어요.] [무슨 말이예요. 다른 누군가라니?] 내 말에 지수씨가 대답한다. [이상해요. 서울에 그것도 그렇게 많은 일본사람들이 대량으로 무기를 들 고 입국 할 수는 없어요. 국내에서 누군가의 지원을 받은 것이 틀림없어요.] [설마? 그럴 리가........] 내 말에 초희가 대답한다. [그러고도 남을 사람들 이예요. 당신도 봤잖아요. 난 한군데 다치지도 않 고 사건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대통령의 일본 수상의 사과 대상에 오 를 정도니까요. 이 자리 그렇게 작은 자리 아니에요. 이 자리 때문에 예로 부터 아주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선재가 상관되어 있을까?] 지수 씨의 말에 지인 씨가 대답한다. [아니, 선재는 끼어 있지 않은 것 같아!] [언니가 어떻게 알아?] [네가 사고 장소에 있는걸 알고는 아니 사고 소식 듣고는 바로 병원으로 달 려왔더군. 내 안부가 걱정되어서 그렇다고 했어. 그리고 아버지가 이렇게 까지 하실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구. 그리고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지칭하는 걸 보면 한사람만이 아니야!] [그래, 그럼 진짜 그 늙은이가 연관되어 있군! 내가 가만히 놔둘 줄 알 고. 이젠 정말 전면전이다. 그 동안 우리 너무 오래 질질 끌었어. 이젠 그 만 끝낼때도 되었어] 지수 씨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몸으로 싸운 자가 지인씨라면 지수씨는 말로 입으로 싸우는 살수 같았다. 그 무서운 입씨름의 왕녀 지수 씨가 정말 화가 난 모양이다. 누군지 몰라도 정말 안됐다! 지수씨의 말에 초희가 대답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이젠 정말 끝을 볼 때가 왔어!] 그리고 다시 병실은 침묵에 쌓였다. 그 침묵을 이번에는 내가 깨었다. [앞으로 정확히 1주일 후야] [무슨 말 이예요?] [우리 결혼!] [무슨 소리예요?] [당신이 그랬잖아. 나 깨어나기만 하면 일주일 안에 결혼해 준다고 했잖아. 벌써 이주도 넘었으니까 할말없지?] [정말 나랑 결혼 할거예요?]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 해. 왜 또 마음이 변했어?] [그럼 결혼해요] 너무 쉽게 대답을 한 그녀였기에 내가 되려 이상스러웠다. [뭔 소리야. 결혼하지니.....] 난 너무 놀라 그녀에게 도리어 반문을 했다. [결혼 하자구요!. 결혼 ...... 매일 나 뒤쫓아 다녔잖아요. 그런데 이제 결 혼해 준다고 하니까 당신이 마음이 변한 거예요?] [아니 그게 아니고 왜 그렇게도 버티다가 지금에서야 마음을 정한 거야?] [나 혼자 남고 싶지 않으니까요] 짧은 그녀의 대답이었다. 간단하지만, 그 안에 무수히 많은 뜻을 내포한 내 여자의 결혼이유였다. 그렇게 초희는 내 여자가 되기로 했다. 일주일 안에 진짜 그녀는 내 여자가 된다. 잘난 나보다 더 잘난 진짜 내 여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결혼 결정에 나보다 더 기뻐하는 유준이 녀석의 말이다. [그럼 우리 결혼은 그 다음주다. 아니 합동결혼으로 할까?] [미쳤어요. 일어나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결혼을 해요?] 지수 씨의 날카로운 질문! [병원에서 누워서 하면 돼] [그럼 신혼여행 은요?] [그것도 병원에서 하면 돼] [그리고 아직 누구 소행인지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그냥 결혼부터 덥석 하자 구요?] [결혼하고 나면 사건 경위가 바뀐 데? 그건 어느 나라 법이래?] 기막힌 유준이의 대답이다. 그런 우리를 지인은 말없이 웃으면서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짓는 미소에는 진정으로 우리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에필로그 이렇게 해서 나와 그녀는 앞서 제일 앞에서 보셨듯이 그녀의 집 앞마당에서 전통혼례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젠 정말 저 여자는 제것이 된 것입니다. 여러분 함께 기뻐해 주십시오. 지금은 밤입니다. 저희들의 신혼초야죠 다소곳이 앉아서 족두리를 쓰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시죠! 여자는 얼굴보다 정말 내면의 아름다움이 최고라고 하더니 30이 조금 넘은 이제서야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아요 그녀, 내 마누라가 된 그녀 초희가 날 서방님이라고 불러주었어요 아참 그리고 여러분 흠흠 저도 이제 드디어 무식의 늪을 벗어 날수가 있게되었어요 여러분 마누라라는 말 좀 그렇죠? 하지만 전 초희를 내 마누라라고 부릅니다. 마누라라는 말이 옛날에 궁중에서 왕비를 지칭하던 마노라에서 변화된 말이라는 것을 아세요? 물론 초희가 가르쳐 준 것 이지만요. 그녀는 저만의 왕비, 여왕이 되는 거죠!. 그러니 유부녀 여러분 남편 분들이 마누라라고 하시면 나의 왕비라고 부르 시는 거니까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그게 일제시대에 일본 놈들이 우리 정신을 말살하고 또 우리 문화를 낮추 기 위해서 만든 고유지책 이라고 하네요. 아유 아는 것도 많은 내 마누라 ! 왜 고종의 왕비님이셨던 명성황후를 민비라고 부르게 한 것도 그런 맥락이 고 조선왕조를 이씨조선이라고 비하 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라고 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 것은 아주 보잘 것 없다라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서 요. 그들의 정책이 성공했는지 왜 우리들 지금도 우리 것보다 남의 것을 더 선호하잖아요. 쩨면 최고다 라는 그런 생각요. 이제 우리 그런 생각 버리고 우리 것이 소중한 것이여 라는 광고문고를 새 기도록 합시다. 하 이 강유진이 똑똑한 여자란 결혼한 하고 나니까 애국자가 되는 것 있죠! '여러분 우리 모두 우리 것을 사랑합시다.' '이야기가 또 옆으로 샜군 죄송합니다.' 전통 혼례의 방법이 그렇듯 밖에서는 저희들의 첫날밤을 보려고 풍문지를 손가락으로 다 뚫어 놓아서 거의 밖이 훤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저는 그녀와 합환주를 한잔 ( 어이구 이거 큰일 났습니다. 그녀는 술을 마시면 안 되는데......)씩 나누어 마셨죠. 제 예상대로 그녀가 돌변을 했습니다. 신랑이 신부의 족두리와 옷을 벗겨주어야 하는데 술이 들어간 내 마누라는 나를 그대로 방바닥에 업어치기를 하더니 제 위에 앉지 뭡니까? 밖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천하의 강유진이 마누라한테 겁탈 당하는 역사적 순간을 지켜보게 되었다 라고요. 그런데 우리 마누라가 그래도 조금 정신은 있는지 불은 꺼주더군요. 고마울 따름이죠! 덕분에 밖에서는 실망의 소리들이 한꺼번에 울렸죠.! 그리고 나서는 뭐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그대로 입니다. 저희 결혼 초야 그렇게 치렀습니다. 밤새 잠 안 자구요. 아! 참 그리고요. 저희들 신혼여행 일본으로 갑니다. 왜일까요?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죠.! 그 이유도 있지만은 대통령 일본 국빈 방문 때 내 마누라가 축하 사절로 패 션쇼를 일본 황궁에서 한다지 뭡니까요! 그래서 이래저래 겸사겸사 신혼여행지를 일본으로 정했어요. 유준이 녀석은 소원대로 저희보다 일주일 늦게 결혼하기로 결정을 보았구 요. 이 녀석은 저보다 더 입을 헤 벌리고 다녀서 입으로 모기가 들어가기도 한 답니다. 이 추운 초봄에 무슨 모기냐고요? 안 그러면 황사 먼지 라두요. 그리고요. 제가요 우리 마누라 결혼선물로 아주 근사한걸 준비했다는 것 아 닙니까? 이것도 아시는 분은 아시겠죠? 혹시 모르실 분들을 대비해서 밝혀드리죠 우리가 입양할 두 아이의 소식입니다. 제 아내가 아주 기뻐하겠죠. 여러분? 아이구 참 너무 급하게 결혼식 준비를 하고 서두르느라고 초희한테 오빠 만 났다는 이야기를 해주지 못했어요. 신혼여행지에 가서 이야기해 주어야 겠어요 우리 초희 제가 오빠 만났다고 하면 아주 좋아하겠지요? 여러분 그 동안 지루하고 재미없는 재 싸랑 이야기를 봐 주시느라고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오늘을 끝으로 집에서 아주 편하게 주무시라고 전해 드리고 싶군요.! 저희는 아주 행복하게 살 테니까요! 그리고 끝이 너무 밋밋하다고 생각하시겠죠. 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 뒤로 지인이 이야기도 있고 지수 이야기 도 있는데 제 이야기에서 다 보여드리면 그들 이야기는 할 이야기가 없다 고 지은이가 우리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이라고 하네요! 흥 치사한 지은이! 그래도 저희들은 낳고 키우고 사랑하게 해준 장본인이니 까 뭐라고 말은 못하겠어요. 여러분 지금 지은이가 저한테 화가 많이 나 있어요. 오늘 에필로그 드린다 고 걸어오면서---- (지은이는 출퇴근을 걸어서 하거든요) 저희 이야기 공상하느라고 혼자서 히죽이고 웃고 찡그리고 하다가 글쎄 앞 에 있는 전봇대와 정면으로 포옹을 했다지 뭡니까요! 정말 별이 보이 더래요. 지은이가 원체 좀 덜렁대서 전봇대와의 포옹이 처 음은 아닌데 그것이 초등학교 앞에 있는 전봇대에 부딪치고 너무 아파서 주 저앉았더니 초등학교 학생이 그러 더래요. " 아줌마 저기 뭐 떨어졌어요" 지은이 그 소리에 전봇대에 부딪친 것 보다 더 충격 먹었다는 거 아닙니 까! 그래 저한테 화 무지 났어요! 저 때문에 아줌마 소리 들었다구요. 저한테 계속 화풀이예요. 웃기는 지은이죠. 나이 상은 분명 아줌마인데 시집은 죽어도 안 갔다고 주장하는 노처녀 주제 에 말이죠. 흥 우리 초희 만큼만 되바라? 내가 왜 자기를 안 데리고 갔겠어. 그전에 벌써 데리고 갔지! . 하여튼 여러분 이젠 정말 여기서 그만 인사 드려야 겠어요. 이놈이 키워 놓았다니 이제 어미를 완전히 망신살이 뻗치게 해 이래서 자식은 키워도 소용없다고 하는 걸 꺼야! 꺼이 꺼이 슬프다. 이놈이 내 이상형의 남자인데 난 이제 이런 이상형을 버리기로 했다. 이젠 정말 여러분과 작별을 해야 되겠네요. 밤새 나를 괴롭혀서 피곤한지 제 마누라는 제 어깨를 배고 자면서 코를 골고 있네요. 정말로 많이도 변한 저보다 잘난 내 여자입니다. 저도 이만 그녀의 꿈나라로 같이 들어가야 할 것 같네요. **************************The end***********************************************